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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반도체 强國 코리아' 고꾸라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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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반도체 인재 1500명 배출한 '서울대 반도체연구소'
후임所長 맡을 전공교수 없어 디스플레이 전공자를 내정

- 15년째 반도체교수 안 뽑아
장기적 발전 가능성이 큰 나노·바이오에 집중 투자
반도체 공부하겠다는 학생, 교수가 부족해 받지 못해

- 기업들 수요는 오히려 증가
높은 수준의 고용 유지하자 트랜지스터 잘 모르는 학생이 반도체 회사 들어가는 상황

반도체 산업은 지난 20여 년간 한국을 먹여 살린 최대 수출산업이자 효자산업이다. 이 반도체 산업을 지탱해온 주요 인재의 산실(産室)과 같은 곳이 서울대 반도체공동(共同)연구소다. 1985년 설립돼 지난 30년간 서울대생뿐 아니라 타 대학, 기업들의 반도체 인재를 교육해 지금까지 석·박사급 인력 1519명을 배출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핵심 인재인 부장·임원급 상당수가 이곳을 거쳤다.

하지만 반도체공동연구소가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연구소장 후임으로 반도체 전공 교수를 찾지 못해 디스플레이 전공 교수를 내정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할 수 없이 현 연구소장인 황철성 교수(재료공학부)가 스스로 직함을 낮춰 다시 2년간 연구부장을 맡아 지원하기로 했다. 이 같은 사례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30년 역사상 처음이다.



 

현재 서울 공대에서 산업계 주력 분야인 실리콘 반도체가 주 전공인 교수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이들 중 대부분이 연구소장을 이미 역임했거나 정년퇴임을 앞둔 경우가 많아 당장 후임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소 측 설명이다. 황 교수는 "반도체 산업이 성숙 단계에 이르렀고 정부 연구과제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학부에서 15년째 반도체 전공 교수를 뽑지 않고 있다"며 "반도체를 공부하겠다는 학생이 있어도 교수가 없어 받지 못하는 상태"라고 했다.

실제로 반도체공동연구소는 2008년 103명의 석·박사를 배출했지만 계속 숫자가 줄어 지난해에는 42명을 졸업시키는 데 그쳤다.

대학이 반도체 전공 교수를 안 뽑는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논문 실적으로 교수를 평가하고 채용하는 상황에서,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선 반도체 산업에서는 세계적인 저널에 실릴 만한 독창적인 논문이 나올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정부도 같은 이유로 점점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고 나노·바이오 등 새 분야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석, 박사 배출 현황 그래프

반도체 전공 교수의 부족은 자연스럽게 배출되는 전공 대학원생의 감소로 이어진다. 차기 소장으로 내정된 이창희 교수(전기공학부)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제 학부생보다 핵심 기술을 갖춘 고급 인력이 필요한 상황인데 점점 배출되는 학생들의 수와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들의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공대 재료공학부 석·박사 졸업생들의 최근 1년간 취업 현황을 분석해보면 전체의 3분의 1 이상(39%)이 반도체 회사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철성 교수는 "공급은 적은데 수요는 많다 보니 디스플레이, 섬유 등 다른 분야를 공부하던 학생들까지 반도체로 가고 있다"며 "얼마 전 면담해보니 '트랜지스터'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대학원생이 반도체 회사에 입사한다고 하길래 매우 우려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기업들도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인력이 들어오지 않아 비효율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반도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신입 연구원을 기초부터 다시 가르쳐서 업무에 투입시키고 있다"며 "기업이 국가에 세금을 내는 이유는 인재 육성과 같은 산업 기반을 만들어달라는 것인데 이런 것까지 모두 기업에 떠맡기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은 현재 한국 수출액의 11%를 차지하는 '효자(孝子) 산업'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정부와 대학, 기업이 현재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의 선두 자리를 지키는 데만 신경 쓸 뿐, 다음 30년 반도체 신기술 경쟁을 책임질 고급 인재 육성에는 소홀하다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메이저 업체들의 잇단 인수 합병(M&A),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으로 요동치고 있다.

반도체 소자 분야 전문가인 이종호 공대 기획부학장은 "최근 들어 정부 연구비가 몰리는 나노·바이오 전공 등 새로운 전공 분야로 빠져나간 반도체 교수도 많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이르면 7~8년, 적어도 10년 이내에 중국에 따라잡히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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