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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지하경제’ 중고폰 유통 세계 어디로 어떻게 팔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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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쓰던 폰 반납하세요”→“B폰 있나요?”→“홍콩 거래상으로”

서동일기자

입력 2015-07-21 03:00:00 수정 2015-07-21 05: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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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지하경제’ 중고폰 유통 세계]
어디로 어떻게 팔리나




“고객님, 쓰시던 스마트폰 반납하시면 추가로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네”라고 대답하는 순간부터 대부분의 중고 스마트폰은 ‘지하경제’로 빨려 들어간다. 누구도 세금을 내지 않고, 법과 규제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다.

전국 판매·대리점을 찾아다니며 중고 스마트폰을 사들이는 사람은 따로 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이 사람들을 ‘나카마(仲間·중간 도매상의 일본식 이름)’ 혹은 ‘딜러’라고 칭한다. 나카마는 중고 스마트폰을 ‘비(B)폰’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매일 ‘단가표’를 들고 판매·대리점을 찾아다니며 B폰을 사들인 뒤 웃돈을 받고 해외로 판다.


○ B폰 유통의 시작, 나카마


8개월 차 나카마 윤찬행(가명·35) 씨의 고객은 경기 수원시 일대 휴대전화 판매·대리점 100여 곳이다. 매일 오후 빠짐없이 고객을 찾아다니며 B폰을 산다.

 

 

 윤 씨에게 휴일이 없는 다른 이유는 B폰의 시세가 주식시장처럼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M모바일’ ‘P닷컴’ ‘T글로벌’ 등 B폰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업체들이 포털 사이트 비공개 카페에 B폰 단가표를 올리면 윤 씨 같은 나카마는 이를 기준으로 새로운 단가표를 만든다. ‘윤사장 010-××××-××××.’ 이런 식으로 이름과 연락처를 넣고 윤 씨가 챙길 중간 마진을 빼 가격을 새로 적는다.

“오늘 물건 있어요?”

지난달 12일 오후 이통사 공식인증대리점이라는 인증 표시가 적힌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며 윤 씨가 물었다. 대리점 판매원이 서랍에서 B폰 3대를 꺼냈다. 갤럭시S3 2대, 노트2 1대였다. 액정 등 몇 가지를 점검한 뒤 윤 씨는 판매원에게 현금으로 20만 원을 넘겼다.


○ “스마트폰은 무조건 다 산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경제체제에서 가격은 물건을 파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B폰 유통시장에서는 정반대다. ‘사는 사람’이 정한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교체주기도 16∼18개월로 짧은 한국은 B폰 유통시장에서 공급자로서 ‘큰손’인 셈이다. 그럼에도 “B폰을 얼마에 팔겠다”고 말하지 못한다. 매번 가격을 정하는 쪽은 홍콩 거래상이다. 또 다른 나카마 정동현(가명·33) 씨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만큼 B폰 유통시장이 기형적 시장이라는 뜻이다. 실제 베트남 인도네시아 러시아 쪽 거래상들은 ‘물건부터 보고 가격을 협상하자’고 말하지만 홍콩 거래상들은 제품 상태와 상관없이 다 사들인다. 액정이 깨지거나 홈 버튼이 없어도, 심지어 전원이 안 들어와도 B폰을 산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도매상가이자 모든 것을 베껴 파는 중국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이 가깝기 때문이다. 홍콩으로 들어간 B폰은 곧장 선전으로 보내지고, 불법 부품으로 교체된 뒤 재판매된다. 나카마 입장에서는 홍콩에 파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자금 회수도 빠르기 때문에 홍콩이 제시한 기종별 가격을 따를 수밖에 없다.”

홍콩과 거래하는 국내 주요 업체에 메일이나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단가표가 전달되는 시간은 오전 11시경. 이 시간 한국 B폰 유통시장도 개장한다.

분실·도난폰 아니면 수출에 문제없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B폰 최종 판매업체 ‘A글로벌’ 사무실. 구석마다 빈 공간 없이 전국에서 몰려든 스마트폰이 쌓여있다. A글로벌 사무직원 6명은 매일 출근해 스마트폰 더미 주변으로 둘러앉아 기기별 날짜와 모델명을 기록해 박스에 담는다. 적게는 10여 대부터 많게는 100여 대까지, B폰을 수거한 나카마들이 수시로 사무실에 들러 B폰을 팔고 간다. A글로벌 정재권(가명·49) 대표는 2010년 ‘다이궁(代工)’이라 불리는 보따리상부터 시작했다. 여느 나카마처럼 전국 스마트폰 판매·대리점을 돌며 B폰을 산 뒤 중국으로 직접 가져가 팔았다.

A글로벌에 B폰이 도착하기까지 모든 과정은 현금거래로 이뤄졌다. 매입 기록이 없다 보니 누가 누구한테 샀는지 증명할 길이 없지만 수출에는 문제가 없다. A글로벌은 세관을 통해 수출면장(수출을 허가한 증서)을 받아 해외로 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분실·도난 휴대전화가 아니라는 확인증뿐이다. 인터넷에 B폰 기기코드를 입력해 분실·도난 여부를 조회하고 해외로 보내면 A글로벌은 세금 없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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