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심사

'헐값 코리아'… 글로벌 시총 500위 기업에 단 2곳뿐

728x90
반응형

[수출부진으로 기업가치 후퇴… '500대 기업' 1년새 4개 줄어]

대표 대형주 연일 新저가 기록 "바닥 뚫고 지하실로 떨어져"
중·소형주에 투자 몰리면서 제약·바이오·화장품株 승승장구

코스피 200종목 절반가량 株價가 청산가치보다 낮아
기관은 11兆 넘게 판 대형주… 외국인, 올 들어 8兆 넘게 매수

'2014년 7월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현대모비스·포스코·네이버→ 2014년 12월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한국전력→2015년 7월 삼성전자·한국전력'

블룸버그는 시가총액(주식가격의 총합) 기준으로 매일 전 세계 500대 기업 순위를 매긴다. 1년 전만 해도 전 세계 500위 안에 한국 기업이 6개 들어 있었다. 그러다가 하나둘씩 사라져 이번 달엔 삼성전자(42위)와 한국전력(464위), 달랑 두 곳만 남았다.

자동차·조선·철강·정유·화학·기계 등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던 주요 대장주들이 증시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포스코를 비롯, 현대차·현대모비스·LG전자·LG디스플레이·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대형주들이 연일 신저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투자자들은 "한국 대표 기업들 가격이 과거 고점에 비해 너무 싸졌고 지금은 바닥이라고 생각해 샀는데 주가가 바닥을 뚫더니 지하실 밑으로 떨어진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무는 "한국 대표 기업은 수출 위주의 제조업인데, 세계 경기 악화, 엔화 약세 등의 이유로 수출이 부진해지면서 기업 가치가 쪼그라든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 이후 시가총액 규모별 지수 등락률. 가치주 펀드 vs 성장주 펀드. 대형주 부진에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PBR 최저 수준.
반면 제약·바이오·화장품 등과 같은 업종은 연일 가격이 오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본부장은 "저금리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는데 마땅히 살 만한 주식은 없다 보니 일부 성장이 기대되는 중소형주에 돈이 쏠리면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저성장 흐름 속에 성장에 대한 목마름이 강해지면서 생겨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그리스 은행보다 헐값인 한국 은행주

"한국 은행들 가격이 러시아나 그리스보다 못하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트러스톤운용 이성원 부사장)

우리은행, 하나금융, KB금융 등 한국 대표 은행들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2배. PBR은 주가와 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수치인데, PBR이 1보다 높으면 주가가 고평가돼 있고, 그 반대라면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이 부사장은 "대형 은행들의 PBR은 주주(株主)들이 당장 기업을 해체해서 재산을 나눠 가져도 현 주가보다 더 많은 돈을 배당받을 수 있는 정도의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한국 은행들의 PBR이 러시아(0.92배)나 그리스(0.55배) 은행들보다 낮은 것은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은행 업종의 올해 예상 PBR(0.5배 이하)은 IMF 외환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라며 "금융 업종이 큰 충격을 받았던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은행 PBR은 0.53배는 됐다"고 말했다.

은행권 PBR만 낮은 것이 아니다. 20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200 종목 중에서 실적 전망치가 제시된 178개사 중에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종목은 84개사로, 전체의 47%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증시의 대표 지수로 꼽히는 코스피 200 구성 종목 2개 중 1개는 청산 가치보다 못한 주가에 거래되는 셈이다. 예컨대 21일 포스코는 19만8000원에 마감됐는데, 포스코 주가가 종가 기준 20만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05년 6월(18만3000원) 이후 처음이다.

기업 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제값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소위 '가치 투자자'들은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주가가 거의 바닥이라고 생각돼 샀는데 그것보다 더 떨어지고 있다"며 당황해하고 있다. 김창연 신영증권 부장은 "한국 제조업은 품질이 다소 떨어져도 가격이 저렴한 중국과 품질에서 앞서면서도 가격 격차가 줄어든 일본 사이에 껴 있는 샌드위치 신세"라면서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 등 기업 체질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에는 '묻지마 투자'

한국의 주력 산업 주가가 바닥을 기는 반면, 제약·바이오·화장품 등 조금이라도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업종의 몸값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한 운용사 매니저는 "요즘 바이오 회사 중엔 회사가 적자여도 시가총액이 1조원까지 치솟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면서 "대학교수 3명이 바이오 벤처를 차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만으로도 바로 200억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직 회사를 차리지도 않았고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모르는데 '바이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막대한 가치를 부여받는 것이다. 2014년까지 영업이익이 적자인 C사는 제약·바이오 회사만이라는 이유로 올 들어서만 주가가 10배 올랐다.

그 결과, 최준철 VIP 투자자문 대표는 "현재 한국 증시는 몇몇 소수 종목만 엄청난 수익률을 올리고, 나머지는 지지부진하는 주가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대형주를 헐값에 쇼핑

기관 투자자들도 주가 흐름이 부진한 대형주를 11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유가증권 시장에서 대형주를 8조7700억원어치 사들였다. 한국 경제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은데도, 왜 사는 걸까. 단기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해 자존심은 구겼지만,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매수했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엘리엇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산 시도는 비록 실패했지만, 한국은 기업 가치는 지나치게 싸면서 지배구조는 OECD 국가 중의 최악이어서 헤지펀드 공격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