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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떠나는 미셸 카투이라 이주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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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떠나는 미셸 카투이라 이주노조위원장

치매 할머니 돌보려 필리핀 돌아가
낮엔 공장일하고 밤엔 노동자 조직
“이주노동자 권리 위해 노조 꼭 필요”

미셸 카투이라(40·사진)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주노조) 위원장이 6년간의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 필리핀으로 돌아간다. 한국에 왔던 이유가 가족이었던 것처럼, 귀국하는 이유도 가족 때문이다.

지난 19일 서울 녹번동 이주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미셸은 “누구나 때가 되면 돌아가야 하겠지만, 해놓은 것도 별로 없이 떠나게 돼 아쉽다”며 웃음 지었다. 그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귀향을 결정했다. 지금껏 할머니를 돌보던 사촌이 미국으로 일하러 떠나기 때문이다.

가난의 굴레로 13살부터 길거리에서 떡을 팔고, 20대 내내 저임금과 실직에 시달리다 한국에 들어온 미셸은 낯선 나라에서 ‘이주노동자’로 살며 다양한 타이틀을 얻었다. 2009년엔 이주노조 위원장이 됐고, 다음해엔 민주노총 최초로 외국인 대의원이 되기도 했다.

그는 “필리핀에서는 노동운동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한국의 부당한 학대와 불합리한 처우를 참지 못했다“고 했다. 2007년 친구가 불법으로 해고당한 것을 항의하면서 이주노조를 알게 돼 위원장이 된 뒤로는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노동자들을 조직했다. 그는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는 스스로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이주노조의 활동을 달갑지 않게 생각해왔다. 그동안 3명의 위원장이 모두 출입국사무소의 ‘표적 단속’에 의해 강제퇴거당했다. 합법체류 신분이었던 그 역시 단속에 의한 추방은 아니었지만 강제출국의 위험에 놓이기도 했다.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해 2월 그에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공장에서 일해왔다” 등의 이유로 체류연장 신청을 취소하고 출국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이주노조 임원들이 이전부터 강제퇴거 명령을 받아왔는데,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처분도 원고의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며 미셸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 정부는 노동조합 결성권을 포함한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내국인에 비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규정한 유엔의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그는 “한국이 유엔 회원국으로서 이익만 누리고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려 한다”고 꼬집었다.

미셸은 “한국에서 일하고 노조활동을 하면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유명자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장과 같은 존경스러운 사람을 만난 것이 큰 보람이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키우는 토끼 이름을 ‘전태일’이라고 지을 만큼 한국 노동운동에 대한 애정이 깊다. 고향에서도 할머니를 돌보면서 한국에서 돌아온 필리핀 노동자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민주노총과 국제연대를 맺을 계획이다. 그는 28일 이주노조에서 열리는 환송회를 마지막으로 공식일정을 정리하고, 31일 ‘애증’의 한국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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