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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성 삼성SDI 사장, 연속 적자·신뢰도 하락에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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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성 삼성SDI 사장(사진)이 취임 2년여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사상 초유의 대규모 리콜 조치를 받은 갤럭시노트7의 발화 주 원인으로 삼성SDI의 배터리 셀 문제가 지목되면서 대외적인 이미지 타격과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 생산법인 실적 역시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며 삼성SDI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의 주력 배터리 공급업체였던 삼성SDI는 최근 삼성전자에 문제가 된 배터리 공급을 중단했다. 이미 생산된 250만대의 배터리의 교체 비용 역시 삼성SDI가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리콜 사태로 삼성SDI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18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SDI의 대외적인 기업 신뢰도에도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SDI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이슈가 불거지며 지난달 26일(종가 11만9000원) 이후 주가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11%나 빠졌다.

◆‘올인’했던 배터리 사업서 대형 암초 만난 삼성SDI

지난 2014년 조남성 사장이 부임한 이후 삼성SDI는 배터리 분야에 아낌없는 투자를 감행하며 사업 역량을 길러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꾸준히 진행된 사업부문 정비 작업을 통해 화학 부문을 매각하고 전기차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 분야와 전자재료 사업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근 3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배터리 사업을 키우겠다는 중장기적인 목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삼성SDI는 미래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 향후 5년간 3조원을 투자해 세계 각국에 배터리 공장, 연구개발(R&D) 시설을 세우겠다는 청사진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배터리 사업의 성장 동력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우선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배터리와 전기차를 비롯한 IT 기기에 탑재되는 배터리가 모두 이번에 발화 문제를 일으킨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이기 때문에 사업 전반에 걸친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배터리 공급업체를 선정할 때 세트(완제품) 제조사나 완성차 업체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기준은 신뢰성”이라며 “이번 사태로 삼성SDI가 치러야 할 비용은 중장기적으로 매우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어느 공정이 문제였나

 분해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모습 /테어다운닷컴 동영상 캡처
분해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모습 /테어다운닷컴 동영상 캡처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불량을 배터리 문제로 본다. 고동진 삼성전자 IM(IT·모바일) 사업부장(사장)은 “배터리셀 제조 공정 상의 미세한 문제가 있었고 발견하는 게 어려웠다”며 “배터리 제조공정을 보면 음극과 양극이 만나는 게 불가능하지만, 일부 오차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깊이 조사를 했고 배터리 셀 자체의 극간의 눌림 현상, 절연체의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을 했다”며 “(배터리 이외)제품 자체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현재 갤럭시노트7에는 삼성SDI 배터리와 중국ATL에서 공급받은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이번 배터리 소손(燒損·불에 타서 부서짐) 문제를 일으킨 제품은 삼성SDI가 공급한 배터리다. 문제가 된 것은 배터리셀 내부의 양극과 음극 사이를 나누는 분리막이었다. 제조공정 과정에서 분리막에 결함이 발생하면서 양극과 음극이 만나 이상과열∙발화가 생기게 된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SDI가 갤럭시노트7에 신공정 기법을 적용한 데다 삼성전자가 9월 7일 애플의 신제품 발표를 염두에 두고 한 달 앞서 무리하게 일정을 당기는 과정에서 배터리 검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배터리 전문가는 “신공정이 급속 충전과 관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화학 재료 비율의 경우 큰 변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면초가 삼성SDI

그동안 삼성SDI는 화학 사업과 스마트폰 등 소형전지 사업에서 얻은 이익을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중대형 배터리 사업에 투자하는 구조였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중심인 소형전지 사업은 삼성SDI 전체 매출의 50%에 육박할 정도 핵심 분야다.

삼성전자의 배터리 주문 중단으로 삼성SDI의 2차전지 해외 생산법인들의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SDI의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헝가리, 오스트리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홍콩, 중국 등 2차전지 생산법인들은 모두 수백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말레이시아 생산법인인 SDIM은 같은 기간 99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삼성SDI의 올 2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95% 늘어난 1조 3172억원, 영업손실은 542억원이었다. 삼성전자가 리콜 비용의 일부분을 삼성SDI 등에 전가할 경우, 삼성SDI의 현금 흐름에 악재가 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삼성전자의 리콜과 관련해 최대 1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연구원은 “갤럭시노트7은 올해 노트 시리즈 최초로 1000만대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었고 삼성SDI 입장에서도 주요 수익원이었다"며 “만약 갤럭시노트7 배터리 공급 중단이 현실화할 경우 천문학적인 R&D 비용이 투입되는 중대형 전지 사업을 이끌 원동력도 상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삼성SDI의 리콜 비용 부담과 리콜로 인한 갤럭시노트7 예상 판매 대수 하향 등으로 삼성SDI의 영업적자 폭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최근 기대를 모았던 중국 정부의 5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 심사까지 미뤄지면서 삼성SDI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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