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심사

글로벌 배송전쟁

728x90
반응형

더 빠르고 더 싸게… 치열한 '총알 배송' 경쟁
아마존·구글·우버 등 세계 유통업계 뒤흔들어

영국의 할인 매장 체인 '아르고스(Argos)'는 지난 7일 '당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인터넷이나 모바일 쇼핑몰에서 오후 6시 이전에 물건을 주문하면 늦어도 당일 밤 10시까지는 고객의 집 현관에 갖다주는 서비스다. 물건값에 3.95파운드(약 6930원)의 배송료가 추가된다. 영국 전역에 84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아르고스는 온라인 당일 배송을 위해 3300명의 운전기사를 채용하고 800대의 배송 차량을 마련했다.
글로벌 배송전쟁

막대한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이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때문이다. 고객이 주문한 지 단 60분 만에 물건을 갖다주는 아마존의 '프라임 나우(Prime Now)' 서비스가 영국에 상륙해 런던과 버밍엄 등 대도시 소비자를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배송 시간이 약속된 한 시간을 넘어가면 배송료가 공짜다. 안방 시장을 잠식당할 위기에 처한 아르고스는 출혈을 감수하고 맞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즉각 갖다주는 '온 디맨드(On Demand·주문형) 경제'의 파워가 전 세계 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아마존이 불을 붙인 '총알 배송' 경쟁에는 구글과 우버,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JD.com' 같은 거대 기업이 속속 뛰어들었다. 가장 빠르면서도 비용이 적게 드는 배송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알 배송'이 온라인 쇼핑몰 성패 가른다

글로벌 배송 전쟁에서 가장 앞서가는 건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미국 내 14개 대도시에서 '프라임 나우'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다. 거대한 미국 땅에서 60분 배송이라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전국 곳곳에 설치된 거대한 물류 센터들 덕분이다. 아마존은 이곳을 전진기지 삼아 대규모 택배업체인 UPS와 우체국 택배를 동시에 활용해왔다.

하지만 이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단점이다. 하루 평균 350만개의 상품을 출고하는 아마존의 배송 비용은 연간 87억달러(약 9조9600억원)에 달한다. 전체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 같은 고비용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아마존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난달 30일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아마존 플렉스(Amazon Flex)'다. 직원이 아닌 차를 가진 일반인을 배송 요원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우버의 '공유 경제' 모델을 응용한 배송 시스템이다. 아마존 플렉스 참여자들은 아마존 고객이 구입한 물품을 찾아서 본인 차량으로 목적지까지 갖다준다. 수당은 시간당 18~25달러(2만600원~2만8600원)이며 하루 최대 12시간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 차량을 소유한 21세 이상이면 누구가 참여할 수 있지만 범죄 전력 등 결격사유가 있으면 안 된다. 유휴 차량 소유자들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와 같은 원리다.

아마존은 각 지역 상점 안에 사물함(locker)을 설치해 활용하는 방식도 시도하고 있다. 주문받은 상품을 고객의 자택 인근 상점의 사물함에 넣어놓으면 아마존 플렉스 참여자가 상품을 수령해 배송하는 개념이다.

글로벌 배송전쟁
1 아마존이 상점에 설치한 물품 배송용 사물함. 2 전용 차량으로 상품을 배달하는 구글 익스프레스 직원. 3 중국 베이징에서 JD.com 직원이 배달용 오토바이에서 상품을 꺼내고 있다. 4 우버 운전자가 식당에서 사온 요리를 주문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일반인도 상품 배송에 활용

온라인 쇼핑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구글은 독자적인 배송 시스템인 '구글 익스프레스' 서비스를 도입했다. 온라인 쇼핑으로 15달러 이상의 물건을 사면 당일 혹은 다음 날까지 제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연회비 95달러를 내고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구글은 아마존과 달리 자체 물류 센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배송만 담당하는 전략을 택했다.

운영 구조는 다음과 같다. 먼저 고객이 '구글 익스프레스' 사이트에 접속해 물건을 고른다. 이곳에는 현재 타깃·월마트·월그린·세이프웨이 등 대형 수퍼와 편의점 등이 입점해 있다. 고객이 필요한 물건값을 결제하면 고객 위치에서 가까운 매장에서 물건을 준비해둔다. 그러면 구글의 전용 배송 차량이 이 매장에 들러 물건을 수령한 뒤 집으로 배달해준다.

이 서비스는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돼 시카고·보스턴·워싱턴 등지로 확대됐다. 생필품 하나를 사려 해도 차를 몰고 멀리 나가야 하는 미국식 쇼핑 문화의 빈틈을 파고든 것이다. 쇼핑할 여유가 많지 않은 맞벌이 부부나 전문직 독신자 등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구글의 최대 경쟁 업체는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야후가 아니라 아마존"이라며 온라인 유통 사업에 대한 강한 의욕을 비췄다.

◇중국 업체는 인해전술로 배송망 확대

중국 2위 온라인 쇼핑몰 JD.com의 배송 전략은 '인해전술'이다. 3만명의 택배기사, 3569개의 배송 센터 및 120개의 물류 센터를 앞세워 대륙의 유통 시장을 바꿔놓고 있다. 오전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배송을 보장한다.

'100분 반품 서비스'도 도입했다. 고객의 불만을 접수한 지 100분 이내에 제품을 수거해가는 서비스다. 광활한 중국 대륙을 작은 도시로 축소시킨 듯한 JD.com의 초스피드 배송 시스템은 단번에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JD.com은 '총알 배송'을 바탕으로 업계 1위인 알리바바를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 기업 '인스타카트'는 식료품 구매 대행 서비스로 대박을 터뜨린 경우다. 구글 익스프레스는 채소와 신선식품, 냉장식품 등은 상하거나 변질될 것을 우려해 배달 품목에서 제외한다. 반면 인스타카트는 고객이 구매할 식료품을 지정하면 회원들이 대신 매장을 찾아가 물건을 산 뒤 장바구니에 담아 1시간 내에 배달해준다. 일종의 심부름 서비스다.

우버도 택시 서비스를 넘어 야금야금 배송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우버에 가입한 운전자 네트워크를 배송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음식료 배달 서비스 '우버 프레시', 응급약과 생필품을 배달해주는 '우버 코너 스토어', 자전거 택배 서비스 '우버 러시' 등을 시범 운영하면서 사업 영역을 차츰차츰 넓히고 있다.

한국에서도 쿠팡이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당일이나 다음 날 배송해주는 '로켓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가격 외에는 마땅히 서비스를 차별화하기 힘든 상황에서 '빠른 배송'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내세워 시장 확대에 나선 것이다. 쿠팡은 전국 7개 물류 센터와 배송 전담 인력 '쿠팡맨'을 운용하고 있다.

☞ 온디맨드 경제(On Demand Economy)

수도꼭지를 틀면 바로 수돗물이 나오듯, 고객이 원하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즉각적으로 제공하는 주문형 서비스. 아마존과 구글의 특급배송 서비스, 행선지만 입력하면 차량이 바로 달려오는 우버 등이 대표적 사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