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심사

WWDC 2016] 애플, 인공지능 '시리' SDK 공개...중국 시장 대대적 강화 예고

728x90
반응형

애플이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시리(Siri)’에 대한 정책을 확 바꿨다.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폐쇄주의 전략을 고집했던 애플이 시리의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전격 공개하는 등 대대적인 시리 저변 확대에 나섰다.

13일(현지시각) 오전 10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어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세계개발자대회(WWDC) 2016에서 애플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데스크톱PC ‘맥북’에도 시리를 탑재하는 등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인공지능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WWDC는 애플이 주최하는 연례 최대 행사로 올해에는 애플이 보유한 4개 OS ‘맥OS’ ‘iOS’ ‘와치OS’ ‘TVOS’ 의 전략이 집중적으로 발표됐다. 새로운 하드웨어 기기 발표는 없었다.

이날 행사는 팀 쿡 애플 최고 경영자(CEO)의 제안으로 미국 올랜도에서 발생한 최악이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최신 운영체제(OS) 4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성우 기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최신 운영체제(OS) 4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성우 기자

◆ 시리 SDK 공개...터치 기반의 앱 생태계가 음성 인식 앱 기반으로 전환 예고

SDK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컴퓨터 시스템, 운영체제(OS), 데이터 등을 제공하는 집합체를 말한다. 애플은 서드파티(제3의 협력자) 개발자들이 시리를 응용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시리의 SDK를 공개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그동안 개발자가 음성인식 앱을 개발하려면 복잡한 음성인식·처리 기술을 확보하고 음성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해야 했다. 하지만 시리 SDK가 공개됨에 따라 앞으로 개발자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시리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수석부사장이 13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어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WWDC 2016에 참석해 시리 SDK를 소개하고 있다. /애플 제공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수석부사장이 13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어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WWDC 2016에 참석해 시리 SDK를 소개하고 있다. /애플 제공

예를 들어, 기존에는 스케줄 앱에서 음성으로 일정을 입력하는 기능을 만들어도 광범위한 언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약속된 명령어만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리 SDK를 활용할 경우에는 “15일 점심 스케줄 넣어라”, "15일에 점심 일정", "15일 12시 점심약속" 등으로 말해도 일정을 등록할 수 있다.

그동안 애플은 프라이버시 문제를 이유로 시리 SDK의 공개를 꺼려왔다. 애플은 사용자가 시리를 사용하면서 말한 질문과 메시지, 명령 등의 음성정보를 최대 2년간 저장하고 있다. 애플이 주춤한 사이 아마존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알렉사'가 각광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우버, 도미노피자 등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알렉스를 통해 차를 부르거나 피자를 주문할 수 있다.

애플에 시리는 올해 9월 출시예정인 아이폰7의 흥행을 가르는 중요 요소가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프루언트에 따르면 아이폰 사용자 가운데 42%가 시리 기능이 크게 향상될 경우 차기 아이폰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애플은 이번 WWDC에서 시리를 PC,노트북 운영체제인 ‘맥OS’에도 넣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가을 출시예정인 ‘맥OS 시에라’에는 시리가 탑재된다.그동안 시리는 아이폰, 아이패드 등 iOS가 탑재된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에서만 작동했다.

◆ 편리해진 ‘워치OS3’ 눈에 뜨네...TVOS엔 싱글사인온 기능

애플TV OS에 적용된 신기술의 모습. (왼쪽에서 두번째) 시리를 상징하는 물결 무늬의 아이콘 /박성우 기자
애플TV OS에 적용된 신기술의 모습. (왼쪽에서 두번째) 시리를 상징하는 물결 무늬의 아이콘 /박성우 기자

애플이 이날 공개한 애플워치 전용 OS인 ‘워치OS3’는 애플리케이션(앱) 로딩 속도를 대폭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앱을 실행하면 0.1초 만에 실행된다. 케빈 린치 애플 스마트워치 담당 부사장은 “앱 로딩 속도가 7배 빨라졌는데, 마치 100만배 빨라진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워치OS3에는 SOS 기능도 추가됐다. 사용자가 911을 불러야 할 때 시계 옆 버튼을 길게 누르면 긴급 전화로 연결하기 전 카운트다운 숫자가 나타난다. 또 비상연락처로 사용자의 위치를 전송하거나, 사용자의 건강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애플TV 전용 OS인 tvOS는 사용자가 쉽게 조절할 수 있는 리모트 앱을 지원한다. 리모트 앱은 쉽게 말해 앱 형태의 리모컨이다. 사용자는 손가락 터치로 쉽게 리모트 앱을 조작할 수 있다. 또 애플TV에 시리가 탑재됐기 때문에 사용자는 음성으로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중복 로그인을 줄여주는 ‘싱글사인온’ 기능도 탑재됐다. 애플TV에 한 번 로그인을 하면 맥, 아이패드 등 애플의 다른 기기에서도 자동 로그인이 이뤄지는 기능이다. 사용자가 아이폰에서 내려받은 앱이 애플TV 화면에 곧바로 표시되기도 한다. tvOS는 올 가을에 업그레이드 될 예정이다.

맥 컴퓨터 전용 OS의 이름은 15년 동안 ‘OS Ⅹ’였다. 애플은 이번에 OS X란 이름을 ‘맥OS’로 바꾸고, ‘맥OS 시에라’를 오는 가을 출시한다고 전했다. 맥OS 시에라는 사용자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잠금을 해제하는 오토 언락(Auto Unlock) 기능을 지원한다. 가령 사용자가 맥북을 덮었다가 다시 열 경우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더라도 맥OS 시에라가 주인임을 파악해 잠금을 풀어준다.

◆ 애플, 중국 시장 대대적 강화 예고

애플와치의 스크리블 기능을 애용히 한자를 적는 모습 /박성우 기자
애플와치의 스크리블 기능을 애용히 한자를 적는 모습 /박성우 기자

이번 WWDC 기조연설에서는 애플이 중국 시장을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애플은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을 시연할 때마다 중국의 인기 앱으로 시연하거나 중국 앱을 언급하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이날 애플은 애플와치의 새 기능 ‘스크리블(scribble, 휘갈려 쓴 글씨)’을 소개할 때, 발표자는 조그마한 애플와치 스크린 위에 손가락으로 영어 ‘스타벅스(Starbucks)’와 중국어 ‘파디엔(八点, 8시)’를 입력하는 것을 시연했다. 스크리블 기능은 영어와 중국어만 된다. 아이폰 운영체제 iOS10은 중국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지원한다. 애플은 또 중국의 텐센트시큐리티와 협력해 스팸 전화 번호를 걸러주는 서비스를 중국에서 제공할 예정이다.

애플이 연례 최대 행사인 WWDC에서 ‘친(親) 중국 행보’를 이어간 것은 중화권에서 애플 매출의 4분의 1 이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애플한테는 중국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최근 화웨이, 오보, 비포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잇따라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5위권에 진입하는 등 애플을 맹추격하는 만큼 애플도 중국 시장에 이래저래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이날 행사에 대해 국내 한 앱 개발자는 “애플이 WWDC 첫날 시리 SDK를 공개한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과거 터치 기반의 앱 생태계가 음성인식으로 바뀌는 등 시리는 향후 아이폰7과 애플워치, 애플TV 등 애플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애플 생태계는 애플 혼자서는 결코 이룩할 수 없는 것이며 개발자와 함께 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