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항공산업을 대표하는 일본항공(JAL)은 2년 6개월 전 파산의 위기를 겪었다. 당시 떠안은 빚은 2조3000억엔. 엔고까지 겹친 상황에서 회생은 쉽지 않아 보였다. 결국 2010년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누가 JAL을 구할 것인가.
하토야마 유키오 당시 총리가 이끈 일본 정부는 고민 끝에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80) 교세라 명예회장을 찾았다. 당시 그는 78세. 은퇴를 해도 한참 전에 했어야 할 나이다. 그의 가족과 지인은 정부의 부탁을 받아들이지 말라 했다고 한다. “체력이 버틸 것 같지 않다”, “그동안 쌓은 명예를 더럽힐 수도 있는 어려운 일”이라는 이유였다. 이때 그를 붙잡은 것은 “왜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라는 ‘대의(大義)’였다. 삼고초려에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세상과 인간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게 최고의 행위’라는 자신의 인생철학에 비춰 망해가는 JAL 구하기에 뛰어들었다. 그는 다시 신화를 만들어낸다. 파산 직전의 JAL을 8개월 만에 흑자로 돌려세우고 2년 연속 최고 실적을 냈다. 그는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나모리 회장이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 8월호에 ‘JAL V자 회복의 진실’을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2010년 2월1일. 그는 주 2, 3일 출근하되 봉급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JAL 회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JAL의 2차 부도는 필연”이라거나 “JAL은 변할 수 없고 사원의식도 변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기사로 도배질했다.
온몸을 던졌다. 당초 주 2, 3일만 출근하기로 했지만 교토에서 500㎞ 넘게 떨어진 도쿄로 매일 출근했다. 회의 출석과 현장 방문이 이어졌다. 현장을 누비며 그는 JAL의 4가지 문제를 깨달았다고 한다.
“경영진은 주인 의식이 결여돼 평론가적 자세를 보였어요.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진짜 리더가 없었죠. 간부는 매출과 경영 수치조차 확실히 장악하지 못했고요. 본사와 자회사 간, 경영진과 사원 간 일체감도 없었고 고객 중심의 생각도 모자랐지요.”
그는 45개 적자노선을 폐지하고 1만여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조직을 바꾸기 시작했다.
가장 주력한 것은 리더의 육성이었다. 2010년 6월부터 경영간부 약 50명을 모아 매주 4회씩 1개월간 모두 17회에 걸쳐 리더교육을 했다고 한다. 그 자신이 6번이나 참석해 강의했고 교육 후에는 함께 생맥주를 먹으며 토론을 했다. 나아가 “JAL은 망했고 그것은 지금까지 생각이 틀렸기 때문”이라며 의식을 바꿔나갔다. 간부의 의식이 바뀌자 대상을 확대했다.
부문별로 사업을 벌이고 회계를 하되 이를 전체가 공유하는 부문별 채산제를 채택했고 일체감을 위해 기업이념과 공통의 가치관을 담은 ‘JAL철학’을 만들었다. 직접 공항에 나가 고객을 만나며 고객 중심 생각을 불어넣었다.
JAL은 지난해 최고 실적을 거둔 데 이어 올해 1∼5월에도 2049억엔에 이르는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냈다.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그는 내년 2월쯤 회사를 그만둔다. 올해 80세가 된 일본의 ‘경영의 신’은 이런 말을 남겼다.
“어려운 상황에서는 리더가 신념이 없으면 안 됩니다. 그 신념을 바탕으로 전 사원의 힘을 결집해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지요. 좋은 리더와 직원이 하나가 되면 길은 반드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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