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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음악인 정명훈 의혹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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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성희롱·폭언 논란으로 시작된 서울시향 사태는 정명훈 예술감독(62·사진)의 재계약 문제로 번졌다. 서울시는 지난달 23일 정 감독에 대해 제기된 의혹 8가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는 공연일정 변경 등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중대한 위법사항은 없는 것으로 판단해 재계약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정명훈 감독을 둘러싼 논란은 해외에서도 관심 거리다. 지난 10일 MBC <PD수첩> ‘정명훈과 서울시향’ 편은 정명훈 감독 관련 의혹과 논란의 원인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 인터뷰가 인용된 영국 유명 클래식음악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아놀드 닐슨이라는 필명을 쓰는 유럽의 클래식음악계 관계자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비윤리적으로 행동했나?”라는 장문의 아티클을 작성해 정명훈 감독에 제기된 의혹이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이 글은 노먼 레브레히트가 운영하는 ‘슬립드 디스크(Slipped Disc)’에 지난 9일 링크됐다. 닐슨은 자신을 국제 클래식음악 산업계에 오래 종사한 전문가이며, 외부인의 시각에서 이해관계를 떠나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에 서울시향 백수현 공연기획과장의 페이스북 글과 한국 영자신문 기사 등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현재 정명훈 감독에 대한 문제제기는 많지만, 이에 대한 반박은 적은 상황이다. 독자들의 판단을 위해 정명훈 감독을 옹호하는 편에 선 글을 발췌해 정리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서울시 감사결과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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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울시향 특별조사 결과


아놀드 닐슨은 “한국 미디어에서 비판의 표적이 직원들에게 인권유린을 한 것으로 확인된 박현정 대표에서 현재는 정명훈 감독이 ‘오케스트라를 사조직처럼 운영했다’는 비윤리적 행동을 했다는 혐의로 돌아섰다”면서 “심지어 한국인들에게 사과를 하고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고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중상모략의 희생자이며, 언론과 당국이 문제를 확실히 조명하지 못하고 한국인들에게 왜곡되고 그릇된 정보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닐슨은 한국 언론이 감정적인 단어나 디테일들을 골라내 전체적 맥락을 대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논란들이 “정명훈 감독이 비윤리적으로 행동해왔고, 심지어 ‘범죄’를 저지른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조사에서 정 감독에 대해 확인된 8가지 의혹이 자세히 살펴보면 대단치 않은 내용이라는 것이다.

■ 해외 공연 지휘를 위한 잦은 출국으로 시향 일정 차질

서울시 감사관은 정 감독이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상임지휘자 ‘프란츠 뵐저 뫼스트’가 사임하면서 객원지휘자 요청을 받았는데, 이 때 국내 시향 공연일정과 겹쳐 공연 일정 3건을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닐슨은 당시 변경된 콘서트는 시향의 예약 콘서트가 아니라 통영국제음악회 공연이라고 밝혔다. 또한 주최 측과 합의가 이뤄졌으며, 당시 정 감독이 추가로 무료 어린이 피아노 공연까지 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러한 지연을 ‘비윤리적 행동’의 증거로 봤다”고 주장했다.

■ 지인 채용 의혹

서울시 감사관은 정 감독이 처형의 동창으로 막내 아들 피아노 선생을 지낸 박모씨를 채용했다고 지적했다. 닐슨은 채용은 시향 대표의 권한이기 때문에 정 감독이 임명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자격이 없는 사람을 고용하면 ‘족벌인사’로 볼 수 있지만, 박씨는 자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현정 대표도 지인 채용 의혹이 확인됐는데 정 감독만 비난하는 것은 “이중 잣대 혹은 기억상실증”이라고 비판했다.

■ 개인활동 대표이사 사전허가 여부 및 적법성

서울시 감사관은 최근 6년간 정 감독이 서울시향 외 공연에 48회 출연했으며, 이 중 ‘피아노 리사이틀’ 연주회 5회는 대표이사 허가를 받지 않고 공연했다고 지적했다. 감사관은 사전 승인 요청을 하긴 했지만, 미승인 상태에서 공연을 해 절차적으로 ‘단원복무내규’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닐슨은 공연 허가 요청이 국제적 기준에서 보면 “기이한 인상”을 준다고 썼다. 이러한 부분을 차치하고라도 정 감독이 리사이틀 허가를 요청했지만, 박 대표가 거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명훈 감독이 만든 자선재단 ‘미러클 오브 뮤직’(Miracle of Music)을 통한 활동이 서울시나 오케스트라에 어떠한 재정적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도 어째서 정 감독의 오케스트라 외부 음악 활동을 비난하느냐고 반문했다. 정 감독은 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2위에 입상했다.

■ 항공권 부정 사용 의혹

정 감독은 2006~2011년까지 항공권을 지급받았다.(공연 입·출국시 왕복 퍼스트클래스 2매, 연간 1회 왕복 비즈니스클래스 3매, 연간 2회 매니저용 비즈니스클래스 항공권 1매) 정 감독은 2009년 매니저에게 지급되는 항공권을 정 감독의 가족(아들, 며느리)이 사용한 사실이 논란이 돼 2012년부터 지급이 중단됐다. 정 감독은 당시 매니저가 몸이 불편해 가족이 매니저 역할을 대신하면서 항공권을 사용했다고 소명했다. 서울시 감사관은 법률자문을 받아 가족을 통상적 의미의 매니저로 볼 수 없으며, 계약서상 항공료는 연간 2회 이내에서 1매씩인데 1회에 매니저용으로 2매를 지급한 것은 계약위반이라며 항공료 1300여만원을 반환 청구하라고 했다.

닐슨은 법적으로 정 감독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결정적으로 조항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윤리적 측면에서도 실수라고 덧붙였다. 비윤리적 행동이나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의 과장된 보도를 통해 정명훈이 “사기를 친 것”처럼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사건 자체가 이미 6년 전에 일어났으며, 2011년 재계약까지 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논란이 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항공권 자체가 이미 예산에 반영돼 있었기 때문에 시향에는 재정적 손해를 입히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작은 사고로 정 마에스트로가 계속해서 비난을 받는 일이 합당하냐”고 물었다.

■ 시향 단원 재능기부 참여

서울시 감사관은 ‘미러클 오브 뮤직’에서 주최하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 공연에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시향단원들이 3년간 총 66명이 출연했다고 밝혔다. 당시 출연료를 기부하는 ‘재능기부’ 참여는 강제성은 없었지만, 정 감독이 서울시향 단원들에게 갖는 인사 권한을 고려할 때 형식적으로 자발적인 성격을 띠었어도 지속적 참여는 부적정하다고 지적했다.

닐슨은 “단원들 일부는 참여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하지 않기로 한 것이 정명훈이 비난받아야 할 일인가”라고 썼다.

■ 서울시향과 계약사항 부실 문제

서울시향과 정명훈 감독은 2005년 1년간 예술고문으로 계약한 후 2006년부터 3년 단위로 계약을 해왔다. 그동안 보수와 처우를 두고 고액 연봉 논란이 계속됐다. 닐슨은 계약 협상은 서울시와 시향의 대표가 하는 것인데 감사관 조사에 포함해 정명훈 감독을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닐슨은 한국 언론의 보도 행태와 서울시 감사관의 조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노먼 레브레흐트가 지난달 26일 이번 사태에 대해 쓴 “정명훈 음악감독이 가족들을 위해 공적 항공권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1만2000달러를 돌려주도록 됐다. 이는 범죄라기 보다는 작은 사고로 들리지만 언론에서는 감옥에 가야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이는 전 대표(박현정)가 지휘하는 마녀사냥으로 보인다”는 글을 인용했다.

아놀드 닐슨은 “한국에는 정명훈이 필요한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이전부터 논란이 된 지휘자 정명훈의 세계적 위치에 대해서도 정리했다. 닐슨은 정명훈이 일본의 오자와 세이지와 함께 가장 잘 알려진 아시아 지휘자라는 사실은 의심할 수 없다고 했다. 정명훈은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 객원지휘자로 활동했으며, 1990년부터 도이치 그라모폰(세계 최고 명성의 클래식 음반 레이블)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사상 첫 수석 객원지휘자를 맡았다. 닐슨은 정명훈이 “예술적 완벽주의를 추구”하다보니 언론의 조명을 덜 받았지만, 카를로스 클라이버나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같은 전설적인 지휘자와 비견될 만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근거로 최근 오스트리아 비평가들이 정명훈을 아바도와 비교한 기사를 들었다. 또한 정명훈이 클래식 음악계의 주류인 유럽·미국인이 아닌 아시아인이라는 점이 커리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그가 독일에서 태어났다면 훨씬 유명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닐슨은 정명훈 음악감독이 서울시향에서 쌓은 업적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정명훈 감독이 연간 4달 밖에 지휘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이는 “평균 이상”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 감독이 서울시향에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희생한” 사실을 고려하면 연봉도 상대적으로 겸손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이 뛰어난 연주나나 성악가, 스타 지휘자, 작곡가들을 잘 모르는 등 국제 음악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닐슨은 정명훈이 “고장나고 썩 좋지 않은 지방 오케스트라를 세계 수준으로 바꿨다”면서 그의 업적이 과대 평가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서울시향이 도이치 그라모폰과 음반 계약을 맺은 사실, BBC 프롬과 같은 정상급 음악축제나 콘서트 투어를 다니게 된 일, 티켓 판매가 2005년 38.9%에서 2014년 92.8%로 급증한 점 등을 들었다.

닐슨은 이러한 사실을 들어 “정명훈의 연봉이 뜨거운 논쟁거리”인지 물었다. 정명훈 감독은 지난 10년 동안 총 140억원의 연봉을 받은 점 때문에 ‘고액 연봉’ 논란이 일었다. 닐슨은 정 감독의 연간 고정급은 23만달러이고, 체류하는 4달 동안 받는 콘서트 지휘비를 포함해야 100만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닐슨은 지휘자 정명훈의 세계적 지위, 국제적으로 보잘 것 없는 서울시향에 바친 헌신, 정 감독이 서울시향 감독을 맡으면서 세계 음악계에서 장기간 공백으로 입게 될 커리어 손실 등을 고려하면 정상급 지휘자의 급여치고는 평범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 감독이 물러나면 대체할 사람이 없는데도 국제 음악계에 대한 기본적 이해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닐슨은 베를린 필하모닉은 2018년 임기가 끝나는 사이먼 래틀의 후임자를 3년 반 전인 올 봄에 발표한다고 밝혔다. 유명 지휘자나 오케스트라들은 음악감독 영입 절차가 5~6년은 걸린다는 의미다.

닐슨은 적대적 언론 보도 때문에 지금 정 감독이 물러나면 누가 올 수 있을 지 물었다. 그는 비판자들이 장밋빛 착각에 빠져 있다면서 서울시향에는 리카르도 무티, 샤를 뒤트와, 다니엘 바렌보임, 사이먼 래틀, 야닉 네제 세겐과 같은 정상급 지휘자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시간을 두 배로 들여도 유명 지휘자들은 한국 오케스트라와 계약을 안한다는 것이다. 그는 심지어 ‘3류 지휘자’(C-list celebrity conductor)들도 단기간에는 오지 않으며, 정 감독이 물러나면서 빚어진 논란을 보면 더욱 그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 언론과 여론이 정 감독의 경우처럼 극단적으로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후임자에게 들이대면 어떠한 후보자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 감독이 물러나면 바로 영입할 수 있는 사람은 ‘4류 지휘자’일텐데 이 경우 인기가 급락하면서 서울시향이 재정적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누구도 정명훈이 받은 돈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닐슨은 정명훈 감독의 서울시향에 대한 헌신의 동기가 조국에 대한 의무일 것이라고 봤다. 그는 서울시가 ‘1류 지휘자’에게 평범한 돈을 주면서 헌신을 받아낸 일을 엄청난 행운으로 깨달아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는 정명훈 감독이 계속 남을 수 있도록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 감독에 대한 공격이 한국 태생의 미국 시민권자인 정명훈 감독에 대한 시기와 외국인혐오의 감정과도 닿아있다는 주장도 폈다.

닐슨은 “정 감독이 물러나도 그에게는 별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정명훈은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에서 명예로운 일을 찾거나 국제적인 객원 지휘자로서 커리어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손해는 정명훈이 아니라 한국이 본다”면서 정명훈 예술감독이 서울시향을 맡으면서 얻은 성취가 시민들의 문화적 복지뿐만 아니라 도시와 국가적 자부심, 한 국가의 문화적 위상과도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스캔들로 정명훈 감독이 사임하면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완전한 재앙이며 전 국가적 수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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