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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마녀사냥' 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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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추신수 '마녀사냥' 은 이제 그만

OSEN | 입력 2011.05.06 05:23 | 수정 2011.05.06 08:50




[OSEN=오클랜드, 손건영 미국통신원] '추추트레인' 추신수(29)의 음주 운전 소식이 알려진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원정 3연전 첫 경기에 나선 추신수가 장내 아나운서에 의해 소개되자 관중석 여기저기서 심한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또 매 번 타석에 들어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미국으로 건너와 야구를 한 이래 이처럼 심한 야유를 들은 적은 처음이었으리라.

메이저리그에서 그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2년 연속 타율 3할 및 20-20을 기록하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한 추신수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는 사실은 미국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정식할 만큼 비중있게 다뤄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애슬레틱스와 2차전에서도 물론 야유는 간간히 나왔다. 오클랜드와 인근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한인들이 이날 콜리시움을 찾아 추신수를 뜨겁게 응원해 야유 소리는 거의 묻혀 버렸다.

경기 후 매니 액타 감독과 인터뷰에서도 추신수의 음주와 관련된 어떠한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인디언스 전담 기자들은 추신수의 음주사건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체 거론하지 않았다. 2경기 연속 안타를 치지 못한 것에 대해 액타 감독은 "장기 레이스를 펼치다보면 언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ESPN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에서 추신수의 음주운전과 관련한 후속 보도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으려 해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추신수의 모국인 한국에서는 난리가 났다. 마치 추신수가 죽을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경찰에 체포되는 추신수의 동영상에 대해 '나라 망신을 시켰다', '방망이 대신 수갑을 찼다'는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물론 추신수가 이번에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비난 받을 만하지는 않다. 음주 사고를 낸 것도 아니고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뺑소니를 치지도 않았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던 그가 역경을 딛고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고,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이 금메달을 따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서로들 앞다투어 추신수를 영웅이라 칭송하지 않았나.

4일 경기를 마치고 추신수는 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솔직한 심경을 고백했다. 하지만 비보도로 해 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구차한 변명을 늘어 놓는 것처럼 보이기 싫다는 이유였다.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분명 추신수가 술에 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스타플레이어의 동영상은 추신수만 공개된 것이 아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간판스타 미겔 카브레라의 경우 경찰차 뒷자리에 앉아 술이 덜 깬 표정을 짓고 있는 장면이 만천하에 알려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카브레라를 두고 '도미니카 공화국의 망신이다', '미국에 들어올 때 입국 거부될 것이다', '술에 취해 부진한 카브레라' 등의 보도를 본 적이 있는가.

다시 강조하지만 추신수가 잘못을 저지른 것은 맞다. 하지만 추신수도 인간이다. 신이 아니다. 언제든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또 그럴 경우 응분의 처분을 받으면 된다.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영웅에서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 취급을 해서는 곤란하다. 잘 할 때 보내는 박수도 중요하지만 힘든 상황에서 보내는 격려는 더욱 추신수에게 값지게 느껴질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처럼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으니 야구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와 군대나 가라'는 것은 억지가 아닌가.
공교롭게도 추신수와 팀 동료 어스틴 컨스의 법정 출두 예정일은 6일(현지시간 5일)이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애슬레틱스와 3차전에 선발로 출장했다.

컨스는 변호사를 고용해 무죄를 주장했다. 담당 구역 밖에 있던 경찰이 자신의 음주 운전을 적발했기 때문이란다. 정황상으로 볼 때 컨스의 음주운전은 무혐의가 될 공산이 크다.

한국적인 정서로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음주 운전을 한 것은 맞지만 체포한 경찰이 관할 구역 밖이었으니 무죄라는 논리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컨스를 비난하는 기사는 단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

미국에서 음주 운전은 사고가 나지 않을 경우 경범죄다. 물론 2번 이상 적발되면 중범죄로 가중 처벌되며,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삼진법'이라고 해서 3번 음주운전으로 걸릴 경우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라면 추방을 당하게 된다.

추신수가 음주운전으로 경찰에게 적발된 지 만 3일이 지났다. 안타를 치지 못했다고 '술이 덜 깼나?'라는 치졸한 표현이나 감정섞인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 정작 미국에서는 조용한데 태평양 바다 건너에서 추신수를 뒤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야구할 때는 스타플레이어지만 추신수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일 뿐이다.

자신의 과오를 깊이 뉘우치고 있는 추신수를 향한 마녀 사냥은 이제 중지돼야 마땅하다.

< 사진 > 오클랜드=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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