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명이 6개월간 대표선발전
바닷가에서, 빗속에서도 경기… 선수 1인당 쏜 화살만 4000발
학연·지연·추천·봐주기 등 어떤 외부 변수도 개입 못해
"오직 실력뿐" 공정성 자리잡자 선수들은 더 열심히, 더 강해져
양궁 총감독 "우리보다 열심히 한 팀 있으면 메달 돌려주겠다"
경기 방식 바뀌어도 새 훈련 시스템 찾아내며 끊임 없는 혁신
런던올림픽 이후 '과학화' 통해 선수들 정신력 체계적 관리도
올림픽 직전 극심한 부진 겪어도 "선발 원칙 깨진다" 교체 안해
배점 방식이 하도 복잡해 출전한 선수와 지도자들조차 헷갈린다. 양궁계에선 이 선발 방식을 '난수표'라고 부른다. 그러나 오로지 성적에 따른 평가이기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다른 종목에선 선수의 이름값을 고려해 협회가 대표 선수를 추천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학연, 지연 등 파벌이 개입되는 경우도 많다. 양궁에서는 '추천 선수'라는 말 자체가 없다. 실력 있는 선수는 '개천에서 태어난 용'으로 성장할 수 있고, 세계 1위도 성적이 나쁘면 가차 없이 탈락시킨다.
이런 험난한 과정을 통해 태극 마크를 단 선수가 리우 하늘에 태극기를 펄럭인 김우진·구본찬·이승윤(이상 남자), 장혜진·기보배·최미선(이상 여자)이었다. 한국 양궁은 구본찬(23·현대제철)이 13일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남녀 개인 및 단체, 4개 종목 석권 위업을 달성하며 리우올림픽을 '퍼펙트 엔딩'으로 마쳤다. 한국은 단체전이 처음 채택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양궁의 절대 강세를 이어갔고, 이번에 사상 첫 전 종목 석권까지 이룩했다.
한국 양궁이 이처럼 오래 최강을 지킨 건 오직 실력만으로 평가하는 공정성 덕분이라는 말이 나온다. 무슨 일이 생기면 학연, 지연, 인연부터 찾고 보는 한국 사회에 양궁 스포츠맨들이 던지는 메시지다. 양궁협회 장영술 전무는 "양궁계 내부엔 피나는 경쟁은 있지만, 파벌은 없다. 파벌을 지어봤자 이득이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앞으로도 이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 최종 선발전이 끝나고 협회는 고민에 빠졌다. 당시 대표 선수가 된 최현주가 극도의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당시 4위였던 선수(장혜진)로 대체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협회는 고심 끝에 그대로 최현주를 출전시켰다.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장영술 전무는 "원칙을 한 번 깨면 선발전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금메달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원칙을 지켜야 했다"고 말했다. 최현주는 바람이 심술을 부렸던 런던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쳐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 양궁에 파벌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 후반만 해도 다른 종목과 상황이 비슷해 대표 선발 과정에서 고위층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당시 젊은 지도자 사이에서 이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일어났고, 결국 확고한 원칙 아래 객관적인 실력만으로 모두가 납득하는 국가대표를 배출하는 현재의 선발전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협회는 지금도 매년 평가전이 끝나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다음 평가전에 반영한다. 0.1%라도 실력 외의 요소가 들어갈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서이다.
이와 함께 끊임없는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의 노력도 정상 유지의 밑거름이 됐다. 세계양궁연맹은 한국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기 방식을 바꿨다. 쏘는 화살 수를 줄였고, 세트제 승부도 도입했다. 하지만 협회는 규정이 바뀌면 곧바로 새로운 훈련 시스템을 찾아내 적응했다. 이번 대표 선발전에서 슛오프(동점 시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가리는 것) 경기의 배점을 높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또 런던올림픽 직후 시작된 '과학화'를 통해 선수들의 정신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한 것도 이번 대회에서 결실을 봤다.
문형철 대표팀 총감독은 "우리보다 열심히 한 팀이 있으면 메달을 돌려주겠다. 한국 양궁은 귀국 후 바로 4년 후 도쿄올림픽을 준비할 것"이라며 "앞으로 경기 룰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그에 맞춰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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