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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후진적 정당에 진보의 미래 맡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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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엊그제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는 눈을 의심케 할 정도였다. 당 안팎에서 그렇게 우려하고 경고했건만 인터넷으로 온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또다시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진보정치의 끝없는 추락을 보는 것 같아 참담하기 짝이 없다.

엊그제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는 당 지도부 폭행이라는 전대미문의 폭력사태까지 벌어졌다. 당권파들은 회의 초반 성원 여부를 가지고 트집을 잡더니, 참여당 계열의 중앙위원 자격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회의를 지연시켰다. 세 차례에 걸친 정회 끝에 심상정 공동대표가 첫번째 안건인 강령 개정안 심의·의결건이 통과됐다고 선언하자 당권파들은 단상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대표단을 에워싼 채 조준호·유시민 공동대표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댔다.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고, 당권파들이 단상을 점거하면서 회의는 결국 무기한 정회됐다.

무엇보다 먼저 이번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은 이를 방치하고 제어하지 않은 당권파 지도부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정당 내에서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합리화될 수 없다. 단상 점거와 지도부 폭행은 1980년대 보수정당에서 벌어진 용팔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이 옳은 만큼 절차는 무시해도 된다는 전근대적 좌파들의 오만을 보는 것 같다. 도대체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내다보지 못하는 이들이 어떻게 진보정치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 한심하기까지 하다. 줄곧 지적돼 왔듯, 다른 의견을 수용하는 데 지극히 인색하고 어떻게든 자파 헤게모니를 관철하고야 말겠다는 당권파의 패권주의가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다.

회의 직전 사퇴를 선언하고 회의장을 떠난 이정희 공동대표의 책임도 무겁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이 대표가 당권파의 회의 방해를 수수방관한 채 회의장을 떠남으로써 결국 폭력사태로 치닫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퇴를 할 때 하더라도 파국을 막는 게 무한책임을 지는 자세다. 이 대표의 무책임한 표변이 진보정치에 기대를 건 수많은 젊은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을지 생각하면 끔찍하기까지 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분명해진 것은 진보정치의 재구성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지금의 통합진보당 체제론 진보정치의 미래는 없다. 이제 사태는 비례대표 경선에 부정이 있네 없네, 당원 총투표를 하네 마네 하는 식의 단순한 진실 규명이나 수습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충분치 않은 상황까지 왔다.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은 지금 자신들의 표가 아깝다고 아우성이다. 통합진보당의 최근 행태가 극우 어버이연합의 깽판과 무엇이 다르냐고 되묻고 있다.

진보정치의 재구성이 통합진보당 내부 동력으로 가능할지, 진보정치판 전체를 헤쳐모여 해야 할지는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할 문제다. 이번 사태로 한국 진보정치의 후진성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곪은 상처를 도려내지 않으면 앞으로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전자투표 등을 통해 안건을 처리한다고 해결될 차원을 넘어섰다. 진보정당의 위기는 전체 개혁진보진영의 위기다. 국민들은 진보의 자정능력을 의심하고 있다. 설사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다 하더라도 미래를 개척해내고야 마는 진보의 저력을 국민들에게 다시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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