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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아이패드로 엿본 애플의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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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태블릿피시(PC) 새 모델 ‘새 아이패드’

업그레이드된 건 해상도, 그래픽 처리 칩셋, 메모리, 카메라 뿐…
아이패드3 출시에 앞서 전자책 시장 공략 포석

애플의 새로운 아이패드가 베일을 벗었다. 그런데 어라? 아이패드3가 아니라 ‘뉴아이패드’다. 이 ‘신상’은 아이패드2와 사실상 큰 차이가 없었다. 얼마 전 아이폰5를 기대하던 이들에게 아이폰4GS를 갖다 밀었던 것처럼, 애플은 획기적인 변화 대신 기존 제품의 연장선상에 있는 제품을 내놨다. 실망해야 할까, 아니면 하늘로 떠난 스티브 잡스를 원망해야 하나? 글쎄, 둘 다 이르다. 뉴아이패드는 성능과는 별개로 앞으로 애플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제품이다.

애플과 아마존, 공룡들의 전쟁

아이패드2와 뉴아이패드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레티나(망막)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화면 해상도가 상당히 올라갔고, 그에 따라 그래픽 처리 칩셋과 메모리의 향상이 있었으며, 카메라 성능이 훨씬 좋아졌다. 그러니까, 이것뿐이다. ‘애플빠’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해상도 같은 건 아이패드2로도 충분했는데, 아이패드를 들고 사진 찍을 일 따위는 별로 없을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애플은 디자인도 그대로 둔 채 해상도 따위에만 신경 쓴 걸까. 하지만 별것 아닌 듯 보이는 해상도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전자책 시장 때문이다.

애플 같은 ‘공룡 기업’이 가장 빠르고 쉽게 수익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자본과 기술력을 무기로 다른 시장을 잡아먹는 것이다. 지금은 태블릿 PC의 대명사처럼 됐지만, 실제 애플이 아이패드의 발매로 겨냥한 건 아마존이 장악하고 있던 전자책 시장이었다. 2010년 자료에서 전자책 시장의 규모는 무려 10억달러였다. 외신들은 2015년까지 전자책 시장의 규모가 3배 이상 커질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성장 포화상태에 이른 애플에 전자책 시장은 지속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다. 아이패드는 바로 이 거위를 가져가려는 포석이었다.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를 원가보다 싼 가격에 내놓아 애플의 시장 진입을 경계했다. 하지만 애플은 최근 아마존과 정면 대결을 시작했다.

전자책 시장을 둘러싼 아마존과 애플의 싸움은 점입가경이다. 애플이 아이패드라는 카드를 꺼내기 전, 미국의 전자책 시장은 아마존 천하였다.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은 90% 이상이다. 권당 9.99달러라는 파격적 가격(미국에서는 그랬다) 때문이었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패드의 등장과 동시에 메이저 출판사 5곳과 계약을 맺고, 도서 가격을 출판사들이 정하도록 했다. 아마존이 직접 책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내심 불만이던 출판사들은 애플의 제안이 싫을 리 없었다.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이 60% 언저리로 떨어지는 동안, 애플은 전자책 시장을 야금야금 차지해갔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 바로 뉴아이패드다. 앞서 말했듯이, 뉴아이패드는 해상도를 기대 이상으로 높였다. 이건 곧 가독성이 놀라울 만큼 상승한다는 얘기다. 아이폰4GS 사용자라면 알겠지만,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위엄은 체감하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마치 라식수술을 막 마치고 나온 듯한 체험. 바로 그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9.7인치 화면으로 나타나는 것이 뉴아이패드다. 별다른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고해상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것은 전자책 리더(Reader)로서 아이패드의 기능을 극대화하려는 애플의 노림수로 보인다.

실제로 뉴아이패드에서 아이북스를 구동해봤더니, 아이패드2와 비교했을 때 확연히 집중도가 높았다. 어떤 면에서는 종이로 출력한 파일보다 나을 정도다. 하지만 뉴아이패드의 진정한 장점은 PDF 리더로서의 기능이다. 기존 아이패드에서 가로로 놓고 봐도 뭔가 시원찮았던 화면이 뉴아이패드에서는 세로로 봐도 굉장히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미지가 많고 텍스트 크기가 작아 완전히 새롭게 편집을 해야 했던 아이패드용 매거진들은 원본 그대로 PDF만 넣어도 될 정도다. 적어도 매거진 시장은 뉴아이패드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고, 이 해상도를 기반으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도 쏟아져나올 것이다. 뉴아이패드는 ‘읽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뉴아이패드, 살까 말까

최근 미국 법무부는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전자책의 가격 인상을 주도했다는 혐의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뉴아이패드를 본 아마존의 심장은 철렁했을 것이다. 뉴아이패드는 그만큼 뛰어난 리더기로서의 가능성이 있고, 전자책 시장에 대한 애플의 야심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기기다.

하지만 뉴아이패드를 구입하라고 권하기에는 망설여진다. 여전히 과도기적인 제품이라는 생각이 강하고, 아직 이 해상도를 지원할 만한 애플리케이션도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오래지 않아 뉴아이패드를 기반으로 한 아이패드3가 나올 것이다. 그때쯤에는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된 콘텐츠 시장도 성숙해 있을 테다. 애플의 본격적인 싸움은 그때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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