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논리 아닌 인물 보고 투표를…
소수의 조직화된 이익집단 막아야”
안철수 교수 전남대 강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3일 전남대 강연엔 1500명가량의 청중이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모였다. 강연 장소인 대강당은 시작 1시간 전부터 학생들로 가득 찼다. 학생들은 좌석은 물론 통로와 계단에도 자리를 잡았고, 앉지 못한 이들은 선 채로 강연을 들었다. 학교 쪽은 인터넷 중계방송 시설을 별도로 마련했고, 그곳에도 400여명이 들어섰다. 들어가지 못해 입구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학생들에게선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민주(22·물리학과3)씨는 “원래 수업시간인데 이 강연 때문에 교수님이 휴강을 했다”며 “다른 수업도 그런 분위기가 많다”고 말했다. 강연장 밖에선 젊은층에 얼굴을 알리러 나온 총선 후보들도 눈에 띄었다.
■ “구체제 극복하려면 투표해야” 안 원장이 이날 강연에서 던진 메시지는 ‘투표 참여’와 ‘인물 투표’였다. 안 원장은 미국의 경제학자 맹커 올슨(1932~1998)의 “민주주의가 이뤄지고 규모가 커질수록 다수의 민의가 선택되지 않고, 소수의 조직화된 이익집단이 나서게 된다”는 경고를 두 차례 언급하며 ‘투표 참여’ 화두를 설파했다. 미국 언론인 파리드 자카리아의 저서 <자유의 미래>에 나오는 캘리포니아의 사례도 들었다. 미국에서 직접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했다는 캘리포니아에서도 수많은 법안이 주민투표에 부쳐지지만, 결국 방송광고 등을 동원한 소수 이익단체의 뜻대로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안철수 원장은 이를 ‘구체제’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런 ‘구체제’를 극복하려면 대중이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힘과 의지를 가진 대다수 민중’이라고 했다.
그가 강연에서 지목한 구체제는 지역에 기반을 둔 현재의 정당구조였다. 그가 광주에서 이번 총선에서는 정당이 아닌 인물을 보고 투표할 것을 요구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호남과 충청, 강남과 같이 지역적으로 정당이 고착된 지역에서 다른 정당의 당선자가 나와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안 원장이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구조를 구체제로 비판한 것은 진영논리에 기반한 정당구조를 구체제로 규정한 지난달 27일 서울대 강연의 논리의 연장인 것으로 보인다. 현 단계에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표참여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선택도 필요하다는 요청인 셈이다. 이는 ‘정치를 하게 된다면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겠다’는 발언과도 맥락이 닿는다.
■ 지역 격차 극복은 국가 보호·지원 필요 이날 강연 제목은 ‘광주의 미래, 청년의 미래’였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안 원장은 “아내가 순천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고, 지금도 장모님이 여수에 계신다”며 “광주와 전라도는 인연이 깊다”고 입을 뗐다.
안 원장은 “외국에선 우리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나라라고 칭찬하지만, 어쩌면 그 과정에서 놓친 게 균형인 것 같다”며 “그래서 사회 격차, 빈부 격차가 굉장히 심하고, 지역간 갈등도 (심하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 및 지역 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국가적 관점에서의 보호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언론인 히로세 다카시의 저서 <도쿄에 원전을>에 “원자력발전이 안전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안전하다면 시내 중심에 짓는 게 맞다. 사실은 주장하는 것만큼 안전하지 않은 것”이란 내용이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을 예로 들었다. 안 원장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만든 전기는 전량을 도쿄에서 쓰는데, 혜택 보는 지역에서 희생하는 지역에 빚진 마음을 가지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지역 공공기관 채용 시 의무할당제 등을 실시해야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심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Apple has an obligation to help solve America's problems (0) | 2012.04.04 |
---|---|
김제동, "민정씨랑 연애해도 민정수석과는 안해" (0) | 2012.04.04 |
스티브잡스가 가르쳐준 것들... (0) | 2012.04.02 |
2012년 시범경기 타자 Top5 (0) | 2012.04.01 |
전설로 기억될 '바람의 아들' (0) | 2012.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