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심사

[세월호 참사 / 실종자 가족들] 소름 끼칠 만큼 무섭다, 그래도 들어간다

728x90
반응형

잠수병 호소 점점 늘고 늘 팽팽한 긴장, 밤엔 악몽
"실종자 가족 얼굴 떠올리며 마음 굳게 먹고 뛰어들어"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을 마주하면 우리도 소름 끼칠 만큼 무서워요. 그래도 도와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한 얼굴을 떠올리며 마음 굳게 먹고 물에 뛰어듭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35일째가 지나면서 해군·해경·민간 잠수사들의 심리·신체적 고통도 극에 달하고 있다. 민간 잠수사 허모(47)씨는 20일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바지선에서 숙식하고 있는 잠수사가 10명이 넘는다"며 "강행군을 버티지 못한 동료들이 잠수병에 걸려 병원으로 실려 나가는 걸 보면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민간 잠수사 이광욱씨가 잠수병으로 숨지고 잠수병 증세를 호소하는 잠수사들이 늘면서 뭍에 있는 민간 잠수사들은 진도행(行)을 꺼리고 있다.


	지난 14일 세월호 침몰 현장에 정박해 있는 바지선 언딘리베로호에서 해군 잠수사가 수색 작업을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 14일 세월호 침몰 현장에 정박해 있는 바지선 언딘리베로호에서 해군 잠수사가 수색 작업을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이진한 기자
잠수사들은 특히 어두컴컴한 물속에서 시신과 마주치는 것에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시신을 마주하는 게 무서워 3일 정도 일하다 돌아간 잠수사도 있고, 잠수 10분 만에 물 밖으로 나오는 잠수사도 있다. 한 잠수사는 "시신이 계속 꿈에 나와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했다.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구난본부장은 "시신이 바닷속에 오래 있다 보니 신체 여러 부분이 훼손돼 있고, 끌어당길 때 피부가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며 "시신을 조금이라도 다치지 않게 하려고 품에 안고 나온다"고 말했다.

배가 부식돼 선내 격벽이 무너지면서 잠수 여건은 더 나빠졌다. 설계 도면에 있는 벽이 실제로는 보이지 않으면 잠수사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기 때문. 물속 시계(視界)가 20㎝도 되지 않기 때문에 잠수사들은 오로지 손으로 더듬으며 선내를 수색하고 있다. 한 민간 잠수사는 "육상에서는 당황해도 호흡에 큰 문제가 없지만 물속에서는 당황하면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잠수사들은 휴식 시간에도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30년 경력의 한 민간 잠수사는 "평소에는 잠수 마치고 올라오면 담배를 피우거나 삼겹살에 소주 먹으면서 농담도 하고 재충전을 했다"며 "지금은 300여명이 희생·실종된 상황이다 보니 웃을 수도 없고 휴식 시간에도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위로와 응원이 잠수사들에게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사고 초기 "수색 작업에 소극적"이라고 채근하는 실종자 가족들 때문에 잠수사들이 괴로워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잠수사들이 목숨을 내놓고 시신 수습 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실종자 가족들은 모두 안다. 잠수사들 손을 꼭 잡고 "우리 애 좀 꼭 꺼내달라"고 고개를 숙이는 가족도 있고 떡과 고기, 음료를 사오는 가족도 있다.

한 잠수사는 "처음에는 우리에게 적대적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같은 부모 입장으로 다 이해한다"고 했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관계자는 "가족들이 원하는 곳, 붕괴됐더라도 실종자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곳은 어떻게든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정말....감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