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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남겨도 더 판다' 달라진 삼성 스마트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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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5 제조원가 올랐지만 애플과 달리 판매가는 내려
美서 1+1 행사… 판매 호조

삼성전자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 출시를 계기로 과거와 다른 마케팅·판매 전략을 쓰고 있어 주목된다. 삼성은 이전에는 갤럭시S 시리즈를 내놓을 때마다 디스플레이, 응용프로세서(AP), 배터리 등에 '세계 최초(World First)' 기술을 대거 적용하고, 이를 비싸게 판매하는 '초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써왔다.

갤럭시S5는 이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고 성능의 부품을 쓰는 것은 그대로지만, 출고 가격을 내리고 초반부터 대대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이 눈에 띈다. 한 대당 마진을 다소 줄이더라도 판매 물량을 늘려 이익을 확보하는 '박리다매(薄利多賣)'에 가깝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갤럭시S5, 덜 남겨도 더 판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갤럭시S5의 가격이다. 삼성은 해마다 갤럭시S 시리즈의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가격을 조금씩 올려 왔다. 하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판매 가격이 하락했다. 작년 미국에서 출시한 갤럭시S4는 899달러였고, 지난달 11일 내놓은 갤럭시S5는 699달러로 200달러가 싸졌다〈표 참조〉. 국내 판매가도 86만6800원으로, 이전 제품인 '갤럭시S4 LTE-A(출고가 95만4800원)'보다 8만8000원 저렴하다.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 가격 변화 그래프

초기 마케팅 전략도 달라졌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갤럭시S5 출시와 동시에 한 대를 사면 한 대를 더 끼워주는 '1+1' 행사를 시작했다. 유럽 지역 이동통신사 보다폰은 한 술 더 뜬다. 갤럭시S 시리즈의 구형 제품을 반납하고 2년 약정을 맺으면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5를 공짜로 준다.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의 대표 상품이 시중에 나오자마자 이례적으로 공짜로 팔리는 셈이다.

통신사가 스마트폰 판촉 마케팅을 벌일 때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은 스마트폰 제조사가 부담한다. "우리 제품을 많이 팔도록 도와달라"는 뜻에서 판촉비를 분담하는 것이다. 즉, 갤럭시S5가 해외에서 '1+1폰' '공짜폰'으로 팔리는 것은 삼성과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협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갤럭시S5는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善戰)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출시 한 달간 점유율이 약 30%를 차지했다. 갤럭시S4가 출시 초기 시장점유율이 17%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삼성은 구체적 숫자를 발표하긴 어렵지만 해외 판매도 순조롭다고 밝혔다.

부품 단가 올라도 판매가는 낮춰

삼성이 갤럭시S5의 가격을 낮추긴 했으나 제조원가는 예전 모델보다 더 올라갔다. 글로벌 조사업체인 IHS는 갤럭시S5에 들어간 부품 가격이 251달러(조립비 포함)로 갤럭시S4의 244달러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갤럭시S 시리즈의 부품 가격은 해마다 올라가고 있다. 제조 비용이 꾸준히 상승하는데도 판매가를 내리는 것은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오기 힘든 전략이다.

애플은 오히려 신제품의 부품 단가를 낮추면서 판매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전략을 쓴다. 아이폰5S(저장용량 16GB 기준)는 부품 가격이 198.7달러로 전작인 아이폰5(207달러)보다 낮다. 부품 가격이 오르면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이 오기 때문에 사전 주문과 대량 구매 등으로 사력을 다해 부품 가격을 관리하는 것이다.

반면 삼성은 부품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이 애플보다는 덜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부품 업체가 바로 삼성그룹 내에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메모리·응용프로세서(AP)·카메라·배터리 등을 직접 만든다. 최신 부품을 대량 조달하기에 경쟁사보다 여건이 한층 나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계열사 부품이라고 해도 품질이 떨어지면 가차 없이 배제하고 외부에서 조달하는 방식으로 품질 관리를 해왔다. 그 대신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의 까다로운 품질 관리를 통과하면 부품을 안정적으로 대량 공급할 수 있다.

삼성이 마케팅을 강화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지만 최고 성능의 스마트폰을 내놓아 업계를 선도한다는 전략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서강대 정옥현 교수(전자공학)는 "기능·가격·마케팅 정책을 보면 갤럭시S5는 초고가 프리미엄급이라기엔 석연치 않다"며 "삼성이 혁신 기술을 적용한 초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조만간 따로 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갤럭시S5의 화면 선명도를 2배 높인 업그레이드 제품(일명 '갤럭시S5 프라임')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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