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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장난감 가게도 못 피한 ‘아마존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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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식욕 어디까지… 美 산업계 전체 패닉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 토이저러스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해 9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토이저러스는 회생에 실패해 지난 14일 미국과 영국 사업 청산을 결정했다. 아시아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도 사업을 청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프라인 소매업계 역사상 최대 파산 및 청산 사례가 된 토이저러스의 몰락은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Amazon)과 맺은 ‘악마의 계약’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토이저러스는 2000년 아마존에 10년간 온라인 판매 독점권을 주는 계약을 맺었다. 처음에는 토이저러스가 이익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곧 다른 회사들과 계약을 맺으면서 토이저러스의 매출은 급감했다. 결국 토이저러스가 2006년 소송을 통해 계약을 파기했지만 아마존은 이미 장난감 시장을 장악한 뒤였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리오그퍼스트데이는 토이저러스의 파산에 대해 “아마존 때문에 파산한 27번째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아마존이 무서운 것은 단순 전자상거래 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자 그대로 ‘세상의 모든 것을 파는 가게(The Everything Store)’인 아마존은 오프라인 시장까지 집어삼키는 포식자로서 시장의 룰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마존의 끝없는 식욕은 어떻게 미국 경제의 악몽이 됐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마존은 현대 기업의 모든 규칙을 깨고 있다. 거의 모든 산업의 대기업들이 아마존이라는 한 회사로부터 전례 없는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마존의 지배력은 책, 전자제품,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소포 배달, 슈퍼마켓, 식품, 의류, 트럭 영업, 자동차 부품, 의약품, 부동산 중개, 화장품, 콘서트 티켓 발권업, 은행업 등 모든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람들은 아마존 때문에 다른 기업들이 망해가는 것을 ‘아마존의 저주(The Curse of Amazon)’를 받았다거나 ‘아마존화(化) 된다(To be Amazoned)’고 표현하고 있다.

1994년 제프 베조스가 자신의 차고에서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소위 ‘가젤 프로젝트 전략’으로 제국이 됐다. 가젤 프로젝트는 아마존 설립 초기 베조스가 “치타가 병약한 가젤의 뒤를 쫓는 것처럼 아마존은 영세 출판사를 공략해야 한다”고 말한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 새로운 분야에 진출했을 때 최저가 전략으로 경쟁사들을 초토화한 뒤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들어버리는 방식이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또 다른 산업에 진입해 시장을 초토화하는 총탄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처음 출발했을 때 베스트셀러나 신간을 정가의 40%까지 싸게 팔았다. 그리고 최첨단 물류창고를 지어 하루에 책 100만 상자를 배송했다. 고객들은 아마존의 빠른 배송에 중독됐고, 수많은 오프라인 서점들이 파산했다.

아마존은 최저가를 무기로 경쟁사를 공격할 뿐 아니라 위협적인 경쟁자를 일찌감치 인수해버리는 전략으로도 유명하다. 예를 들어 2009년 신발 쇼핑몰 자포스를 12억 달러(약 1조3600억원)에, 2010년엔 기저귀 쇼핑몰 다이퍼스닷컴을 5억 달러(약 5679억원)에 인수했다. 최근에는 유기농 식품 업체 홀푸드를 인수해 식품 체인업계를 초토화했다.

이로 인해 아마존이 시장에 뛰어드는 분야에서 기존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게 일상화됐다. 심지어 아마존이 특정 분야의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는 루머만 돌아도 관련 산업의 주가가 폭락하는 ‘아마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아마존은 미국 온라인 소비 지출의 40%를 장악하고 있다. 콘텐츠 분야에서도 2010년 아마존 스튜디오를 설립해 온라인 스트리밍, 영화, 드라마를 제작해 1위 넷플릭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선 선두주자이고, 인공지능(AI) 비서 플랫폼의 최강자이기도 하다. 여기에 보유 부동산 총액을 합하면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90개에 필적한다.

블룸버그는 “어떤 기업도 아마존 같은 지배력을 보인 적이 없다”면서 “아마존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베조스의 야망과 힘을 억누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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