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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베끼다 보니 성공했어요? 다시 쓴 삼성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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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언론은 말한다. 삼성이 애플 제쳤다고
2012년 11월 20일 (화) 18:38:20 조현상 whiteaubade@hanmail.net

전 세계적으로 치닫던 스마트폰 특허 전쟁이 새 양상에 접어들고 있다. 그간 다발적으로 벌어지던 특허소송에서 애플은 HTC와 협상을 마무리 지은데 이어 애플의 최대의 라이벌이라는 구글과의 전격적인 화해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과 삼성의 특허다툼은 점점 확대되는 양상이어서 애플의 화해 무드에 초대받지 못한 삼성에 대해 유독 말들이 많다. 삼성 분리 대응 전략인가? 아니면 애플의 괘씸죄가 적용된 것인가? 심지어 변방 아시아 기업에 대한 미국 자본주의의 텃세 의혹까지. 어쨌든 삼성은 신화를 다시 썼다. 국내언론이 그토록 원하던 애플 대 삼성 구도가 되었다.

갤럭시 아이폰을 재치다? 는 국내언론용, 애플VS삼성 구도는 허구

“시장분석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3ㆍ4분기에 갤럭시S3의 글로벌 판매량은 1천800만대로 아이폰4S의 1천620만대를 넘어섰다. 시장점유율은 갤럭시S3가 10.7%로 2분기 3.5%에서 7.2%포인트 급증한 반면 같은 기간 아이폰4S는 12.7%에서 9.7%로 낮아졌다. 스마트폰 시대 이래 단일 모델로 애플의 아이폰을 능가한 제품은 '갤럭시S3'가 처음이다.” 물론 여기까지가 국내언론들의 작태다. 작년 11월에 출시한 아이폰4S와 올 7월에나 출시된 갤럭시S3의 비교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갤럭시S3가 애플의 '아이폰4S'를 제치고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이 됐다는 것이다.

이제 막 출시한 2분기 시점에 점유율이 올라가는 갤럭시와 출시한지 6개월이 지난 아이폰4S가 점유율이 내려가는 것은 IT 기기의 시장수명이 6개월 안팍이라는 점을 들었을 때 오히려 12.7%에서 9.7%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을 법한 부분이다. 게다가 아이폰5동시에 판매되고 있는 4분기에는 말이다. 갤럭시S3가 아이폰4S를 넘어서려면 아이폰4S가 지난 6개월간 판매한 판매분이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어찌되었든 국내언론의 눈에는 갤럭시S3는 아이폰4S라도 이겨야 했던 것이다.

애플의 전쟁에 삼성은 일부였지만

국내언론의 이런 삼성사랑의 맥락으로 본다면 애플 대 삼성 구도는 당연한 것이고 애플이 삼성에 대해 위기감을 느껴야하는 것이 정상이다. 물론 이러한 관점을 뒷받침하는 사실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국내언론들은 삼성이 노키아를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의 왕좌에 등극한 것에 이어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애플의 ISO점유율을 압도적으로 앞섰다며 줄기차게 기사를 뽑아낸다.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전 세계 각 기업의 모든 스마트폰이 애플의 아이폰 하나 이기고 점유율을 앞선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찌되었든 삼성 그 싸움을 주도하는 입장이고 게다가 LCDㆍ메모리ㆍAP(중앙처리장치) 같은 핵심 부품까지 자력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분명 애플보다 나은 요소도 갖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애플이 대만 스마트폰 업체 HTC와 10년간의 특허 사용 협상을 맺은지 수일 만에 구글과 스마트폰 표준특허 사용에 합의하는 화해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국내언론의 애플과 삼성 구도 관점에서는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애플과 HTC간의 소송은 2010년 3월 애플이 자사의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며 HTC를 제소한 것을 시작됐다. 당시 소송은 애플이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제조사와 벌인 첫 번째 법적 분쟁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지난해 12월에는 HTC가 자사의 특허권 4건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추가 제소했다. ITC는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기술을 사용한 HTC 스마트폰 판매를 금지하기도 했다. 이런 양사의 분쟁이 지난 11일 급작스럽게 종료되었다. 이날 애플과 HTC는 양측은 모바일 기기 판매를 위협하는 특허 분쟁을 끝내고 향후 10년에 걸쳐 특허권을 서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구글과의 소송의 경우 사실 모토로라가 구글에 인수되기 전 애플이 모토로라에게 건 소송에서 시작됬다. 애플은 모토로라가 통신 표준특허 사용료를 과도하게 요구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모토로라가 인수된 뒤 이는 애플-구글 간 소송이 되었던 것. 이 양사 간의 화해무드는 HTC와의 화해 후 불과 5일 뒤에 표면화에 드러났다. 국내언론이 주로 인용하는 외신 블룸버그는 “애플이 구글 자회사인 모토로라 모빌리티와 중재를 논의하며 주고받은 편지들을 미국 위스콘신주 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위스콘신주 법원은 애플과 모토로라가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는 곳, 주고받은 편지에는 새로운 특허 분쟁을 추가로 제기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스탠드 스틸’에 대해 동의하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브루스 스웰 애플 수석부사장이 지난 8일 구글에 보낸 편지에서 “모토로라와 특허 분쟁을 완전히 끝내기를 원한다”고 밝혔으며 또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차별 없이 표준특허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프랜드(FRAND)’ 방식으로 특허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켄트 워커 구글 수석부사장은 “양사 간 건설적인 대화 가능성을 환영한다”며 “개별 쟁점을 각각 다루기보다 표준특허 전반에 대한 논의를 한 번에 해결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로써 국내언론들이 그렇게 소망하던 애플 VS 삼성의 대결구도가 가시화되었다. 애플의 안드로이드와의 전쟁은 끝나고 삼성과의 전쟁만이 남겨진 것이다.

애플 대 삼성 구도 원한 건 삼성과 국내언론뿐

스티브잡스 ‘갤럭시탭 미도착 즉시 사망’ 발언한 적 없어

팀쿡, 디자인 모방을 중단해달라고 삼성전자에 몇 번이나 요청했지만...

삼성도 전면전 환영?

신종균 삼성전자 IM담당 사장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HTC가 3000억원을 지불하기로 했다는 것이 사실인지 모르나 우리는 의사가 전혀 없다”며 애플과 화해 가능성을 일축함으로서 삼성과 국내언론이 그토록 원하는 대 애플 구도는 이로써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 다툼은 점점 확대되는 양상이다. 두 회사는 최근 상대방의 신제품인 아이폰5와 갤럭시S3를 특허 침해로 추가 제소했다. 삼성은 최근 애플이 HTC와 협상한 것에 대해 특허권 사용 합의문 복사본을 요구했다. 지난 1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은 애플ㆍHTC 간 특허권 사용 합의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애플 측 판매 금지 요구와 깊은 관련성이 있다며 합의문 복사본을 받을 수 있도록 애플에 명령해달라고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 연방법원에 요청서를 제출했다.

삼성은 애플과 HTC 간의 합의에 자사와 애플 간 진행하는 분쟁에서 문제시 되는 일부 특허가 포함된 것을 ‘확실하다’ 보고 있다. 그동안 애플은 삼성전자를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하면서 라이선스 비용 지급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애플 측 주장은 설득력이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애플은 언급을 하지 않았다.

현재 표준특허통신 기술에 있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기술특허.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나 유럽 통신표준연구소(ETSI) 같은 국제기구에서 정하고 있다. 표준특허권는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이를 타 업체에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프랜드(FRAND)’ 원칙에 따라 협상하게 되는데 1989년 독일 대법원 판례를 보아 알 수 있듯 표준특허를 사용하려는 이는 소유자에게 적절한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특허 침해로 간주되는 경우도 있어 향후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베끼기 기업일까? 정말 애플의 맞수일까?

업계에서는 삼성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소송 비용도 큰 부담되지 않아 애플과 쉽게 합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는 표면적인 문제이다. 애플과 삼성은 ‘표절과 모방’으로 엮인 미묘한 감정선이 대립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숫한 표절 의혹 속에서도 꿋꿋이 싸워왔고 결국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점령했다.

표절의 역사는 법원의 판결로 확정되겠지만 이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삼성 입장에서는 물러설 수 없게 만드는 자존심 싸움이다. 이는 애플의 입장에서도 동일하다. 과거 애플은 거대한 대기업인 IBM과 MS와 싸우며 버텨왔다. 그 싸움의 원동력은 ‘애플만의 독창성’ 즉 애플이라는 차별화된 기업이라는 자긍심 자체였다. 국내언론은 몇 년 전부터 줄기차게 애플이 삼성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전하기 바빴지만 애초 애플과 삼성의 싸움은 시장을 잠식당할까하는 우려가 아니라 ‘삼성이 우리 것을 베끼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로 시작되었다.

스티븐 잡스는 생전 안드로이드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잡스의 이런 자긍심에 의거한 분노는 삼성에 대한 위기감이 아니라 IOS와 비슷한 안드로이드 즉 구글에 향했다. 당시 소송의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발언은 애플 사외 이사로 있던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안드로이드를 만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한 기조는 잡스 후임으로 온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팀 쿡은 지난 8월 24일 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의 배심원 평결이 나온 직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삼성과의 법적 공방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강조하며 “디자인 모방을 중단해달라고 삼성전자에 몇 번이나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법정 분쟁을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블로그 미디어 ‘기가옴(GigaOm)’은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전에서 법원이 삼성의 베끼기를 인정한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라며 사실상의 베끼기 의혹에 동조하였다. 그러면서 기가옴은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창조했다면 삼성은 어떤 경쟁사도 따라오지 못할 수준으로 이를 모방해 현 경지에 이른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결과물이 지난 8월24일 미국 특허 본안소송 결과이다. 삼성은 배심원 평결에서 애플 7개 특허 중 6개를 침해했다면서 10억5천만 달러(약 1조1천400억원) 규모의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고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삼성은 애플이 자사의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ITC에 제소했지만 ITC는 지난 9월14일 ‘애플이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판결을 내렸다. 삼성은 예비판결에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애플이 서로 제기한 상호 특허 침해 소송 2건에 대해 모두 재심의하기로 결정해 이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함께 애플이 제기했던 삼성 측 프랜드 조항 남용 여부에 대한 판정(당시 무혐의 판정)도 다시 조사하기로 했다. 애플은 디자인 1건과 상용특허 3건 침해 판정으로 만족하지 않고 삼성 측 프랜드 조항 남용에 대한 무혐의 판정에 대한 재심사를 요청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현재 예측하기 힘들다. 삼성측은 “재심사 결정을 환영하며 최종 판정에서 삼성전자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대 애플 구도에서의 바람직한 자세다. 이로서, 본격적인 애플 대 삼성 구도가 갖춰졌다. 그동안 삼성과 국내언론들이 그토록 원하던 대등한 싸움이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 애플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아이패드와 경쟁중인 태블릿PC 업체들을 겨냥, 독설을 퍼 부은 적이 있었다. 그는 실상 “다른 태블릿 PC들이 아이패드 보다 화면이 작거나 아이패드처럼 3만개 앱도 이용할 수 없다”면서 모두 DOA 꼴이 날 것이라고 말하며 “이미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일반화돼 있는데 앱을 구현할 공간만 줄인 작은 사이즈는 명백히 잘못된 선택”이라고 강변했다. 이것이 바로 국내언론에서 유명했던 “갤럭시탭 미도착 즉시 사망”이었다.

이러한 잡스의 발언이 나오자 국내 언론들은 앞 다퉈 “스티브 잡스, 삼성 갤럭시탭? 넌 죽었어”, “스티브 잡스 독설...갤럭시탭 두렵나”, “애플 CEO 스티브잡스 ‘갤럭시탭 미도착 즉시 사망’ 독설” 등의 제목으로 마치 정말 애플 스티브 잡스가 삼성 갤럭시탭을 대단한 제품으로 여기고 두려워 해 독설을 퍼 부은 것처럼 보도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래서 언론은 말한다. 삼성이 애플 제쳤다고 그리고 애플과 삼성의 대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표절시비, 모방을 둘러싼 공방은 재판 결과가 나와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항간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성공한 삼성과 선발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치열하게 베끼는 삼성은 이제 분리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주문도 있다. 혹 ‘베끼다 보니 성공했어요’라고 말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결국 ‘삼성이 소송에서 마지막에 남은 이유는 가장 많이 베껴서가 아닐까?’ 에 대한 의혹은 삼성 스스로가 풀어야할 숙제인 것이다. 그리고 애플과 삼성 구도를 만든 국내언론들 역시 함께 풀어야 할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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