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심사

"막말땐 상담 안받아요"...IT업계 '감정노동' 변화바람 불까

728x90
반응형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컴파트너스’에서 ‘네이버쇼핑’ 입점 사업자의 문의사항을 처리하는 상담원 A씨는 전화로 하루에도 여러 번 폭언에 시달린다. 사업자가 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네이버쇼핑 입점을 요구하는 등의 문제를 제기하다가 상담원인 A씨에게 막말을 퍼붓는 식이다. 그런데도 A씨 등 컴파트너스의 상담원은 전화를 끊거나 상대방을 제지할 수 없어 가만히 앉아 폭언과 막말을 들어야만 한다. 네이버의 또 다른 손자회사로 일반 사용자의 포털 서비스 관련 문의사항을 접수하고 답변하는 업무를 맡은 ‘인컴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화는 물론이고 e메일과 팩스 등으로 고객의 폭언과 막말이 쏟아지는 것은 일상이다.

정보기술(IT) 기업이 개발자와 디자이너 중심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고객을 직접 대하는 상담원의 노력과 업무 성과는 큰 관심을 받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 노동조합이 이른바 ‘감정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단체교섭에 나서 IT 업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오세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장은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고객 상담원 등 감정노동자의 휴식권 보장과 상담 종료권을 확보하기 위해 컴파트너스와 단체교섭을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인컴즈에서도 교섭권을 확보한 뒤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네이버 노조는 컴파트너스에 폭언이나 막말, 욕설 등을 하는 고객의 경우 상담원이 ‘응대를 종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이는 서울시가 지난 5월 ‘다산콜센터’에 도입한 상담원 가이드를 준용한 것이다. 또 네이버노조는 한 상담원의 1일 휴게 시간을 기존 40분에서 80분으로 올리는 내용도 교섭안에 넣었다.

컴파트너스 로고
네이버 외에도 인터넷 기업과 게임사는 대부분 고객 상담 업무를 계열사에서 처리하고 있다. 실제 카카오(035720)도 자회사인 디케이서비스와 디케이비즈니스를 통해 포털 다음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등의 주요 서비스 고객 상담 업무를 진행한다. 다만 카카오에는 노조가 없어 단체교섭으로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사가 자체적으로 상담원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해 적용한 상황이다. 카카오 외에도 노조가 없는 대다수 인터넷 기업과 게임사는 자체 가이드를 마련했지만 일각에서는 “고객의 폭언과 막말을 회피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 지회장은 “네이버 계열사인 컴파트너스와 인컴즈의 감정노동 관련 단체교섭을 잘 마무리 해 IT 업계의 ‘롤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