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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아인슈타인은 자기 집 주소를 못 외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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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뇌과학으로 살펴본 '천재가 멍청한 짓을 하는 이유'

미국 뉴저지주 머서카운티 프린스턴시 머서가 112(112 Mercer Street, Prinston, Mercer County, New Jersey). 집주인은 20년이나 이 집에서 살았지만, 끝내 이 주소를 외우지 못했다. 매번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머리가 나빠서도 아니었다. 세기의 석학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었으니 말이다. 연구실에 앉아서 우주 삼라만상의 근원을 내다봤던 천재 과학자가 일상생활에서는 세 살 꼬마보다도 못했다는 것이다.

'20세기 수학의 신화'로 불리는 헝가리 수학자 폴 에어디시도 비슷하다. 그는 1475편의 논문을 썼다. 하지만 평생 구두 끈을 묶지 못했다. 운전을 그토록 하고 싶었지만 배우는 데 실패하고 남의 차를 얻어 탔다. 토마토 주스통을 열지 못해 팩 한가운데를 뚫어서 마시고는 그대로 냉장고에 넣은 일화도 있다. 주방은 온통 토마토 주스 천지가 됐다.

괴짜 과학자 네 명의 이야기를 그린 미국 시트콤 빅뱅 이론. 천재들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생활을 다룬다.
괴짜 과학자 네 명의 이야기를 그린 미국 시트콤 빅뱅 이론. 천재들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생활을 다룬다. / CBS 제공
흔히 지능지수(IQ)가 높으면 똑똑하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과 에어디시의 사례를 보면, 이들의 비범한 지능은 일상생활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심지어 아인슈타인은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와 난독증도 있었다. 이런 경우는 얼마든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사교성이 뛰어난 물리학자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자신의 인격을 자랑하는 여성들의 모임에서 "난 물리학자와 20년을 살았다"고 말한 여성이 1등을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물리학자는 늘 '독특한 존재'로 그려진다. 몇 년째 미국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빅뱅 이론' 역시 그렇다. 주인공 중 하나인 천재 과학자 셸던은 연애와 일상생활에는 젬병이다. 물리학자인 나머지 주인공들 역시 정신 수준이 비슷하다. 일반인들이 빅뱅 이론에 열광하는 것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라고 할 수 있다. 천재들이 평범한 나보다 더 멍청한 짓을 한다는 걸 바라보며 즐기는 것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왜 멍청한 짓을 할까. 이 질문은 심리학과 뇌과학의 오랜 숙제이다. 일단 '머리가 좋다'와 '똑똑하다'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인 로버트 스턴버그,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오즈렘 에이덕 교수 등 저명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IQ와 '지적인 것'은 같은 뜻이 아니다. 검사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IQ는 규칙을 알아채고 분석적인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이다. 표준 IQ검사는 '창의적 지능'과 '실용적 지능'을 놓치고 있다. 창의적 지능은 새로운 상황을 다루는 능력, 실용적 지능은 일을 완수해내는 능력이다.

특정 분야에 재능을 보이는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라고 해도 두뇌의 모든 부분을 잘 활용하기는 힘들다. 아인슈타인의 뇌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좌우 대뇌를 연결해주는 신경섬유 다발인 '뇌량'이 다른 성인 남성에 비해 두껍고 전전두엽, 좌반구 중 일부 뇌 영역 크기와 구조가 정상인과 약간 달랐다. 아마도 이 부분이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의 비밀일 것이다. 뇌는 각각 다른 역할을 한다. 뇌의 특정 부분이 발달하면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회성이나 실용적 지능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천재들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자기 고양적 편향'으로 해석하는 학자들도 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낫다고 여긴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자신이 평균 이상의 운전 실력을 갖췄다고 믿는다. 객관적으로 특정 기술에 최악인 사람들을 모아도, 역시 대다수는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고 말한다. 머리가 좋은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결국 천재라는 사람들은 자신이 머리가 좋다는 확신에 찬 나머지 다른 사람들의 지능을 무시하고 주변에 관심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왜 멍청한 짓을 할까'에 대한 답은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치원생조차 고민하지 않을 문제로 고민하는 천재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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