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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 직원 1500명, 로봇직원 300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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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화낙' 이나바 요시하루 회장]

전 세계 로봇시장 절반 점유, 제조업체가 영업이익률 40%
"로봇화땐 제조업도 경쟁력 충분… 일부러 해외로 공장 이전 안 해
아버지가 창업한 회사이지만 나도 장남도 주식 1株도 없어"

이나바 요시하루 회장 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전 세계 시장점유율 50%, 연 매출 7조원, 시가총액 60조원….

글로벌 초우량 기업 목록에 빠지지 않는 일본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화낙(FANUC)'에 붙는 수식어이다. 구글 같은 인터넷 회사도 아니고, 정부 보호를 받는 독점기업도 아닌 이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은 40%(2조8000억원)이다.

이런 화낙의 이나바 요시하루(稻葉善治·사진) 회장이 29일 강원도 평창의 '전국경제인연합회 CEO 하계 포럼'에 나타났다. 일본에서도 언론 인터뷰 안 하기로 유명한 그가 한국에서 한국 언론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년 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회사를 '비밀주의에 휩싸인 집단'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이나바 회장에게 화낙의 성공 비결부터 물었다. 그는 "항상 최신 기술을 반영했고, 늘 새로운 규격에 맞출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너무 싱거운 정답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말의 남다른 깊이를 볼 수 있다. 1972년 후지쓰에서 분사한 화낙은 애플·삼성전자·테슬라 등이 주요 고객이다. 특히 갤럭시·아이폰 등의 알루미늄 본체는 완벽에 가까운 정밀함이 필요한데 세계에서 이런 수준의 정밀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곳은 화낙이 유일하다. "화낙이 생산을 멈춘다면 전 세계 스마트폰 생산도 멈추고 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이 회사는 스마트 공장의 원조로 불린다. 일본 내 38곳 생산 공장에서는 직원은 1500명, 로봇 직원은 그 2배인 3000대가 일하고 있다. 제품 생산 공정의 80%를 로봇이 처리한다. 이나바 회장은 "일본처럼 인건비가 굉장히 비싼 나라에서도 로봇화를 통해 제조업이 충분히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화낙의 로봇은 '최신 기술'의 집합체이다. 화낙 제품엔 로봇이 스스로 공부하는 '머신러닝' 기술이 탑재돼 있다. 로봇이 스스로 최적의 생산 방식을 찾아내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진다. 이나바 회장은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 더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낼 때도 있다"며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이세돌)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도 머신러닝 덕분"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화낙의 로봇엔 '사물인터넷(IoT)' 기능도 적용돼 있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로봇과 로봇이 정보를 주고받으며 언제 고장 날지 미리 예측하고 때로는 로봇끼리 일을 나눠 부담을 덜고 상호 보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나바 회장은 "산업용 로봇은 생산용인 만큼 신뢰성이 중요한데, 이를 확보하기 위해 항상 최신 기술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나바 회장은 머신러닝과 사물인터넷으로 촉발될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제조 기업들은 어떤 규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갖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업이 융합되는 것을 뜻한다. 그는 "(신기술이 확산되면) 표준 규격이 정해지게 되는데, 향후 어떤 규격이 정해져도 우리 제품이 그에 맞출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낙은 독특한 지배 구조로 유명하다. 이나바 회장은 창업자 2세지만 화낙 지분을 단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채 회장 자리에 있다. 이나바 회장은 "아버지가 창업자이지만 후지쓰에서 사내 벤처로 사업을 시작해서 주식을 갖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저나 현재 화낙 전무로 일하는 장남도 주식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과거 한 헤지펀드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은 적도 있었 다. 그럼에도 이나바 회장은 경영권 유지를 위한 지분 확보를 하지 않았다. 실력만 있다면 기업 경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장남이 역량이 있다면 미래에 사장이 될 가능성이 있겠지만, (사장을 만들기 위해) 이러쿵저러쿵 간섭하지 않는다"며 "(누구든) 올바르게 경영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이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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