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인터넷은 검색과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 사회 관계망 서비스와 e메일, 쇼핑, 게임 등 방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가 이용하거나 입력하는 막대한 양의 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사용자가 요청할 때마다 웹브라우저 등에 제공하는 과정에서 수천, 수만 대의 서버 컴퓨터가 사용된다.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는 이러한 서버 컴퓨터들을 모아놓은 곳으로 서버의 열기를 식히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비한다.
냉각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정보기술기업(IT)들은 바람과 바닷물 등 자연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스웨덴 루레아에 데이터센터를 세워 북극의 찬 바람으로 서버 발열을 잠재우고 있다. 페이스북이 아일랜드 클로니에 건설할 데이터 센터는 풍력 에너지를 냉각에 사용한다. 구글이 핀란드 하미나에 세운 데이터 센터는 바닷물을 냉각수로 이용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8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인근 해역에서 시험용 해저 데이터 센터를 바닷속에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들보다 한술 더 떠 아예 바닷속에 데이터 센터를 설치하는 시험을 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 운영에서 발생하는 냉각 비용을 줄이고, 데이터 센터를 효율적이고 빠르게 증설하기 위해서다.
이달 1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는 바다 아래에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만드는 ‘나틱’(Natick)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웹사이트에서 “관리 운용 면에서 더 빠른 권한 설정과 저비용, 신속한 반응은 물론 지속 가능한 친환경성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저 데이터 센터…에너지·시간 등 비용 절약 효과 커
수천 대의 컴퓨터 서버들이 내뿜는 많은 열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면 데이터 센터의 서버들은 멈추고 만다. 서버의 안정적 운영이 필수적인 정보기술기업들에게 냉각과 거기에 소비되는 비용은 적지 않은 고민거리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관련 기사에서 “해저 데이터 센터는 정보기술 분야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냉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저 데이터 센터는 웹서비스를 더욱 빠르게 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해안에 인접한 도시에서 살고 있어 데이터 센터를 해저에 만들면 그만큼 인터넷 속도 등이 빨라지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진은 캡슐형 데이터 센터를 대량 생산하면 새로운 데이터 센터 설치에 걸리는 시간을 현재의 2년에서 90일로 줄여 막대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에서 100개 이상의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현재도 데이터 센터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150억달러 이상을 데이터 센터 운영에 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신기술 연구팀인 ‘NExT’의 공학자들은 2014년부터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의 성능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넥스트 팀을 이끌고 있는 피터 리는 뉴욕타임스에 “스마트폰 이용자는 자신이 이 놀랍도록 작은 컴퓨터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클라우드로 불리는 100개 이상의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수십억명이 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쓴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막대한 양의 컴퓨팅 작업이 이뤄지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해저 데이터 센터의 내부 모습. 사진출처:마이크로소프트
연구진은 강철로 만든 지름 2.4m의 백색 원통(캡슐)에 데이터 센터를 구축해 이를 미국 중부 캘리포니아에 인접한 태평양 해저 9.1m(30피트) 지점에 설치했다. 이 시험용 데이터 센터는 ‘레오나 필폿’으로 불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 게임 ‘헤일로’에 나오는 한 캐릭터 이름이다. 캡슐 안에는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컴퓨터들이 들어 있고 내부는 고압 질소로 채워 컴퓨터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해저 데이터 센터는 최근 105일간의 시험 운영을 성공리에 마쳤다. 해저 환경은 즉각적인 수리가 불가능해 데이터 센터가 고장나거나 침수되면 상당기간 서버 접속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캡슐은 설치 장소의 환경을 정확히 파악하도록 압력과 습도, 움직임과 해저의 다양한 환경을 측정하는 100개에 달하는 센서들을 갖추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해저 데이터 센터가 인간의 수리 없이도 5년 동안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해저 데이터 센터 설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히 조사하고 있는데 데이터 센터 내부에 설치된 냉각팬이 작동하는 소리는 외부에서 들을 때 새우가 몸을 꿈틀댈 때 나는 소리보다 작았다고 전했다. 데이터 센터에서 발생하는 열도 캡슐에서 몇 센치 떨어진 곳에서는 감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수온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했다.
연구진은 현재보다 3배 큰 데이터 센터 시스템 설계에 착수했다. 바다의 조력을 이용한 발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업과의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력 발전 프로젝트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와 북유럽 인근 바다가 내년 시작될 새로운 시험의 후보지로 꼽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해저 데이터 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은 모두 센터 자체에서 만들어내는 조력 발전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IT’…국내선 네이버가 가장 앞서
인류 문명의 시작에서부터 2003년까지 사용했던 데이터의 양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데이터의 이틀 치도 안 된다. 2013년 44엑사바이트였던 데이터 사용량은 2017년이 되면 121엑사바이트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2014년 25억명이던 인터넷 사용 인구는 2019년 57억명으로 늘어나고, 2013년 22억명이던 모바일 인터넷 가입자 수 역시 2020년이 되면 59억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센터가 처리하고 보관하는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용하는 전력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에서 소비되는 전력 중 절반은 서버 열기를 식히는 데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이 사용하는 전력량은 6840억kwh로 2013년 기준으로 서울시가 15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세계 정보통신기술협회인 ‘글로벌 전자 지속 가능성 이니셔티브’(GeSI)는 앞으로도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전력소비량이 꾸준히 늘어나 2020년이면 약 60% 증가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경우 연평균 45%씩 성장해 2013년 기준 26억kwh의 전력을 소모했는데 이는 한 달 간 약 12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구글의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전력 수요의 1.5% 이상을 소비하고 있고 과거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제주도로 본사를 옮겼을 때 데이터센터도 함께 이전하지 못한 것은 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이 제주도 전체 전력 소비량을 넘어서 이를 충당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필요량은 늘어나는 반면 화석발전과 원전은 점점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이 초래할 환경 오염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나 투자자들은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기업으로 소비와 투자를 옮기고 있다. 그린피스는 ‘급속도로 팽창하는 IT산업계가 재생에너지와 접목해 발전하지 않으면 인류에게 최대 재앙이 될 수 있는 지구 온난화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2009년 미국에서 ‘쿨 IT(Cool IT)’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미국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정보기술기업들은 앞다퉈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원을 교체하고 있다. 그 결과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세일즈포스 등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애플은 미국내 데이터 센터 운영에 활용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중국 내 애플 공장에서도 100% 재생에너지를 쓰겠다고 공언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46%와 49%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공약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클라우드 서비스회사 중 하나인 아마존 웹서비스(AWS·Amazon Web Service)는 지난해 11월 올해 초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에 설립되는 아마존의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적으로 12번째, 아시아 지역에서는 5번째로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하게 된다.
‘그린 IT’에서 가장 앞선 국내 기업은 네이버로 평가받는다. 그린피스가 지난해 6월 발표한 국내 주요 7개 IT 기업 데이터 센터의 재생에너지 성적표를 발표한 결과 네이버는 ‘A’라는 합격점을 받았고, 반대로 카카오는 ‘F’로 낙제점을 받았다. 네이버가 ‘A’를 받았던 배경에는 그린피스의 조사에 적극 응했고, 국내 IT기업 최초로 재생가능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한 이유가 크다. 카카오가 낙제점을 받은 것은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2013년 6월 국내 인터넷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강원도 춘천에 자체 데이터센터 ‘각’을 세웠다. 춘천은 연 평균 기온이 국내에서 가장 낮은 지역의 하나로 인근 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이 자연스럽게 건물을 타고 넘거나 건물 내부를 통과해 서버실로 흘러 들어가 열을 식히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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