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1과 아이폰 11 프로에는 애플이 독자 설계한 'U1'이라는 이름의 칩이 들어갔다. U1 칩은 UWB(ultra-wideband) 포지셔닝, 즉 사물의 매우 정확한 위치를 찾는 기능을 제공한다. UWB는 펄스 라디오(pulse radio)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난 수년간 군사용 앱과 의료용 앱에 사용됐다. 그러나 UWB의 가장 큰 특징은 RTLS(real-time locating systems)와 매우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애플이 이 칩을 활용하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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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WB에 관한 한 아이폰은 주요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그리고 유일하게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다.
UWB 분야에서 애플의 이런 행보는 몇 년 전 블루투스 4.0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블루투스 3.x에서 4.0으로의 전환은 꽤 급격한 것이었고, 수개월간 블루투스 4.0을 지원하는 주요 업체는 애플뿐이었다. 실제로 아이폰 4S는 블루투스 4.0을 지원하는 첫 주요 스마트폰이었고 아이패드는 첫 태블릿이었다.
UWB 기술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
UWB는 물체의 위치를 30cm 정확도로 표시할 수 있다. 최대 오차가 이 정도다. 벽을 쉽게 통과하면서도 와이파이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데이터를 최대 8mpbs 속도로 전송하는데 이는 블루투스보다 더 빠르다. UWB는 위치를 나타내는데 '비행시간(time of flight)'을 이용한다. 즉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신호의 시간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물체의 방향뿐만 아니라 얼마라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확인한다. UWB는 인체도 안전하게 통과하는 속성이 있다. 또한 비행시간을 통한 측정 방식은 거리를 재는 더 정확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UWB 기술은 앞으로 대부분의 블루투스 LE는 물론 RFID까지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블루투스 LE와 마찬가지로 RFID는 널리 쓰이고 있고 이미 상용화됐지만, UWB는 이보다 더 정확하고 현재 사용되는 다른 무선 표준 환경과 호환된다. 특히 병원의 경우 의료기기와의 간섭으로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UWB 기술의 장점은 분명하다.
애플은 이미 UWB '괴물 기기'를 만들고 있다
애플은 U1 칩을 '거실에서 사용하는 GPS'라고 표현한다. U1을 이용하면 에어드롭(AirDrop)을 이용해 파일을 특정 방향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표현은 애플이 U1의 기능에 대해 유일하게 밝힌 활용 사례다. 즉 에어드롭으로 파일을 보내려는 사람을 향해 아이폰을 가리키면 그 사람의 기기가 가장 먼저 리스트에 나타난다. 이 기능은 9월 30일에 나올 iOS 13.1부터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이런 기능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는 약간의 편리함일 뿐이다. 매우 단순한 '애플 스타일'의 기능 개선인 셈이다. 하지만 이는 애플의 거대한 그림의 '시작'일 뿐이다.
루머와 유출된 정보 등에 따르면, 애플은 태깅 추적기 '타일(Tile)' 같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타일은 블루투스 태그를 이용하는데, 열쇠나 지갑, 애완견 등에 붙이면 잃어버렸을 때 타일 앱을 이용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모든 것이 한 곳에 있다고 나타난다면 개가 열쇠와 지갑을 삼킨 것일 수도 있다). 애플이 개발 중인 것은 흰색의 작고 둥근 태그를 붙여 무엇이든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기기다. 명칭은 '애플 태그(Apple Tags)', 코드명 'B389'로, 애플이 곧 판매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제품은 UWB를 이용하므로 타일 제품보다 더 정확도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태그를 부착한 물품은 '파인드 마이(Find My)' 앱에 다른 애플 기기, 친구 등과 함께 표시될 것이다. 현재는 내 키 찾기, 내 아이패드 찾기 등으로 별도 앱이지만 결국 하나의 앱으로 통합될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또 다른 활용 가능성은 증강현실(AR) 인터페이스를 도입하는 것이다. 방을 따라 휴대폰을 비추면 가상의 붉은 혹은 노란 풍선이 잃어버린 물건이 있는 장소를 보여주는 식이다. 또한, 필자는 애플이 1~2년이면 서드파티 개발자가 U1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U1 기능은 증강현실 게임이나 앱의 핵심 기능이 될 것이다.
또한 B389를 이용하면 태그를 붙인 제품을 잃어버리지 않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안전한 위치(Safe Locations)를 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품이 이 구역을 이탈하면 앱에서 알림을 주는 식이다. 만약 애플 태그를 붙인 지갑을 우버에 놓고 내렸다면 어떨까? '파인드 마이' 앱을 열어 분실 모드(Lost Mode)로 설정하면 다른 애플 사용자가 알림을 받게 되고 지갑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필자는 애플이 UWB와 U1 칩을 활용하는 더 큰 그림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아이비콘(iBeacons)이다. 애플의 비콘 시스템으로 2013년 소매점, 공공장소, 다른 애플리케이션용 제품으로 공개됐다. 아이비콘의 기반이 되는 개념이 앞서 살펴본 상황과 비슷하다. 위치 센서를 모든 곳에 놓고 아이폰이나 다른 기기를 가진 누군가가 길을 찾거나 공간 인식이 접목된 행동을 할 수 있다. 올해 초 애플이 유럽에 출원한 특허를 보면 이 아이비콘의 UWB 버전이 포함돼 있다. '노드 앵커(Node Anchors)'라는 이름이 붙었다
애플의 아이비콘은 현재 블루투스 LE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정확성이 떨어진다. 반면 UWB 버전 아이비콘은 거리 오차를 주변에 서 있는 다른 사람을 통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또는 적은 양의 전력으로 다른 기기를 감지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UWB 버전 아이비콘은 정확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한편 일부 자동차 업체도 무선 시동키에 UWB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무선 중계 가로채기(wireless relay theft)를 차단해 보안이 더 강력하기 때문이다. 무선 중계 가로채기는 차고에 세워둔 자동차를 훔치기 위해 무선 시동키의 신호를 감지해 변조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런 보안의 이점을 고려하면 애플이 아이폰을 이용해 안전하게 자동차 잠금을 해제할 수 있게 자동차 업체가 U1 칩을 지원하도록 설득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UWB 기술 관련 큰 그림은 또 있다. 수년 전 애플은 '인도어 서베이(Indoor Survey)'라는 앱을 내놓았다. 기업이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신호의 세기를 이용해 실내 지도를 만들 수 있다. 아이비콘 기술을 사용하는데, 실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상점과 행사장 앱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불과 몇 주 전 애플은 조용히 인도어 서베이를 업데이트했다. 디자인을 전면 개선하고 사용법 학습 기능을 넣었다. 지도상의 여러 지점에 메모를 할 수 있는 노트 기능이 추가됐고 새로운 IMDF(Indoor Mapping Data Format)도 지원한다. 인도어 GPS 기능을 공개하기 불과 몇 주 전에 인도어 맵핑 앱을 개선했다는 것은 정말 우연일까? 필자는 아니라는 쪽에 걸겠다.
아이폰의 새 카메라는 충분히 즐길만하다. 그러나 더 큰 실제적인 혁신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애플의 U1 칩과 UWB 서비스는 '사물 태깅'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우리 모두를 인도할 것이다. 이 세계에는 AR 게임, 주행 앱, 고해상도 인도어 행사장 지도 등 무궁무진한 것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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