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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구조조정 박차.. 무선사업부 먼저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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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최근 유럽 시장에서 노트북PC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 5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작년 4분기에는 동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노트북 판매를 중단했다. 실적이 부진한 PC 사업을 지역별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비상이 걸린 삼성전자가 최근 한계에 부딪힌 사업을 정리하고, 인력도 재배치하는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호황을 누리면서 지나치게 비대해진 조직을 정리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비상 대책의 일환이다.

◇위기의 삼성전자, 사업 정리·인력 재배치

삼성의 구조조정 분위기는 올 초부터 감지됐다. 현재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 올 1월 하와이로 출국하면서 '마하 경영'을 언급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마하 경영이란 제트기가 음속(1마하·초속 340m)을 돌파하려면 설계부터 엔진·소재·부품을 모두 바꾸는 것처럼 삼성도 체질과 구조를 모두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2분기 실적이 '어닝쇼크'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본격적인 구조조정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사업 조정과 더불어 인력을 대거 재배치하는 중이다. 지난달에는 무선(IM)사업부의 소프트웨어 담당 인력 500명을 생활가전,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등으로 옮겼다.

이들 대부분은 삼성전자의 독자 운영체제(OS)인 '타이젠' 개발담당 인력으로 알려졌다. 무선사업부에서 타이젠을 적용한 스마트폰 출시가 지지부진하지만 다른 사업부에서는 이미 타이젠OS를 이용한 TV, 스마트홈 서비스 등을 선보이는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다.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거 충원해 스마트홈 구축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은 "내년 CES에서는 타이젠TV를 대거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7월에는 서울 서초사옥에 근무하던 재무·인사 부문 인력의 15%(150여명)를 경기도 수원, 기흥 등 현장으로 전진 배치했다.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무선사업부는 이미 비용 절감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임원급도 10시간 이내의 해외 출장에는 이코노미석을 타기로 했고, 성과급도 25%씩 반납했다. 각 사업부의 소모성 경비 역시 내년에는 크게 줄일 예정이다.

◇"연말 희망퇴직 받는다" 소문도

전자 관련 계열사도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삼성전기는 7월부터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주도하는 경영진단을 받고 있다. 삼성전기는 작년 4분기 359억원의 적자(赤字)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실적이 저조한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납품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하자 실적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경영진단 결과가 나오면 인력 감축, 사업 조정 등 후속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테크윈은 지난달 24일 경남 창원의 CCTV 생산 공장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중국 톈진(天津)에 있는 CCTV 공장만 운영하고 국내 공장은 더 이상 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삼성테크윈은 설명했다.

삼성전자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구조조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계사업을 정리하면 당장 인력 절감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때문.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 국내 임직원 수가 9만5976명으로 1분기보다 396명 줄었다. 직원 수가 감소한 것은 2012년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분사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A차장은 "실적이 계속 떨어지자 동료들 사이에 '올 연말쯤 희망퇴직을 받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이 크게 악화됐던 삼성생명·삼성증권 등 금융 관련 계열사는 이미 지난 4월 희망퇴직을 실시해 임직원 13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올 연말 임원 인사에서도 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사장만 5명일 정도로 임원이 많다. 스마트폰 세계 1위를 달성한 공으로 대규모 승진이 이뤄진 덕분이다. 하지만 조직이 너무 커져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전략적 판단이 늦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는 승진 폭은 줄이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서강대 정옥현 교수(전자공학)는 "위기에 직면한 삼성전자는 조직을 슬림화하고 다변화된 제품군을 조정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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