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심사

158억 소송’에 짓눌린 한진중 노조간부 끝내…

728x90
반응형

22개월만에 복직했지만 일감 없어 생활고 절망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 유서 남기고 목매

정리해고를 당한 지 1년10개월여 만에 복직했으나 일감이 없어 생활고를 겪던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가 ‘158억원 손해배상 철회하라. 민주노조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에 “박근혜가 대통령 되고 5년을 또…”라고 적어,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에 실망했음을 내비쳤다.

21일 아침 8시30분께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복지회관 4층 노조 사무실 안 대회의실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 최강서(35)씨가 창문 옆 1.5m 높이 소방용 비상기구에 목을 매 있는 것을 문영복 수석부지회장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최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전 9시41분께 숨졌다.

문 수석부지회장은 “노조 사무실에서 잠자고 있는데 새벽 3시쯤 최씨가 들어왔다.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 최씨를 깨웠는데 일어나지 않았다. 외부 홍보활동을 마치고 오전 8시30분쯤 다시 회의실로 와보니 최씨가 목을 매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전날인 20일 저녁 7시께 자신의 휴대전화에 유서를 남겼다. 그는 “나는 회사를 증오한다. 자본 아니 가진자들의 횡포에 졌다.… 심장이 터지는 것 같다”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그는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원 죽으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자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5년을 또…”라고 적었다. 한진중공업은 2010년 12월~지난해 11월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을 벌였던 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지회를 상대로 15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상태다. 차해도 한진중공업지회장은 “노조가 위기에 내몰린 것을 괴로워하던 최씨가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패배하자 절망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진 자본이 최씨를 벼랑길로 내몰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씨는 유서에서 노조원들한테 “지회로 돌아오세요. 동지들. 여태껏 어떻게 지켜낸 민주노조입니까”라고 호소했다. 한진중공업지회 노조원 700여명 가운데 570여명이 대화를 통한 해결을 중시하는 새 노조로 옮긴 것에 대한 하소연으로 보인다. 회사 쪽은 ‘오는 26일까지 4층 노조 사무실을 밖으로 옮기라’는 공문을 두 차례 보냈다.

최씨는 옷에 넣어둔 A4 용지 2장짜리 유서에서도 “민주노조 사수. 158억원”이라며 노조를 걱정했다. 그는 “(가게의) 손해가 무섭다. 돈이 무섭다”며 장기간 정리해고와 휴업으로 비롯된 생활고를 힘겨워했음을 드러냈다. 노조 관계자는 “정리해고 뒤 누나와 함께 가게를 했는데 잘 안됐던 것으로 안다. 복직 뒤에도 급여가 절반으로 줄어, 5살과 7살인 두 아들까지 가족 4명이 살기에는 빠듯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오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 쪽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강제 정리해고 및 무기한 휴업이 최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회사 쪽에 소송 철회와 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최강서 열사 투쟁대책위원회를 꾸려 저녁 7시30분께 한진중공업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고인의 주검은 영도구 구민장례식장에 안치됐다.

회사 관계자는 “일감이 없어 임직원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안타깝다. 유족과 협의해 장례가 원만히 치러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해 11월 노사 합의서에는 ‘개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취하하고 노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최소화한다’고만 했다. 현재 진행되는 소송은 노조원 개인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