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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는 사악하다" 구글 한방 날린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는 실리콘밸리 최고 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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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안드로이드는 ‘자바(Java)’를 베꼈다.”
“래리 페이지(구글 창업자)는 사악하다.”
“안드로이드는 310억달러(37조원)을 벌었다.”

"페이지는 사악하다" 구글 한방 날린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는 실리콘밸리 최고 악동

천하에 무서울 것이 없었던 구글이 호적수(好敵手)를 만났다. 세계 2위 소프트웨어업체,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관리개발업체 오라클이다. 구글 안드로이드가 자바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고 구글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 온 안드로이드 매출을 세상에 까발렸다.

구글을 향한 오라클의 거침없는 공격 뒤엔 40년 가까이 회사를 진두지휘해온 ‘실리콘밸리의 영원한 악동’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사진) 창업자가 있다. 그는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가 “사악하다”며 공개 인터뷰까지 했다. ‘사악하지 말자(Don’t be evil)’는 구글의 모토다.

◆ IBM 일급 기술을 낚아채 희대의 히트 상품 만들어

1944년 뉴욕의 유대인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엘리슨은 유대인 중산층에 입양됐다. 대학교를 중퇴하고 실리콘밸리 일대 히피 문화를 탐닉하다 기술직을 전전한다. 1977년 5월 전 직장 상사인 밥 마이너, 에드 오츠 등과 소프트웨어개발연구소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당시 컴퓨터 기술의 중심은 IBM이었다. IBM연구소는 1976년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에 관한 논문을 잡지에 공개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관리 기술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논문이었지만, 정작 IBM은 이 기술을 주목하지 않았다.

이 기술을 낚아채 희대의 히트 상품을 만든 것은 엘리슨이었다. 그는 이 기술을 이용한 데이베이스 소프트웨어 ‘오라클 2.0’을 만들고 1982년 사명도 오라클로 바꾼다. 1984년부터 오라클은 매출액이 매년 두 배 가까이 늘며 고속 성장했다.

‘공룡’ IBM은 다가올 시장을 예측하지 못하고 PC용 칩과 PC용 운영체제 그리고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에 차례로 넘겨주고 말았다.

◆ 자바·솔라리스 탐낸 엘리슨...선마이크로시스템즈는 역사 속으로

2000년대 들어서 엘리슨은 인수합병(M&A)으로 회사 몸집을 불려 나갔다. 2003년 적대적 M&A로 인적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사 피플소프트를 인수했으며, 2005년에는 독일의 소프트웨어 공룡 SAP을 따돌리고 재고 및 유통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레텍을 손에 넣는다. 지난 10년간 오라클은 100개 넘는 회사를 먹어치웠다.

오라클과 선 합병이 진행중이던 2009년 래리 엘리슨 전 오라클 CEO(오른쪽)가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인 정보기술(IT) 포럼인 `처칠 클럽'(CHURCHILL CLUB) 행사에 참석해  에드워드 잰더 전 모토롤라 CEO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블룸버그
오라클과 선 합병이 진행중이던 2009년 래리 엘리슨 전 오라클 CEO(오른쪽)가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인 정보기술(IT) 포럼인 `처칠 클럽'(CHURCHILL CLUB) 행사에 참석해 에드워드 잰더 전 모토롤라 CEO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블룸버그

그 중에서도 2009년 4월 오라클이 79억달러에 전격 인수한 선마이크로시스템즈는 구글과 벌인 자바 특허 소송의 출발점이 됐다. 당시 선은 IBM과의 피인수 협상이 결렬된지 불과 15일 만에 오라클이 최종 인수자라고 발표했다. 오라클은 IBM이 부른 가격보다 주당 0.1 달러로 높여 선을 인수했는데, 이는 당시 선 주가보다 42% 가량 프리미엄을 붙인 것이다.

사실 오라클과 선은 ‘유닉스(운용체제의 한 종류)’ 시대에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다 ‘네트워크컴퓨터(NC)’를 강조한 회사라는 점도 같은 시대를 풍미했다는 방증이다. NC란 인터넷 접속 기능만 갖춘 일종의 멍텅구리 단말기다. 이 개념은 오늘날 인터넷으로 접속해 각종 자원을 끌어쓰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의 기반이 됐다. 유닉스 시대의 두 스타는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인수합병함으로써 한 시대가 끝났다는 점을 알렸다.


안드로이드 / 블룸버그
안드로이드 / 블룸버그

오라클은 선 인수로 당시 10억대 이상의 컴퓨터에서 쓰인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와 유닉스 계열 컴퓨터 운영체제 ‘솔라리스’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했다. 엘리슨은 선 인수를 밝히면서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와 결합해 최적의 상태로 원스톱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엘리슨은 선을 인수하자마자 구글과의 소송전에 나섰다. 2010년 오라클은 구글 안드로이드OS가 자사 소유의 37개 자바 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저작권을 침해했다며 고소했다.

◆ 구글의 이중성 집요하게 파고 들어 세기의 소송은 원점으로

래리 엘리슨이 구매한 호화 요트 / 블룸버그
래리 엘리슨이 구매한 호화 요트 / 블룸버그

엘리슨은 위악자(僞惡者)에 가깝다. 성형 수술을 하고 젊은 여성과 염문을 뿌리고 결혼과 이혼을 밥먹듯이 했다. 호화 요트와 자가용 비행기를 구매하고 일본식 정원에 미쳐서 산다. 스캔들이 터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엘리슨은 돈을 물 쓰듯 쓰며 멋대로 살았다. 실리콘밸리에선 할리우드 스타를 방불케하는 난잡한 사생활이 회사 마케팅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도 있다.

그런 엘리슨은 구글을 ‘위선자(爲善者)’라고 공격한다. ‘사악하지 말자(Don’t be evil)’라는 모토를 자랑스럽게 걸어놓은 구글을 특허 라이선스료를 주지 않고 비밀리에 거액을 버는 사악한 집단으로 규정하는 것이 엘리슨이 펼치는 공격의 포인트다.

그는 2013년 미국 CBS 대담 방송에 출연해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가 오라클의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불법으로 사용했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안드로이드 휴대전화를 쓰는 것은 오라클 자바툴을 사용한 것”이라면서 “오라클이 구글과 경쟁하는 제품이 하나도 없는데도 (오라클이 소송을 거는 것은) 그들이 한 짓이 정말로 사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오라클 측 변호사인 애닛 허스트가 안드로이드의 실적을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은 2008년 출시한 안드로이드로 매출 310억달러, 이익 220억달러를 올렸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정보기술(IT)업계는 술렁였다. 구글이 공개 소스 코드인 안드로이드로 예상을 뛰어넘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 블룸버그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 블룸버그

엘리슨의 공격은 소송을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2012년 내려진 오라클 대 구글 재판의 1심 판결에서는 구글이 이겼지만, 2014년 5월 항소심에서는 오라클이 승소하며 분위기가 역전됐다. 2014년 10월 연방대법원은 구글의 상고 신청을 기각했다. 현재 두 회사의 소송은 1심 법원에서 다시 진행되고 있다.

세기의 소송에서 엘리슨에게 한가지 걸림돌이 있다면, 나이다. 엘리슨은 70세였던 2014년 9월 CEO직을 사임하고 CTO 겸 이사회 의장으로 일하겠다고 밝혔다. 창사 이래 처음 있었던 CEO 교체였다. 엘리슨은 1944년 생이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1973년 생이다.

어쩌면 이번 소송은 세대 간의 소송일 수 있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로 매출을 올리는 세대와 소프트웨어는 공짜로 뿌리고 광고로 돈을 버는 세대간의 대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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