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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노부부 전재산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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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남매를 키우려면 늘 부지런해야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채소를 팔았다. 돈을 모으는 방법은 아끼고 또 아끼는 것뿐이었다. 해진 내의를 입고, 양말은 기워 신고, 한겨울에도 난방을 아껴 아이들을 키우고 돈을 모았다. 그렇게 평생 모은 재산이 10억원. 하지만 마지막엔 아낌없이 기부하고 떠났다. 지난달 26일과 28일 선종(善終)한 홍용희(비오·82)·한재순(미카엘라·83) 부부 얘기다.

한재순씨는 지난해 12월 둘째딸 기명(레지나·55)씨와 함께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을 찾아갔다. 1억원짜리 수표 9장을 건네며 말했다. “저는 죄인입니다. 세상에 나와서 잘한 일이 없습니다. 좋은 데 써주세요. 옹기장학회(고 김수환 추기경 설립 장학재단)를 위해서도 써주세요.” 한씨는 며칠 뒤 한 수도원에도 1억원을 기부했다. 통장에는 280만원이 남았다.

채소장소로 평생 모은 9억원을 정진석 추기경을 통해 기부한 고(故)홍용희, 한재순씨 부부의 생전모습./유가족 제공
딸이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아끼며 사셨어요….” 어머니는 답했다.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쓰고 싶은 거 다 쓰면 하느님 앞에 가져갈 게 뭐가 있겠니.”

홍기명씨는 “어머니는 추기경께 기부금을 전한 뒤 아버지가 계신 요양원으로 가 손을 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소식을 전하셨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신 뒤에도 새벽 4시까지 감사 기도를 드리셨다”고 했다.

남편 홍씨가 먼저 떠나고 이틀 뒤 아내 한씨도 별세했다. 부부의 장례미사는 지난달 30일 서울 대치동성당에서 함께 치러졌다. 정진석 추기경은 동서울지역교구장 대리 황인국 몬시뇰이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 “두 분이 평생 근검절약해 모은 재산은 단순한 재물이 아니라 부부의 평생의 삶이라고 생각한다”며 “선행이 생전에 이웃에게 알려지는 걸 꺼리셨기에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감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두 분의 뜻이 세상에 더 널리 퍼져 더 많은 이들에게 은총과 선익(善益)이 될 것을 믿는다”고 했다.


정말로...대한민국을 아름답게 하시는 분들은 따로 있습니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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