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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카톡 토끼'의 실체는 단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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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프렌즈 열풍
설 연휴 새해 인사 대신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福고양이 이모티콘 유행

캐릭터마다 스토리 있어
평범한 고양이였던 ‘네오’
머리카락 길자 도도해져
부잣집 개 ‘프로도’와 연인

완구 등 관련상품도
2030 여성 겨냥한
빵·도넛·치약 등장


	카카오프렌즈
단발머리의 푸른색 고양이가 문 앞에 복주머니를 '툭' 하고 내려놓는다. 지난 설 연휴 카카오톡을 비롯한 모바일 메신저에서 새해 인사 대신 유행한 '복(福)고양이' 이모티콘<아래 작은 그림> 이다. 고양이 모습은 카카오톡 이모티콘 대표 캐릭터 '카카오 프렌즈' 중 하나인 '네오'를 본떠 그린 것. 황혜정 다음카카오 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는 "다음카카오에서 만들어 내놓은 이미지가 아니라 이용자들이 직접 만들어 새해 인사용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2012년 9월 처음 출시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스마트폰 화면을 뛰쳐나와 일상에 스며들었다.

지난해 방영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선 악역을 맡은 배우 신성록에게 카카오프렌즈의 개 캐릭터와 닮았다는 이유에서 '카톡 개'라는 별명이 붙었다. '카카오프렌즈'는 각종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단골 소재다. 최근엔 KBS2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복숭아 캐릭터를 패러디하기도 했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점유율 92%(KT경제경영연구소 집계), 이용자 수 3741만명인 카카오톡의 힘이다.

'카톡 토끼'의 실체는 단무지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는 모두 일곱 가지. 흔히 '카톡 고양이' '카톡 개' '카톡 토끼' 등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엄연히 이름이 있다. 고양이는 '네오', 개는 '프로도', 토끼는 '무지', 복숭아는 '어피치', 오리는 '튜브', 악어는 '콘', 두더지는 '제이지'다.

김민규 다음카카오 디자이너는 "처음 캐릭터를 출시할 때 일본·동남아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사용했을 때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골랐다"면서 "익숙하고 유명한 이름을 골라 가볍게 비틀어서 친숙한 이미지를 주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한 예로 고양이 '네오'는 동요 '검은 고양이 네로'에서 따 왔다. 그렇다면 카카오프렌즈의 대표 캐릭터인 토끼의 이름은 왜 '무지'일까? 여기에 반전이 있다. '무지'가 실은 토끼가 아니라 토끼 옷을 입고 있는 '단무지'이기 때문. 김민규 디자이너는 "'단무지'를 축약해 '무지'라 이름 지었다"고 말했다.


	카카오프렌즈
그래픽=김성규 기자
'카카오 프렌즈'는 싸이 5·6집 앨범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한 웹툰작가 호조(본명 권순호·39)의 작품이다. 호조가 캐릭터를 창조할 때 중점을 둔 것은 '소통'. 텍스트 없이 이모티콘만으로 대화가 가능하도록 창안했다. 호조는 "복숭아 캐릭터는 10대, '무지'와 개 캐릭터는 20대를, 양복 차림인 두더지 캐릭터는 30대 이상의 회사원을 겨냥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캐릭터 스토리엔 이용자들 무심해

캐릭터마다 스토리도 있다. 새침한 '네오'는 원래 평범한 고양이었지만 단발머리 가발을 쓰게 되면서 이기적이고 도도한 '여자' 캐릭터로 진화했다. '프로도'는 부잣집 도시 개이지만 잡종견이라는 태생 때문에 콤플렉스가 있다. '네오'와 '프로도'는 연인 사이. 복숭아 '어피치'는 복숭아나무를 탈출해 돌아다니는 악동, 오리 '튜브'는 소심하지만 극도의 공포를 느끼면 폭발하는 이중 인격의 소유자다. 힙합을 좋아하는 두더지 '제이지'는 땅속 나라에서 파견된 비밀요원. 땅속 나라 용왕이 위독해 토끼의 간을 찾아오라는 특명을 받고선 '무지'를 쫓아다닌다. 호조는 "친숙하면서도 반전 있는 이야기를 고민했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사용자들은 캐릭터의 이름과 스토리에 무심하다. 카카오톡 이용자 조지영(37·회사원)씨는 "캐릭터마다 이름과 스토리가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면서 "캐릭터들의 스토리에는 관심이 없다. 캐릭터들은 나와 내 친구들의 스토리를 위해 존재하는 거다"라고 했다. 다음카카오가 메신저 자체가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서만 스토리를 조금씩 공개하는 것도 이용자들이 스토리에 이입되지 않고 캐릭터를 이용해 자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프렌즈
관련 상품도 인기

카카오프렌즈 주구매자는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 이들을 겨냥한 관련 상품도 인기다. 다음카카오는 현재 서울 현대백화점 신촌점, 코엑스, 부산 롯데백화점 본점, 대구 현대백화점 등 전국 네 곳에서 완구, 생활용품, 문구류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상품 출시도 활발하다. 삼립식품은 지난해 7월 포장에 카카오프렌즈를 그려넣은 '샤니 카카오 프렌즈 빵' 시리즈를 출시했다. 손현길 삼립식품 마케팅기획팀 대리는 "10대 남성과 30대 이상 주부들이 주고객이었던 봉지빵을 20대 여성들에게 판매하려고 고민하다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도입했다"면서 "출시 직후 월평균 350만봉이 팔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던킨도너츠는 지난해 12월 프로도 캐릭터를 컵에 그려넣은 핫초코를, 올해 1월엔 네오 캐릭터를 포장에 그려넣은 도넛을 출시했다. 박경민 던킨도너츠 마케팅팀 과장은 "고객들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입소문이 많이 났다. 핫초코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5배 정도 매출이 뛰었다"고 했다. LG생활건강도 최근 카카오프렌즈 치약을 출시했다.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비결은 뭘까. 회사원 강수영(38)씨는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나 오늘 저녁 아니면 곤란한데…' 같은 민감한 말도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김선진 경성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이모티콘의 성패 여부는 캐릭터에 얼마나 감정이입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갈린다. 카카오프렌즈는 출근길 만원 버스에서 시달리거나, 퇴근을 기다리며 사무실 시계를 보는 등 흔히 있을 법한 상황 속 캐릭터를 정교하게 만들어냄으로써 이용자들이 모바일 세계에서 '또 다른 나'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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