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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5년 '애플워치'가 바꾼 것들.. "2024년 스마트워치 1억개 넘게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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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 진화로 전체 시장 키워… 매니아용 비싼 장난감서 헬스케어 기기로 
코로나 이후 건강 중시 호재될 듯… 갤럭시워치 세계 첫 혈압측정 앱 탑재
구글, 핏비트 인수해 본격 진출… 전통 시계 대명사 스위스 시계업체들 ‘흔들'

"시험삼아 구입해 사용해보고 한나절 만에 팔아버렸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은 2014년 6월 한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갤럭시 기어’를 두고 이렇게 혹평했다. 제한적 기능, 작은 화면 때문에 스마트워치를 지니고 다닐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니, 페블(Pebble) 등 다른 스마트워치에 대한 소비자 평가도 이와 비슷했다. 스마트워치는 얼리 어답터 혹은 전자기기 마니아를 위한 ‘비싼 장난감’으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본질에 집중… ‘비싼 장난감' 한계 넘어서

스마트워치 시장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긴건 2015년부터였다. 애플은 그해 4월 처음으로 ‘애플워치’를 공개하며 단숨에 시장 점유율 1위(75%)에 올라섰다. 2013년에 스마트워치를 출시한 삼성전자와 소니, 2014년에 스마트워치를 선보인 LG전자, 모토로라보다 한참 늦은 출발이었으나 차별화된 전략을 앞세워 금세 시장을 장악했다. 

가장 큰 차별점은 소비자들이 애플워치를 일종의 ‘액세서리’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애플은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등 다양한 재질로 된 시계 본체와 다채로운 색상의 밴드(시곗줄)를 선보였고, 2015년 가을부터는 유명 패션 브랜드인 나이키, 에르메스와 협업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손목시계는 고급 액세서리’라는 본질에 집중하는 접근 방식이었다. 애플워치엔 용두(crown, 태엽을 감거나 시각을 맞추는 용도로 사용되는 튀어나온 버튼)가 장착됐는데, 용두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렌드 ‘로렉스’가 1926년 처음 적용한 장치다. 디지털 용두는 실용적일뿐 아니라 애플워치를 그럴싸한 손목시계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5년 2분기 전세계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전년보다 457% 증가한 530만대를 기록했다. 이 중 애플이 팔아치운 물량이 410만대였다. 2014년 2분기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 73.6%를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애플에 밀려 점유율이 이듬해 7.5%로 위축됐다. 

헬스케어 기기로 한 단계 더 진화

하지만 성공이 오래가진 않았다. 디자인, 호기심 등에 이끌려 1세대 애플워치를 샀던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계속 이어지거나 확산하지 않았던 것이다. 2016년 1분기 애플워치 출하량은 220만대를 기록하며 전분기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애플워치 역시 활용성 측면에선 소비자에게 큰 만족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손목시계와 달리 수시로 충전해야 했고, 여전히 화면은 작았으며 발길을 잡아끄는 매력적인 기능이 없었다. 2016년 말 판매량 감소로 고전하던 페블이 핏비트(Fitbit)에 매각되자 미국 IT 전문 매체인 기즈모도(Gizmodo)는 "솔직해져야 할 때다. 스마트워치는 죽어가고 있다. 쓸모가 없기 때문"이라며 강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유명 손목시계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뭔가 다른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애플이 해법으로 제시한 건 헬스케어 기능. 2016년 9월 선보인 2세대 애플워치에 50m 방수 기능과 걷기·운동·서기 등을 감지할 수 있는 ‘활동 앱’을 탑재했다. 이듬해엔 애플워치 운영체제(watchOS 4) 업데이트에 ‘짐킷(GymKit, 피트니스 기구를 사용해 운동한 결과를 애플워치에 연동)’을 넣었다. ‘그럴듯한 손목시계 대체품’이 ‘건강 관리에 유용한 제품’으로 진화하는 순간이었다. 

이 무렵부터 "애플워치가 운동할 때 쓸만하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활동 앱이 제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많이 움직이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애플은 2017년 4분기 3세대 애플워치 모델을 780만대(시장 점유율 67.2%) 팔아치우며 부활했다. 

전통 시계 산업 흔들어

4세대(2018년 출시) 애플워치에 이르자 수요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한 해 동안 2250만대가 팔려나갔다. 넷스케이프 설립자 마크 안드레센이 말한 ‘제품-마켓 핏(Product-Market Fit, 제품과 시장이 맞아 떨어져 빠르게 팔려나가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화면 면적이 30% 늘어나 보기 편해진데다 넘어짐 감지, 심전도(ECG) 측정 기능 등 헬스케어 성능이 대폭 향상됐고, 애플워치가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증상을 알려줘 생명을 구했다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2019년에 출시된 5세대 모델엔 스마트폰 없이 애플워치만으로 긴급 구조 요청을 보낼 수 있는 기능까지 추가됐다. 현재 애플워치에서 작동하는 앱은 2만여 개로 내년엔 10만개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SA에 따르면 2019년에 팔린 애플워치는 총 3070만대로 같은 해 스위스 시계 브랜드 출하량(2110만대)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쓸모 없다"는 평가를 3년 만에 뒤집고, 스마트워치 산업은 물론 시계 산업 전체의 지형도를 바꾼 셈이다. 



 

업계에선 스마트워치가 헬스케어 기기로 진화, 오는 2022년엔 연간 판매량이 9430만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차기 애플워치엔 혈중산소포화도(spO2) 측정 기능, 수면 패턴 추적 기능 등이 추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차기 스마트워치 모델 ‘갤럭시 워치 액티브2’에 세계 최초로 혈압 측정 앱을 탑재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으로 면역력 증강 등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헬스 기능이 강화된 스마트워치의 성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지난 11월 1일 핏비트를 21억달러(약 2조6000억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글의 본격 가세로 촉발될 혁신 경쟁은 시장의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2018년 4387만대에 달한 글로벌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2024년 1억891개에 이를 것으로 리서치앤마켓이 전망했다. 

스티븐 월처(Steven Waltzer) SA 수석 연구원은 "스와치, 티쏘 등 전통적인 스위스 시계 제조사들은 스마트워치 전쟁에서 패배하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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