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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고무줄 직구 19㎞ 차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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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변호기자bhkim@sportschosun.com

야쿠르트 임창용이 무려 시속 19㎞의 포심패스트볼 구속 변화를 보여줬다.

'뱀직구'로 유명한 임창용이다. '야구장에 뱀을 푸는 사나이'로 불리는 임창용에겐 빠른 뱀도 있고, 느린 뱀도 있다. 확실히 괴물 같은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임창용은 14일 도쿄 진구구장에서 열린 세이부와의 인터리그 홈게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5-5로 팽팽한 10회부터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팀이 연장 11회에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기록하면서 임창용은 시즌 첫 구원승을 거뒀다.

▶'내 맘대로' 구속변화

이날 임창용은 최고시속 156㎞부터 최저 137㎞짜리 포심패스트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이미 연장 10회에 최고시속 156㎞짜리 포심패스트볼을 선보였다. 올해 들어 구속 보다는 공의 회전수를 중시했던 임창용이다. 하지만 직전 등판인 12일 소프트뱅크전에서 홈런 한개를 허용하면서 세이브를 따낸 탓인지, 이날은 작심하고 본래 갖고 있는 최대 구속을 뿌리는 모습이었다.

연장 11회에 첫타자 가타오카를 상대할 때가 인상적이었다. 초구에 154㎞ 직구를 던졌는데 바깥쪽 약간 빠진 볼. 이어 2구째에 속도를 줄인 직구를 바깥쪽 꽉 차게 던져 스트라이크를 이끌어냈다. 현지 중계화면에 137㎞가 기록됐다.

가타오카는 배트를 내지 못했다. 이어 6구째에 또다시 156㎞ 직구가 나왔다. 역시 가타오카는 쳐다만 봤다. 하지만 바깥쪽으로 약간 빠져 볼 판정을 받았다. 바로 이 볼 때문에 결국 가타오카를 볼넷으로 내보내긴 했다.

더 중요한 건 임창용이 한 타자를 상대하면서 156㎞와 137㎞ 직구를 동시에 던졌다는 것이다. 두 공을 던질 때의 피칭폼에도 차이가 거의 없었다. 직구를 무려 19㎞의 구속 차이로 던진다는 건 보통 투수들이 흉내도 못 내는 일이다. 이날 임창용은 137㎞부터 156㎞ 사이의 다양한 구속으로 직구를 던져댔다.

▶19㎞ 차이가 갖는 의미

국내 투수코치들에게 확인했다. "포심패스트볼의 19㎞ 구속 차이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한결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엄청난 테크닉이라고 보면 된다. 아무나 못 한다"는 설명이었다. 더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자.

"결국 마무리투수 임창용을 공략하려는 타자들은 임창용이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순간을 노려 배트를 휘둘러야 한다. 한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팍 하고 꽂히는 150㎞ 넘는 직구를 노리는 타자에게 엉뚱하게 137㎞ 직구가 쓰윽 하고 들어오면 절대 못 친다."

포심패스트볼은 결국 공끝 위력과 구속으로 승부하는 구질이다. 그런데 그걸 느리고 평범하게 던진다는 건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임창용의 경우엔 다르다는 것이다. 워낙 빠른 구속을 갖춘 덕분에 19㎞를 낮춰도 큰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최고 시속 145㎞인 투수가 구속 19㎞를 줄인 직구를 던진다면 그건 "마음껏 치세요" 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 타이밍 싸움 이전에 126㎞짜리 직구는 눈에 훤히 보이기 때문에 타자가 늦게라도 반응할 수 있다.



야쿠르트 임창용의 피칭 모습. 사진=스포츠닛폰 본사제휴

▶체인지 오브 페이스

요즘은 체인지업이 직구와 같은 릴리스포인트에서 나오면서 타자 앞에서 약간 휘며 떨어지는 단일 구종처럼 언급된다. 하지만 본래 체인지업이란 '체인지 오브 페이스(change of pace)'에서 온 것이다. 임창용이 보여준 포심패스트볼의 엄청난 구속 차이는, 그 자체로 체인지 오브 페이스다.

모 투수는 "보통 투수들이 그런 직구 구속 차이를 이용하려 해도 쉽지 않다. 직구를 살살 던지려 할 때 팔스윙에서 표가 나기 때문이다. 임창용 선배는 본래 매우 빠른 공을 갖고 있고, 팔스윙의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에 위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말 신기한 투수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임창용이 삼성에서 선발로 전환했을 때 스태미너 유지를 위해 평균 구속을 줄인 적이 있다. 이제는 한경기 내에서, 또한 한타자에게 다양한 구속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지면서 위력을 떨치고 있다. 모두 노력과 고민의 결과물일 것이다.

임창용은 이날 첫 이닝인 연장 10회에는 세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이 과정에서 141㎞ 포크볼도 던지고, 127㎞짜리 슬라이더도 뿌렸다. 다음엔 보따리에서 대체 뭘 꺼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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