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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누나 이인희씨의 한솔, 휴대폰 사업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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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 한솔엠닷컴을 아시나요? 40대 이후는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진 이 번호를 기억한다. 1990년대 후반 기존(셀룰러·cellular) 방식이 아닌 PCS(Personal Communication Services) 방식으로 추가적인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PCS 사업자로는 한솔그룹(018)·KT(016)·LG그룹(019)이 선정됐다. 셀룰러는 SK텔레콤(011)·신세기통신(017)이 했다. PCS 사업은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해 재벌들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PCS는 1.8G㎐ 대역의 주파수를 이용했고 셀룰러는 800M㎐ 를 사용했는데, 현재는 이동통신사들이 모두 같은 주파수를 사용해 그 구분이 없다.

한솔그룹은 한솔PCS(한솔엠닷컴)를 설립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대 제일의 배우로 통하던 김정은씨를 CF 광고 모델로 쓸 정도로 한솔은 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PCS 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기지국 건설 등 투자는 계속해야 했지만 매출은 크지 않았다. 이 여파로 재무구조가 취약해진 한솔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2000년대 초반 사업을 접었다. 한솔은 이후 이동통신(휴대폰) 관련 사업과는 인연을 끊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난해 6월 11일 증권거래소 공시 하나가 증권가를 술렁거리게 했다. 한솔그룹(한솔라이팅)이 휴대폰 부품 사업을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제지·물류업이 주력사업인 한솔로서는 미래 먹거리를 새로 찾아낸 것이라 큰 뉴스였다. 그러나 한솔그룹은 보도자료도 한 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언론이 확대해석해서 보도하는 것을 막는 분위기였다. 그로부터 8개월이 흐른 지금에도 한솔은 휴대폰 부품 사업에 대해 여전히 쉬쉬하고 있다. 한솔 측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휴대폰 전자제품위탁생산(EMS) 사업을 할 것” “휴대폰 부품사업으로 삼성그룹과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말이 돌며, 상당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그동안 한솔에 무슨 일이 있었나. 한솔그룹은 1992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한솔제지(옛 전주제지)를 모태로 만들어졌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오너다. 비슷한 시기에 장남인 이맹희씨의 아들(이재현 CJ 회장)은 제일제당(현 CJ)을, 차남인 이창희씨는 새한(소멸)을, 5녀인 이명희씨는 신세계를 가지고 각각 삼성에서 독립했다.

지금은 한솔이 규모가 크게 축소된 데다 소비재가 없어 일반에 잊혀진 기업이 됐지만 한때는 10대 그룹을 넘보던 재벌이었다. 한솔은 1996년 22위로 처음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활발한 M&A(인수·합병)를 통해 IT(정보기술)·금융·레저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2000년 재계 11위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차입경영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아 2000년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계속 내리막을 걸어 2008년에는 47위(민영화된 공기업 제외)를 기록했다. 2009년에는 대규모 기업집단에서 제외되는 불명예를 겪었다. 공정위는 현재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들만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관리하고 있다. 한솔그룹 총수는 이인희 고문의 3남인 조동길 회장이다.

이런 한솔이 2012년부터 꿈틀거리고 있다. 2013년 4월 발표된 대규모 기업집단에 42위로 재진입한 것. 자산규모는 5조2110억원으로 1996년 처음 지정됐을 때인 2조9900억원에 비해 거의 두 배다. 공정위는 지난 4월 1일 ‘2014년 대규모 기업집단’을 발표했는데 40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자산 규모는 5조2160억원으로 제자리였지만 그룹이 해체된 STX·웅진이 순위에서 빠진 덕을 봤다.

한솔 측은 2009년 이후 소규모 M&A를 진행해 왔던 것이 자산을 늘리는 데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한솔제지는 인쇄용지 업체인 한솔아트원제지를 2009년에, 골판지 전문업체인 한솔페이퍼텍을 2011년에 인수했다. 한솔이엠이는 발전보일러 업체인 한솔신텍을 2011년에 사들였다. 이밖에도 한솔인티큐브는 모바일솔루션과 보안플랫폼 업체인 솔라시아를 2011년에, 네트워크 보안 업체인 넥스지를 2013년에 각각 인수했다.

그룹이 쪼그라들면서 시장의 관심권 밖이었던 한솔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맹희씨 간 상속 분쟁이 터진 뒤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3남과 장남인 두 사람은 2012년 2월부터 상속 재산을 놓고 분쟁을 벌이다가 최근 소송을 끝냈다. 이맹희씨가 동생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7000억원대 상속재산 반환을 요구하면서 촉발된 이 소송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2주 뒤 이건희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씨가 소송에 가세하며 범(汎)삼성가 분쟁으로 확대된 것. 한 달 뒤에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형인 고 이창희씨의 며느리 최모씨와 손자 2명까지 상속재산 반환 소송에 가세했다. 소송액수만 4조원이 넘었다.

이건희 회장의 첫째 누나인 이인희 한솔 고문은 이 소송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이건희 회장 편에 섰다. 이 고문은 2013년 2월 1심 재판이 끝난 뒤 “이번 판결로 집안이 화목해지기를 바란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1심을 이건희 회장이 승소했기에 이인희 고문의 언급은 이건희 회장 손을 들어준 격이다. 2심 선고에서도 이건희 회장이 승소하자 이맹희씨는 지난 2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2년에 걸친 상속재산 소송은 막을 내렸다.

1심 재판이 벌어지던 2012년 말 삼성전자가 CJ GLS(현 CJ대한통운)와 3000억원에 달하는 동남아 물류계약을 해지해 버렸다. 이맹희씨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버지다. 이에 앞서 삼성과 CJ는 미행·감시 등으로 서로 심하게 얼굴을 붉혔다. 결국 불똥이 CJ 사업으로까지 튄 것.

이때부터 이건희 회장이 소송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이인희 고문을 배려해 3000억원의 물류를 한솔이 가져가게 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한솔그룹은 계열사인 한솔CSN을 통해 물류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한솔CSN은 2012년 말레이시아 법인을 신설하는 등 동남아 물류 개척에 적극적이었다. 2011년 매출액이 3913억원인 한솔CSN은 3000억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동남아 물류를 수주하게 될 경우 기업가치가 크게 뛴다. 그동안 한솔CSN의 삼성그룹 관련 매출은 수백억원 수준이었다.

		한솔그룹의 주력업체인 한솔제지. photo 조선일보 DB
한솔그룹의 주력업체인 한솔제지. photo 조선일보 DB
하지만 한솔은 2013년 초 삼성전자 동남아시아 물류거래 입찰에 참여했으나 수주에 실패했다. 예측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오얏나무 밑에서 갓 끈을 다시 매지 말라’는 속담처럼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삼성이 한솔에 주는 것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증권가와 언론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데다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물량을 주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이후에도 삼성이 한솔에 물량을 밀어줄 것이라는 소문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이런 시장의 예상을 뒷받침하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4월 삼성SDI는 중국 내 통합물류서비스의 수행사로 한솔CSN을 선정했다. 물량 규모가 220억원으로 적은 편이어서 시장의 시선을 끌진 못했다.

앞서 얘기한 한솔의 미래성장동력인 휴대폰 부품 사업은 상당히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다. 언론에도 되도록 알리지 않고 있다. 베일에 싸여 있다는 얘기가 돌 정도다. 이는 한솔CSN의 ‘수주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은 것으로 일부에서는 해석한다.

증권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한솔그룹은 휴대폰 관련 해외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계열사인 한솔라이팅이 지난해 5월 한솔베트남(Hansol Electronics Vietnam)을 설립하고 33억원을 투입해 지분 60%를 확보했다. 그룹 내 다른 IT 계열사인 한솔테크닉스도 16억원을 출자해 30%의 지분을 사들였다. 그룹의 주력기업인 한솔제지도 힘을 보탰다. 지난해 8월 한솔베트남에 대해 315억원을 채무보증한 것.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 조건인데 한솔베트남은 이를 시설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에는 한솔라이팅이 한솔베트남에 추가로 64억원을 쏟아 부었고 한솔테크닉스도 49억원을 더 넣었다. 한솔베트남의 자본금은 56억원에서 161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솔라이팅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사업을 하는 회사로, 베트남 공장에서 휴대폰 조명 부품을 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솔라이팅은 한솔제지 47.2%를 비롯해 한솔CSN(29.4%), 한솔테크닉스(23.4%) 등 한솔그룹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휴대폰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박닝성 옌퐁공단의 휴대폰 공장에서 연산 1억5000만대의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타이응웬성 옌빈공단에 연산 1억2000만대의 휴대폰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제품 절반가량을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트남은 고용 경쟁력과 기업 경영 환경이 우수해 휴대폰 생산기지로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협력사들이 베트남 공장 근처로 모여들고 있다. 한솔이 삼성으로부터 물량을 따내기 위해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었음을 엿보게 한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한솔베트남은 휴대폰 관련 주변부품을 제조·공급할 계획”이라면서 “공장 가동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장사인 한솔테크닉스는 지난 3월 31일 공시한 ‘2013년도 사업보고서’에서 “베트남에 휴대폰 사업 진출을 위해 신설법인(한솔베트남)을 설립했고, 2014년 상반기 내에 설비투자를 완료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솔그룹 측이 휴대폰 부품 사업과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이다.

한솔의 휴대폰 관련 사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솔테크닉스도 2012년 하반기에 무선충전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기에너지를 자기장으로 바꿔 주는 무선충전기는 별도의 케이블 없이 휴대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를 충전패드에 올려놓기만 하면 충전이 가능하다. 한솔테크닉스 측은 “국내 시장의 경우 대형 제조업체에서 신규 스마트폰에 무선충전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발표되고 있고, 미국 역시 통신사인 AT&T, 버라이전 등에서 무선충전기술 적용을 발표함에 따라 아직까지는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향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병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도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무선충전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솔테크닉스는 무선충전기 시제품 개발을 마친 상태로 상용화 직전 단계다. 삼성과 한솔의 밀월 관계로 인해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갤럭시S4가 출시될 무렵 한솔의 무선충전기가 번들로 들어간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최근에는 한솔이 베트남에서 휴대폰 조립 사업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베트남에 동반 진출한 한솔이 향후 피처폰, 스마트폰 등의 조립 사업을 영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병기 애널리스트도 “베트남법인이 휴대폰 EMS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1위 휴대폰 업체인 삼성전자로부터 하청을 받아 휴대폰을 조립·생산하는 사업도 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휴대폰 부품이나 번들 제품 생산뿐만 아니라 조립까지 하게 되면 한솔의 베트남 휴대폰 사업은 크게 커질 수 있다.

하지만 한솔그룹 측은 삼성과의 얘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치거나 볼멘소리를 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나 언론 보도로 오해를 낳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솔그룹 관계자는 “삼성에서 (한솔에) 물량을 주고 싶더라도 (소문이 많이 나서 눈치가 보여) 제대로 줄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또한 그는 “시장에서 나도는 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도 했다.

한솔의 이 같은 ‘몸 사리기’는 사연이 더 있다. 한솔은 대규모 기업집단에 재진입한 뒤 지주회사로의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한솔그룹은 한솔CSN→한솔제지→한솔EME→한솔CSN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이들 연결고리를 끊어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의 3단계로 전환하려고 한다. 하지만 한솔의 의도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한솔제지와 한솔CSN은 지난해 4월 이사회에서 두 회사를 각각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끼리의 합병을 통해 지주사(한솔홀딩스)로 전환하기로 했다. 한솔제지 쪽에서는 주주들이 분할과 합병에 모두 찬성했지만, 한솔CSN은 주주들의 반대로 합병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 한솔CSN의 주가가 한솔제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솔제지의 경우 지주사 전환에 따른 계열사 리스크 해소가 호재로 작용해 주가가 올랐지만, 한솔CSN은 삼성으로부터 물량이 기대만큼 들어오지 않으면서 주가가 떨어졌다. 결국 지난해 7월 매수청구권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 합병을 반대하면서 부결됐다. 지주사 출범이 좌절된 것이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한솔CSN이 삼성전자 동남아 물류를 맡아 할 것처럼 증권사 보고서나 언론 보도가 쏟아져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했다가 실제로 수주를 못하니까 주가가 곤두박질쳤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위한 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합병을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매수청구권 가격이 그 당시 주가보다 20%가량 높았다. 만약 한솔CSN이 삼성전자 수주물량 기대감으로 상승하지만 않았다면 지주사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 한솔 측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증권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솔의 피해의식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하지만 실제로 여러 사업 부문에서 삼성의 지원을 받고 있지 않느냐”면서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오히려 주가의 왜곡도 적어 한솔그룹에 더 낫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다시 출발점에 선 한솔은 자산 10조원을 넘기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10조원을 넘기면 재벌 서열 20위권으로 상승할 수 있다. 휴대폰 사업에서 삼성을 등에 업은 한솔이 옛 영화(榮華)를 재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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