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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칩' 꿈 이룬 삼성전자, 퀄컴·인텔과 정면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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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중앙처리장치(CPU)와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칩(모뎀), 그래픽칩(GPU) 등을 하나로 묶은 원칩(One Chip)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1,270,000원▲ 7,000 0.55%)는 엑시노트8 개발을 통해 기존에 원칩 양산에 성공한 퀄컴, 인텔 등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CPU를 자체 개발했으나 통신칩은 퀄컴 제품을 사용해 ‘반쪽 자체 AP’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자체 통신칩을 탑재한 엑시노트8을 개발함에 따라 스마트폰 시장에서 탈(脫) 퀄컴은 물론 향후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엑시노스8 옥타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엑시노스8 옥타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 ‘CPU+통신칩’ 엑시노스8, 소비전력↓·성능↑…갤럭시S7 탑재 될 듯

삼성전자 (1,270,000원▲ 7,000 0.55%)가 지난 12일 공개한 ‘엑시노스8 옥타(8890)’는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핀펫(FinFET)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시장에서 유일하게 14나노미터 공정으로 AP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16나노미터 공정으로 생산하는 세계 1위업체 TSMC를 기술적으로 압도하는 상황이다.

14나노미터와 16나노미터는 반도체 미세공정의 차이로 숫자가 낮을수록 칩의 크기는 작아지고 소비전력 효율은 높아진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크기와 소비전력이 제품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7으로 추정되는 콘셉트 이미지 /테크레이더
삼성전자 갤럭시S7으로 추정되는 콘셉트 이미지 /테크레이더

엑시노스8의 가장 큰 특징은 자체 개발한 LTE 통신칩을 탑재한 것이다. 기존 갤럭시 시리즈에 장착했던 퀄컴 스냅드래곤 810에 발열 문제가 발생하자 삼성전자는 갤럭시S6 시리즈, 갤럭시노트5에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7을 사용했다. 그러나 엑시노스7의 경우 CPU만 자체 설계됐고 통신칩으론 퀄컴 제품이 탑재됐다.

엑시노스8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다. 특히 빅·리틀 멀티프로세싱(big·LITTLE Multi-Processing) 기술을 채용해 8개의 코어가 작업의 종류에 따라 개별적으로 작동해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였다. 엑시노스8의 성능은 엑시노스7 보다 30% 이상 향상됐고, 소비전력은 10%가량 절감됐다.

엑시노스8은 LTE의 8배 속도인 최대 600Mbps(초당 600메가비트)의 다운로드 속도와 150Mbps의 업로드 속도를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부터 엑시노스8을 양산한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S7에 처음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엑시노스8과 같은 원칩은 물리적인 칩 면적을 줄여, 스마트폰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갤럭시S7에 엑시노스8이 탑재되면 갤럭시S7은 기존 갤럭시 시리즈 가운데 가장 얇은 두께로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퀄컴·인텔과 맞경쟁…시스템반도체 구도 바뀔까?

삼성전자가 엑시노스8를 개발함에 따라 모바일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퀄컴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그동안 퀄컴은 CPU와 통신칩을 통합한 스냅드래곤으로 모바일 AP 시장을 주도해왔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조사한 ‘2014년 모바일 AP 점유율’에 따르면 퀄컴은 52.9%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애플(16%), 미디어텍(15.1%), 삼성전자(4.2%)가 뒤를 이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원칩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서버, IoT 시장 등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며 “삼성전자가 엑시노스8을 내세워 해외 제조사들에 공급할 경우 시스템반도체 시장 구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엑시노스7을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메이주에 공급하기도 했다.

/자료:SA
/자료:SA

일각에서는 엑시노스8을 통해 삼성전자의 IoT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선보인 개방형 하드웨어 플랫폼 아틱(Artik)에 원칩 기술을 적용할 경우, 성능과 소비전력 부문에서 큰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틱은 IoT 플랫폼으로 CPU, 통신칩, GPU를 통합한 원칩과 함께 메모리, 와이파이·블루투스 등 커넥티비티칩이 탑재된 하드웨어 개발 보드다. IoT 기기 제조업체가 제품의 개발·생산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모듈화된 부품이다. 예를 들어 제조사가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로봇청소기를 만들 경우 핵심인 각종 칩을 개발하거나 구입해야 하는데, 아틱을 사용하면 이런 번거로움 없이 제품을 개발·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개방형 하드웨어 플랫폼 ‘아틱’의 라인업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개방형 하드웨어 플랫폼 ‘아틱’의 라인업 /삼성전자 제공

아틱은 IoT 플랫폼 시장에서 ‘큐리’, ‘에디슨’ 등을 선보인 인텔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IoT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6월 시스템반도체 업체인 알테라를 167억 달러(약 18조 5800억원)에 인수했다. 인텔은 자사가 보유한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알테라의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IoT 플랫폼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칩셋 하나로 PC 구동이 가능한 수준의 기능을 넣겠다는 것이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원칩인 엑시노스8 개발을 통해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서버 등의 사업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됐다”며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칩 개발 기술력을 활용하면 IoT 시장에서도 퀄컴, 인텔 등과 맞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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