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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삼성, 퀄컴·애플의 더욱 깊어진 '프레너미'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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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퀄컴, 애플의 '프레너미' 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프레너미는 친구를 뜻하는 영어 단어 '프렌드(friend)'와 적(敵)을 의미하는 '에너미(enemy)'를 결합해 만든 단어다. 한 쪽에서는 서로 협력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를 뜻한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면서 스마트폰 완제품 시장에서는 경쟁하는 식이다. IT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퀄컴, 애플이 경쟁하면서도 협력 관계를 넓히고 있어 "서로가 없이는 못사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 퀄컴, 삼성 파운드리 사업 위기 극복 도와

삼성전자는 14나노 2세대 공정을 기반으로 '엑시노스 8 옥타'와, 퀄컴의 '스냅드래곤 820'을 포함한 파운드리(수탁생산) 제품을 양산한다. 이들 제품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의 자체 설계 기술로 제작된 AP다. 스냅드래곤은 퀄컴이 설계한 AP로 삼성전자가 이 칩 생산을 위탁받았다.

삼성전자 엑시노스(왼쪽)와 퀄컴 스냅드래곤. /조선비즈DB
삼성전자 엑시노스(왼쪽)와 퀄컴 스냅드래곤. /조선비즈DB

세계 1위 반도체 설계 회사 퀄컴의 칩을 수탁생산하는 것은 세계 4위 파운드리 회사인 삼성전자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물량 중 80%를 차지하는 애플이 올해 출시할 아이폰7용 AP인 A10 위탁생산을 대만 TSMC에 몰아줬기 때문이다. 애플이 2014년 아이폰6에 탑재된 A8 물량을 TSMC에 몰아주자,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또한번 적자를 눈앞에 둘 수도 있는 위기였던 셈이다.

신현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스냅드래곤 820 수탁생산은 애플 의존도가 높았던 파운드리 사업의 고객을 다변화했다는 의미로 향후 실적 안정화와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이 이번에 삼성전자 (1,132,000원▼ 6,000 -0.53%)에 구세주 역할을 했지만,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퀄컴에 악역을 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6의 AP로 자사 엑시노스를 쓰면서 퀄컴의 실적이 부진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퀄컴의 AP를 주로 썼다. 퀄컴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변심'으로 타격을 받았던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퀄컴과 삼성전자 모두에게 힘든 한해였다"며 "올해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7에 퀄컴의 AP를 쓰고, 퀄컴이 삼성전자에 AP 생산을 위탁하면서 상부상조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 삼성-애플 ‘애증’…”삼성, 경쟁업체들과 폭넓게 협력해야”

삼성전자는 애플에 맞서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선봉장이면서도, 애플의 아이폰 판매 부진이나 출하량 감소를 바라지 않는다. 스마트폰 완제품을 만드는 무선사업부 입장에서는 애플은 꺾어야 할 경쟁자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에서 보면 애플은 대형 고객이다.

삼성전자의 기업간거래(B2B) 사업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크다. 애플은 디스플레이, 메모리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삼성전자로부터 공급받는다.

미국 아이다호주(州) 선밸리에서 개최된 ‘미디어 & 테크놀러지 콘퍼런스’에 참가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나란히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
미국 아이다호주(州) 선밸리에서 개최된 ‘미디어 & 테크놀러지 콘퍼런스’에 참가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나란히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 애플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는 계약 협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OLED 패널은 애플이 2018년 내놓는 아이폰 신제품에 탑재된다. 애플이 이전까지 액정표시장치(LCD)만을 썼던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무게 중심이 LCD에서 OLED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입장에선 연간 판매량이 2억대에 달하는 아이폰 관련 계약은 실적에 큰 보탬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그간 전체 매출의 40~50%를 삼성전자의 갤럭시에만 기대고 있었다. 이런 과도한 의존도를 해소하기 위해 대형 외부 고객사가 절실한 상황이었고, 애플은 이런 갈증을 해결해줄 만한 수요처다.

애플은 그간 기술력이 우수한 삼성전자의 부품을 사용해 왔지만, 삼성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선을 늘리고 있다. 부품 공급의 안정성과 단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예컨대 OLED 패널의 경우, 현재는 삼성이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하고 있지만 LG디스플레이가 적극적인 투자로 맞불을 놓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애플로부터 물량 보장을 받아 투자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애플의 공급선 다각화 노력을 무마하기 위해 기술 장벽을 계속 높이고 있다"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갈수록 격해질 경쟁 구도를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경쟁 관계인 다른 업체들과도 폭넓게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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