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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하드웨어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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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s hardware “dilemma”

WED, JUN 6, 12



애플 이벤트가 한 번 열리면 그 이벤트에서 애플이 소개할 제품에 대한 루머와 추측이 항상 등장하지만 애플은 모두의 기대를 저버린다. 그래도 애플은 잘나가고 엄청난 이윤을 올린다. 이제는 하나의 패턴이 되었다만, 도대체 이런 일이 왜 해마다 일어날까?

확실히 애플 주가로 돈을 벌어들이는 투기자들 때문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애플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예 하질 않는 분석가와 전문가들 때문인 경우가 더 클 것이다.

애플의 "하드웨어" 사양이 경쟁사들 것보다 못하면 그들은 이 제품이 "실패작"이라 선언한다. 백악관 언론 브리핑실을 통해 미국 대통령을 "다루는 것"과 비슷하다. 하드웨어 사양이란 게으른 자의 이상적인 툴이다. 작고 간단하며 수치로 나타날 때가 종종 있지만 그다지 이해를 돕지는 못한 것이 하드웨어 사양이다.

지난 10년간 이룬 애플의 놀라운 성공의 핵심 이유는 무엇일까? 경쟁사들이 제품과 하드웨어를 구분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디자인 업계의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들은 1/4 인치 드릴이 아니라 1/4인치 구멍을 원한다"이다. 애플의 주요 고객은 긱이 아니다. 그들은 하드웨어가 뭔지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제품이 어떻게 해결해주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하드웨어 사양이 가진 잠재성보다는 입증될만한 가치에 따라 물건을 산다는 얘기다.

그러나 애플 비판꾼들은 애플이 프리미엄 제품 산업에서 최고의 하드웨어 사양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왜인지 묻는다. 특허권도 많고 산업디자인도 최강이며 공급망과 부품가에 대한 영향력도 거대한 최대 가치의 기업이 애플인데도 말이다. 애플이 하드웨어 사양 경쟁에 나서지 않는 기초적인 이유가 몇 가지 있다.

Hit or miss, no surprises here

헐리우드처럼 애플도 히트작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마 애플 주가에 제일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아무래도 주가수익비율(P/E) 압박일 것이다. 정기적으로 블록버스터급 제품을 계속 내놓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제일 이윤이 많이 남는 iOS 계열 라인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One more thing"의 놀라움과 비밀주의가 최대한 있어야 한다. iOS와 맥을 3개 대륙에서 완전한 비밀 하에 발주와 조립을 해내어 특정한 시기에 충성스러운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애플의 능력은 발군이다. 애플이 앞으로 "비밀을 두 배 더 강화시키겠다"는 최근 팀 쿡의 말도 놀랍지가 않다.

애플의 성공에 놀라움이 본질적이라 한다면, 전체적인 비밀주의는 더 이상 필요하다거나 이룰 수 있는 일도 아닐 수 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에서 DRAM 칩, CPU 등, 애플의 iOS 기기용 주요 부품 공급업체는 삼성이다. 아이폰 부품 비용의 1/4 가량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러가지 조사와 법정에서 밝히듯 방대한 애플의 공급망은 경쟁사와 주식 작전단으로부터 돈을 받고 미래 제품 비밀 흘리기를 선호한다. 어떻게 해서든 루머와 팁, "공급망 확인", "아시아의 정보통"은 "확인됨!" 헤드라인 기사를 꾸준히 공급해줘서 애플이 실제로 제품을 내놓을 때의 가치를 평가절하시키고 있다.

최근들어 애플은 돌파구적인 하드웨어로 우리를 놀라게 하기 매우 어려워졌다. 사실 아이폰 소개 이후 애플은 우리에게 놀라운 하드웨어를 선보인 적이 별로 없다. 평균적인 사용자 입장에서 아이폰 3G와 4S 모델들은 미학적인 개선이나 점진적인 개선일 뿐이며 하드웨어적인 놀라움은 아니었다. 더 나은 카메라와 더 높은 해상도, 만지기 더 편안한 케이스, 더 빠른 속도가 있기는 했지만 하드웨어 면에서 놀랍다거나 기절할만큼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하드웨어 측면으로 말하자면 아이패드가 있겠다만 아이패드는 대형 아이포드 터치 이상이 아니었다. 물론 소개하기 며칠 전부터 우리는 미래의 맥 디스플레이가 레티나가 되리라 알고 있거나, 분명 기대하고 있다. 분명 훌륭할 테지만, 하드웨어 면에서 놀라운 제품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 큰 화면이라든가 NFC, 햅틱 디스플레이, 스타일러스, 무선 충전기술, 초 고해상도 카메라 등 iOS 제품에는 아직 없지만 경쟁사들이 대거 채용하고 있는 신기술은 무척 많다. 따라서 애플이 채용한다고 하여 놀랍다거나 하드웨어적인 격변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혹시 애플에게는 흥미로운 특허가 대단히 많지 않던가? 실제로 많다. 애플은 빛나는 하드웨어 케이스에서부터 충전기 내부에 저장되는 암호 복구정보, 진보된 햅틱 기술을 가진 광-스타일러스, iOS 기기용 썬더볼트 인터페이스, coded/secure 자석, 이온-풍력 냉각 시스템 등 다양한 하드웨어 특허를 구비하고 있다.

Stylus

앞으로 나올 iOS 기기에 뜻밖의 리퀴드메탈(Liquid Metal)이나 참신한 3D 카메라, 오류가 없는 바이오메트릭 보안, 1주일 가는 배터리, 지연현상이 없는 비단같이 부드러운 디지탈 펜, 무선 전송, 접히는 화면 등 뭐든 붙어 나올 수 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Apple knows how to count SKUs

여느 하드웨어 제조업체와는 별다른 종류에 애플을 넣어 두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다른 업체와는 달리 애플은 각 제품군 별로 극도로 적은 모델만을 제공한다. 그것도 쉽사리 차이를 알 수 있는 제품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단일 모델이며, 프로, 라이트, 지역특화 등의 모델이 없다. 삼성이라면 일단 스타일러스를 붙인 패드틱한 폰을 내놓을 수 있다. 물론 실패하더라도 그리 큰 문제는 없다. 삼성에게는 열 가지가 넘는 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모토로라 또한 더 큰 컴퓨터에 도킹할 수 있는 형태의 스마트폰을 시도해볼 수 있다. 실패해도 또 다른 모델을 내세운 다음 잊혀지면 된다. 쿄세라 역시 듀얼-터치스크린 폰을 내놓을 수 있다. 실패한다면 또 다시 실패할 다른 모델을 선보이면 된다.

그러나 애플의 경우는 다르다. 매년 선보일 때 애플은 단일 모델을 선보인다. 물론 저장용량이나 주파수, 색상과 같은 재고관리코드(SKU)는 다를 수 있겠다. 이제 새 아이폰이 나오면 12~18개월마다 1억~2억 대씩 팔려나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실험적인 형태의 모델을 선보일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게 많이 팔리는 단일 모델은 아이폰 이외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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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수 백만 명의 사용자를 새로운 컴퓨터 사용패턴으로 옮기는 작업도 계속 해오고 있는 면에서 독특한 회사이다. 애플이 시장을 만들면 남들이 따라온다. 시장-메이커로서 애플은 원칙을 세우고 새 패러다임에 어떻게 하면 참여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입장에 있다. 애플 외의 다른 어떠한 기술 기업도 애플만큼 많은 "시장"을 만들어내서 사용자들을 교육시킨 곳이 없다. 역사적으로 애플은 수 백만 명에게 마우스가 있는 GUI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할지 가르쳤으며, 개인 저장장치를 플로피 디스크에서 하드 디스크로, 광디스크에서 플래시로 이주시켰다. 휴대폰을 전화받는 장치에서 여러가지 센서와 멀티터치 입력기를 가진 컴퓨터로 바꾸고 이를 수 억 명에게 가르쳤다. 수 백만 명이 노래를 온라인에서 돈 주고 사게 한 곳도 애플이다. 애플은 웹브라우저 대신 수 십억 가지 앱을 구매하도록 가르치기도 했다.

이 새로운 시장은 애플에게 당연히 좋은 시장이었다. 하지만 시장 조성에는 책임감이 따른다. 매년 수백 수천만 명을 가르쳐야 하고 극도로 신중하게 신기술을 선보여야 하는 책임을 의미한다. 가령 이전 버전 OS의 사용자가 7%밖에 안 되는 운영체제를 새로이 바꾸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러나 시장을 창출해내려면 지름길은 없다.

It may be a dilemma, but it’s not a weakness

애플이 어떤 제품을 선보일지에 대한 루머는 기대를 드높인다. "기대를 저버리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이 따라붙는다. 친숙한 패턴이다. 비밀주의를 강화하건 안 하건 앞으로도 당분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놓치고 있는 사항이 있다. 애플이 이런 패턴에 대해 기꺼워한다는 점이다. 스티브 잡스가 2010년, RIM은 아마 애플을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 말했던 적이 있었다. 자기가 강점을 보이는 부문 바깥에 있는 친숙하지 못한 분야를 도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즉,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이 되어야 할 운명의 RIM을 가리킨 말이었다. 스마트폰의 가치가 하드웨어에서 플랫폼으로 옮겨갔다는 점은 분명했다. 애플이 핵심 역량을 갖고 있는 부문이다.

애플은 달리 말할 필요 없이 업계 내 최고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통합 업체이다. 따라서 새로 나올 기기 전쟁은 이제 하드웨어 사양 전쟁이 아니라 애플이 독특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수직통합 전쟁이 될 것이다. 제한적인 SKU를 가진 하드웨어 덕분에 애플은 극도의 규모성을 갖고 있으며, 그에 따라 깊고 강력하게 힘을 가졌고, 마진도 그 어느 업체보다 높으며 훌륭한 서비스, 게다가 궁극적으로 소비자 충성도까지 거머쥐고 있다. 언뜻 봐도 사리에 맞지 않건만 경쟁사들은 하드웨어에 너무나 많이 내걸고 있다.

Apple’s hardware “dile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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