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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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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세계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던 구글의 부사장이 대학생이 세운 벤처기업으로 이직해 화제가 됐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래리 서머스 미국 재무부 장관 비서실장을 지냈고, 컨설팅 회사 맥킨지를 거쳐 구글의 해외담당 부사장이었던 당시 38살의 셰릴 샌드버그(Sandberg·여·사진)가 한 벤처기업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인사들이 많았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언론들은 4일(현지시각) 샌드버그에 관한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4년전 그녀의 선택이 탁월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그녀가 옮겨긴 벤처기업은 페이스북이었다.

지난 1일 미국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를 신청한 페이스북은 창업주 저커버그(Zuckerberg)를 비롯한 페이스북 임직원을 갑부로 만들었다. 페이스북의 2인자인 최고운영책임자(COO) 샌드버그 역시 16억6000만 달러(약 1조8000억원)를 받을 전망이다.

샌드버그가 페이스북으로 가게 된 것은 구글이 자초한 것이나 다름 없다. 2007년 일반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대학생들의 글 장난 정도로 치부했지만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은 페이스북이 세계 IT 시장의 향후 패권을 좌우할 무기가 될 것으로 봤다. 이들 기업은 페이스북을 인수하려고 혈안이 됐다.

구글은 페이스북을 인수하려고 저커버그에 공들였다. 구글이 자랑하는 전용기 '구글원'에 저커버그를 태워 자기 임원들과 교분을 쌓게 했다. 저커버그는 그 과정에서 샌드버그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녀의 능력을 알아차리고 반드시 영입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저커버그는 1년여 동안 ‘삼고초려’ 한 끝에 샌드버그 영입에 성공했다. 구글로서는 페이스북을 인수하기는커녕 핵심 인재를 경쟁사에 뺏긴 꼴이 됐다.

샌드버그는 남성 문화가 깔려 있던 페이스북에 들어와 남동생을 다독이는 큰 누나 역할을 했다. 당시 페이스북은 대부분의 벤처 기업이 그렇듯이 창업주간 알력, 영입 인사와 창립 인사와의 갈등을 겪고 있었다. 이런 상태로는 페이스북이 벤처기업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저커버그 역시 페이스북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연륜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절감했지만,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

저커버그는 외부 인사 영입에 극도의 신중을 기했다. 그는 영입 인사가 돈만 챙기고, 창업주를 내쫓고 경영철학을 팽개쳐버리는 일이 다반사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당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페이스북 인수를 위해 수 천억원까지 제시했기 때문에, 저커버그는 영입한 외부 인사가 쿠데타를 일으킬까봐 두려워했다.

샌드버그는 저커버그의 두려움을 잘 알았다. 자신은 절대로 페이스북의 1인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저커버그에게 확신시켰다. 1인자 저커버그의 신뢰를 바탕으로 샌드버그는 페이스북의 갈등을 조율하면서 외부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했다.

샌드버그의 합류 이후 페이스북의 가입자는 4년사이 7000만명에서 8억4500만명으로 폭증했고, 변변한 수익모델이 없었던 페이스북은 작년 매출 37억 달러(약 4조1000억원), 수익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올리는 거대기업으로 변신했다.

샌드버그는 조용한 2인자이지만, 그녀가 향후 1인자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작년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장관 후임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녀의 막강한 대중 인지도를 눈여겨보는 인사도 늘고 있다. 유튜브에 있는 그녀의 연설은 20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올해 42살에 불과한 샌드버그가 대통령도 가능하다고 점치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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