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심사

블랙홀에 들어갔다 산 채로 나온다?

728x90
반응형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은 블랙홀 내부로 우주선을 타고 들어간다. 그 안에서 과거를 향해 신호를 보낸 뒤 산 채로 다시 빠져 나온다. 이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외신에 따르면 이 영화의 과학 자문을 맡은 이론물리학자 킵 손 박사(전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두 가지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첫째 기존의 물리법칙을 위배하는 내용이 없도록 한다는 것, 둘째 모든 황당한 상상은 대본작가가 아니라 과학으로부터 생겨나게 만든다이다. 블랙홀에 관한 한 이 가이드라인은 대체로 지켜진 것으로 보인다.

블랙홀이란 중력이 강해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의 한 영역을 말한다. 태양의 30배 정도의 질량을 지닌 별이 생애주기 마지막 단계에 폭발하고 남은 잔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달리 표현하면 중성자로만 구성된 잔해의 질량이 태양의 3.2배를 넘으면 중력 붕괴를 일으켜 검은 구멍(블랙홀)이 된다.

블랙홀의 대표적 특성은 ‘사건의 지평선(horizon of event)’을 갖는다는 점이다. 사건의 지평선은 물질과 빛이 안으로만 들어가며 밖으로 탈출할 수는 없는 구형의 경계면을 말한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정보는 외부 관찰자에게 도달할 수 없다. 사건의 지평선으로 둘러싸인 영역의 부피가 블랙홀의 크기다.
블랙홀 /주간조선
블랙홀 /주간조선
이 지평선을 무사통과할 수는 없다. 신체가 원자보다 작은 단위로 쪼개져 딸려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에 나오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블랙홀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은 원래 없다. 영화의 주인공이 빠져 나온 것은 우리가 사는 4차원보다 한 차원 높은 5차원을 영화적으로 가정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아버지가 과거 시간에 있는 딸에게 신호를 보낸 것도 마찬가지로 영화적 장치다.

블랙홀 자체는 보이지 않지만 탐지는 가능하다. 주위의 다른 물질에 중력으로 영향을 미치는 데다 물질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빛을 포함하는 강한 전자기 복사가 만들어져 방출되기 때문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이 묘사하는 블랙홀의 중심에는 대개 중력 특이점이 존재한다. 시공간의 곡률이 무한대가 되는 영역이다.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의 경우 이 영역은 하나의 점이고, 회전하는 것의 경우는 회전축에 자리 잡은 원이다. 어느 경우든 그 부피는 0이지만 블랙홀의 모든 질량이 이곳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밀도는 무한대가 된다. 전하가 없고 정지해 있는 블랙홀 속으로 떨어지는 것은 무엇이든 특이점으로 끌려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여기 도달한 물질은 무한한 밀도로 찌부러지고 그 질량은 블랙홀의 총 질량에 더해진다. 이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해당 물질은 특이점의 조석력에 의해 길게 늘어나서 갈가리 찢어진다. ‘국수 효과’라 불리는 과정이다. 그 힘은 인력의 원천(특이점)에서 가까운 쪽이 먼 쪽보다 강하게 작용한다. 지구에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는 것도 달의 조석력이다.

전하를 지녔거나 회전하는 블랙홀의 경우 특이점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블랙홀이 바로 회전하는 형태다. 특이점이 없는 블랙홀의 가능성을 최대한 확장하면 이를 다른 시공간에 있는 블랙홀에 이어붙일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다른 우주로 여행할 수 있을까.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입자 한 개가 부딪힌다든지 하는 최소한의 교란만 일어나도 연결통로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우리 은하(은하수)에는 태양 질량의 수배에서 수십 배에 이르는 블랙홀이 수천 개 존재한다. 하지만 은하수의 중심에는 이 모두를 합친 것보다도 거대한 놈이 자리 잡고 있다. 추정 질량은 태양의 460만 배. 뿐만 아니다. 대다수 은하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수십만 배에서 100억배에 이르는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 1000만개 질량의 블랙홀에 별이 가까이 가면 어떻게 될까. 강한 중력 때문에 산산조각이 난다. 그 잔해가 블랙홀 주변에 모이면서 강한 빛이 발생하는 현상인 ‘조석 파괴’가 일어난다. 2011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스위프트 위성이 이 순간을 최초로 포착했다.

하지만 블랙홀의 질량이 태양의 1억배일 경우 이 같은 조석 파괴는 발생하지 않는다. 블랙홀은 질량이 클수록 평균 밀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블랙홀은 정확히 이런 질량을 전제로 하고 있다.

회전하는 블랙홀은 주변의 가스가 격렬히 회전하며 빨려들어가는 원반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X선이 영화의 주인공을 녹여버려야 정상이다. 그가 살아있는 것은 이 원반에 가스가 거의 없는 것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태양 정도의 온도에서 발생하는 아주 약한 X선을 가정했다.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초대형 블랙홀은 역사상 가장 정확한 묘사로 꼽힌다.(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11월 19일자) 영화팀은 수치 모델을 통해 실제로 그렇게 보일 블랙홀의 모습을 만들었다. 블랙홀이 공간을 구부리기 때문에 중앙에 검은 원이 있는 깔때기 모양 비슷하게 보인다는 것을 알아낸 이 영화의 과학 자문 역인 킵 손 박사, 바로 그다.

이것이 주위의 물질을 끌어들여 만드는 강착(降着)원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밝게 빛난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모델에 넣고 계산하자 중력이 가스 원반의 겉보기를 이상한 형태로 뒤트는 것으로 나타났다.(중력 렌즈 효과) 블랙홀 위쪽을 가로지르는 무지개색 불길은 여기서 생겼다. 킵 손 박사는 이 같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기반으로 두 개의 과학 논문을 준비 중이다.

고에너지 중성미자는 은하수 중심의 거대 블랙홀이 원천인가. 지난 11월 14일 NASA는 지구에서 검출되는 초고에너지 중성미자의 원천이 우리 은하 중심의 거대질량 블랙홀로 추정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3개의 X선 우주망원경과 남극의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검출장치로 측정한 자료를 토대로 했다.

중성미자란 ‘전기를 띠지 않은(중성) 미세한 입자(미자)’를 말한다. 크기가 너무나 작고 전하도 띠지 않기 때문에 물질과 반응을 거의 하지 않는다. 태양에서 생성되는 중성미자의 경우 매초 수십억 개가 우리 몸을 무사통과한다. 이보다 수백만~수십억 배 큰 에너지를 가진 중성미자의 출처는 천문학 최대의 수수께끼 중 하나였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NASA는 한 난쟁이 은하에서 뜻밖의 거대질량 블랙홀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직경 약 300광년으로 우리 은하의 500분의 1에 불과한 은하다. 하지만 그 중심에 있는 블랙홀의 질량은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것의 5배, 태양 질량의 2100만배다. 이 은하는 원래 대형이었으나 더 큰 은하의 중심부와 충돌하면서 외부의 암흑물질과 별을 잃어 난쟁이가 된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거대질량 블랙홀은 우주 생성 초기인 7억~9억년 전에 이미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