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과 아이폰 스피커의 비밀; 애플은 왜 이어폰 단자를 제거했을까?

애플 맥과 iOS 기기에 탑재된 스피커는 모두 다이내믹 스피커입니다. 다이내믹 스피커는 전류의 세기에 따라 영구 자석 주변의 코일에 가해지는 힘을 이용하는 원리인데요. 코일에 얇은 막을 씌워 코일 진동을 공기 진동으로 변환하는 출력 기기입니다.

 

다이내믹 스피커

전자 기기의 내장 스피커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범위보다 훨씬 좁습니다. 특히 인클로저의 크기에 비례하는 저음 영역의 재생 능력은 충분한 공간 확보가 어려운 포터블 기기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피커 유닛을 감싸는 일종의 케이스를 인클로저라 부른다.

그래서 제한된 공간에 더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를 얻고자 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작고 얇은 기기를 만드는 제조사 중 하나인 애플은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요?

* 다이내믹 레인지
최소 음의 크기와 최대 음의 크기, 클수록 소리 크기를 세밀하게 표현한다.

 

포터블 맥을 위한 애플의 스피커

맥 기기 중 가장 작은 모델인 맥북 12인치는 출시가 가장 늦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크기와는 대조적으로 모든 포터블 맥 시리즈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음질을 자랑합니다. 맥북 12인치 모델에는 두 개의 스피커 인클로저가 적용되어 있는데요. 인클로저 하나당 각각 두 개의 스피커 유닛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노란 부분이 맥북 12인치의 스피커 /ifixit.com

총 네 개의 유닛으로 구성된 맥북 12인치의 스피커는 각각 두 개의 유닛이 저음부터 고음까지 전대역에 걸친 드라이버로, 다른 두 개의 유닛은 자칫 부족해지기 쉬운 중저음역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맥북 시리즈에 비해 중저음 재생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키보드 상단에 배치된 스피커 그릴은 크기에 상관없이 고음질을 확보하는 데 일조하였습니다.

 

iPad는?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 맥과 다른 방법으로 고음질 사운드를 확보했는데요. 맥북 시리즈처럼 스피커 유닛이 탑재된 인클로저를 바디에 장착하는 게 아니라 바디에 인클로저 공간을 깎아냈고 스피커 유닛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핀셋으로 잡은 부분이 아이패드 스피커 유닛

스피커 유닛 옆에 있는 인클로저 공간은 비스듬한 칸막이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칸막이로 이루어진 통로를 음압이 흐르며 필터링 되고 중저음이 강조됩니다. 중저음을 방출하는 스피커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 아이패드에도 적용되어 있는 것이죠. 아이패드의 스피커 유닛은 총 네 개로 두 개는 전대역을 포괄하고 나머지 두 개는 중저역을 담당합니다.

 

하얗게 보이는 부분이 아이패드 인클로저. 바디를 통으로 깎아 공간을 만든 것이 특징

 

애플의 고해상도 오디오 시장 공략

최근 기존 음원을 뛰어넘는 고해상도 음원과 재생 기기가 오디오 시장을 조용히 흔들고 있습니다. 맥북 12인치 모델, 맥북 에어를 제외한 모든 맥은 광 디지털 출력 단자가 있어 192kHz/32비트의 음원까지 지원합니다. 다만, 내장 스피커가 고해상도 음원 재생을 만족할 만큼 성능이 좋지 않아 별도의 헤드폰이 필요했는데요.(그래도 내장 스피커치곤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아이폰의 경우 아이폰 6 이상에서 성능이 꽤 괜찮은 DAC 칩을 내장하고 있지만, 아이폰의 음악 앱이 고해상도 음원을 지원하지 않아 실제 청취는 불가능합니다. 차기 아이폰 7은 헤드폰 단자가 제거되었는데요. 라이트닝 단자는 아날로그 신호가 출력되지 않으므로 아이폰 7에 연결하는 모든 종류의 헤드폰은 DAC와 헤드폰 앰프를 내장해야 합니다.

* DAC(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
디지털 신호를 실제 소리로 변환하거나 증폭, 음질을 높인다.

물론 지금도 라이트닝 단자에 연결하는 고해상도 앰프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무조건 디지털 연결을 해야만 하고 고해상도 음원 지원이 가속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용자가 iTunes를 통해 고해상도 음원에 접근하여 구입하는 빈도도 높아지고 애플 입장에서는 높은 스마트폰 점유율을 바탕으로 블루오션에 가까운 고해상도 오디오 시장을 잠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애플은 두께를 줄이기 위해 이어폰 단자를 제거했다고 했지만, 올해부터 애플 뮤직을 안드로이드에서도 청취할 수 있게 봉인을 해제하는 등 최근 애플의 행보로 보면 고해상도 오디오 시장 공략을 위해 일찍부터 물밑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