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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 모토로라 인수후 스마트폰 세계 순위 3위서 9위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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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모토로라∙IBM PC 인수하며 잘 나가던 中레노버 2년 연속 적자… 실패 연구
부실한 인수∙애매한 브랜드 포지셔닝∙유통망 장악 실패 등 4대 요인

글로벌 202위(매출액 기준)인 중국 IT 기업 레노버가 2년 연속 적자에 빠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6 회계연도(2016년 4월1일~2017년 3월31일)에 부동산 매각으로 벌어들인 6억3900만달러를 빼면 2년 연속 적자 수렁에 빠진 것이다. 레노버는 2015 회계연도에 7년만에 처음 적자 전환했다.

올해 초 미국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6 글로벌 브랜드 100위권에 뽑힌 중국 기업은 레노버와 화웨이 2개사다. 특히 레노버는 2015년부터 3년 연속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뽑힌 유일한 중국 회사다.

이런 레노버 부진의 출발점은 2014년 ‘휴대폰의 원조’ 격인 미국 모토로라 인수다. 29억달러에 인수한 후유증으로 주력인 스마트폰 사업에서 계속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레노버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순위는 2014년 3위에서 2016년 9위로 추락했다. .

모토로라 인수를 주도한 양위안칭(楊元慶) 레노버 회장은 2005년 ‘PC의 원조’로 불리는 IBM의 PC사업부를 사들인 뒤 8년만인 2013년 레노버를 세계 1위 PC업체에 등극시켰다. 그는 IBM PC사업부를 인수한 직후 글로벌 본부를 노스캐롤라이나주로 이전하는 등 국제화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실제로 레노버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은 68%(2014 회계연도 기준)다.
레노버가 난기류에 빠진 이유는 뭘까.


레노버 모토로라 인수후 스마트폰 세계 순위 3위서 9위로 추락 왜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가운데)은 모토로라 인수 이후 스마트폰사업이 되레 악화되는 상황을 타개해야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블룸버그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가운데)은 모토로라 인수 이후 스마트폰사업이 되레 악화되는 상황을 타개해야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블룸버그


◆실패 원인 <1> ‘속빈 강정 M&A’...모토로라의 ‘저주’?

레노버 모토로라 인수후 스마트폰 세계 순위 3위서 9위로 추락 왜


 

레노버 모토로라 인수후 스마트폰 세계 순위 3위서 9위로 추락 왜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할 당시 이미 가치가 떨어진 자산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2011년 125억달러에 모토로라를 인수한 구글은 이를 2014년 29억달러에 레노버에 매각했다.3년새 약 100억달러 가치가 날아간 것이다.

구글이 비핵심기술 특허 등을 매각한 것도 요인이지만 구글 접속을 차단한 중국에서 모토로라를 철수하는 등 사업이 위축된 탓이 컸다. 이 때문에 “레노버가 인수한 건 모토로라 브랜드 껍데기”(중국경제주간)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레노버가 인수할 당시 모토로라가 미국 시장에서 상위 5위권에 드는 브랜드이긴 했지만 손실을 내고 있었던 것도 부담이 됐다.

양 회장은 당시 미국 직원 감원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2016년 3월 모토로라 사장 릭 오스텔로가 구글 하드웨어 책임자로 옮기고, 이어 레노버는 2016년 9월 모토로라 직원이 상당수인 1000명 감원 계획을 내놓았다. 모토로라의 핵심자산인 인력들이 자의든 타의든 이탈하게 된 것이다.

◆ 실패 원인 <2> 백화점식 브랜드 난립...애매한 포지셔닝

양 회장은 작년 11월 스마트폰 브랜드를 (모토로라의) 모토(MOTO)로 통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어떤 브랜드가 살아남을 지를 놓고 아직도 설(說)이 돌고 있다. 양 회장의 선언 뒤편엔 모토로라 외에도 A, K, S, P 시리즈에 주크(ZUK) 등 레노버의 브랜드 난립이 있다.

레노버 스마트폰 사업의 발목을 잡은 건 중국시장이다. 2013년만 해도 내수시장에서 2위를 차지한 레노버는 2015년 2210만대를 팔아 5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2016년엔 470만대를 판매하는 데 머물렀다. 브랜드 포지셔닝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레노버는 구글에 인수된 후 중국에서 철수했던 모토로라를 2015년초 중국에 재진출시키면서 가격대를 아이폰에 육박하는 600~700달러로 잡았다. 그해 모토로라는 중국에서 20만대 판매에 그쳤다. 샤오미가 6500만대를 판 것과 대비된다.

이 과정에서 레노버는 2015년 독립 자회사 형태로 중간 가격대의 주크를 내놓았다가 2016년초 레노버에 합병시키는 등 브랜드 전략이 갈짓자 행태를 보였다. 주크는 당시 샤오미의 돌풍에 자극 받아 대학생들에게 특징과 디자인 자문을 구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레노버의 중국 내수시장 점유율은 2013년 14.1%에서 2016년 1.6%로 수직낙하했다.

레노버 모토로라 인수후 스마트폰 세계 순위 3위서 9위로 추락 왜


◆ 실패 원인<3> PC출신 인사 중용...스마트폰 부문 약화

PC와 스마트폰의 제품 특성이 다른데도 레노버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PC사업부 출신들이 스마트폰사업을 주도하면서 모토로라와 마찰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스마트폰사업 경험이 전무했지만 통합 스마트폰 사업 책임자로 임명된 천쉬둥(陳旭東) 부총재는 서방고객을 겨냥해 만든 모토X포스를 모토로라 사업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에도 개량해서 내놓으라고 지시하면서 긴장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은 신제품 주기가 PC의 수배에 이르고 패션상품 성격도 띠고 있다.”(중국 경제 잡지 차이징∙財經) 때문에 PC사업부 출신들이 스마트폰사업을 주도하는 조직구조에서 성적이 제대로 나올리 없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작년 11월 모바일사업부 책임자를 천쉬둥에서 인사부 출신인 챠오젠(喬健) 부총재로 교체한 뒤 지난 2월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전략 업무 등을 맡었던 강진씨와 차이나텔레콤 및 차이나모바일 출신을 부총재로 영입한 것은 스마트폰 전문가에게 사업을 맡기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 실패 원인 <4> 중국 유통망 장악 실패


레노버가 부활을 추진중인 모토로라 스마트폰 /블룸버그
레노버가 부활을 추진중인 모토로라 스마트폰 /블룸버그

모토로라 인수 시점을 전후로 중국의 스마트폰 유통망이 큰 변화를 겪었는데 이에 대한 대응이 늦은 것도 레노버의 패착으로 꼽힌다.

중국 스마트폰 업계에선 중화쿠롄(中華酷聯)이라는 말이 있다. 2014년 6월 중국 스마트폰시장이 3G에서 4G로 넘어가기 이전 중싱(中興,ZTE) 화웨이(華爲) 쿠파이(酷派) 롄상(聯想,레노버) 4개사가 시장을 주도한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통신사가 보조금을 통해 스마트폰 유통을 장악하던 시절이다.

중화쿠롄 가운데 지금도 존재감을 가진 스마트폰 업체는 화웨이 한 곳이다. 차이징은 화웨이가 2012년부터 영업전략을 B2B에서 B2C로 전환하며 독자 브랜드와 고객 기호변화에 맞는 제품개발에 주도적으로 나선 덕이 컸다고 분석했다.

통신사들은 4G서비스에 나서면서 단말기 보조금을 줄이고, 보조금 지급 대상도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바꾸었다. 소매 유통망이 중요해졌지만 레노버는 오프라인 유통망이 1000여개에 그친다. 화웨이의 1만여개, 오포와 비보의 총 4만개에 비해 크게 적다.

레노버는 모토로라 인수 후유증 속에서도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절대 없다는 입장이다. 올 1월 라스베이거스 CES(소비자 가전 쇼)에서 양 회장은 “휴대폰 시장을 잃으면 PC시장의 배가 되는 4000억달러 시장을 잃는 것으로 레노버의 미래가 없다”고 단언했다.

양 회장은 앞서 2015년 CES에서도 모바일 (스마트폰)사업이 PC 매출을 추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5년 회계연도 전체 매출에서 PC와 모바일사업이 각각 66%,22%를 차지했다.

레노버는 올초 하드웨어에 인공지능(AI)을 가미한 스마트 하드웨어와 스마트 클라우드, 이 둘을 결합한 서비스 제공 등을 내세운 중장기전략을 세웠다. 스마트 하드웨어의 핵심은 스마트폰이다. 레노버가 모토로라 부활의 장애물을 치우고 쇠락의 길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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