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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를 차지하라"… 韓·美·대만, 판돈 20조 '반도체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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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 2위 매물로… 누가 인수하느냐 따라 업계 판도 격변

한국 SK하이닉스 - 낸드플래시 분야는 현재 5위… 도시바 인수땐 단숨에 1,2위권
대만 훙하이 그룹 - 작년엔 일본 샤프 깜짝 인수… 삼성전자에 강력한 도전
미국 웨스턴 디지털 - 日서 도시바와 공장 공동 운영… 기존 협력관계 최대한 부각

일본 최대 반도체 기업이자 낸드플래시 2위 기업인 도시바(TOSHIBA)의 반도체 사업이 매물(賣物)로 나오면서 세계 반도체 업계에 지각변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3일부터 입찰 제안서 접수가 시작된 도시바 인수에는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아이폰 위탁 생산으로 유명한 대만의 훙하이(폭스콘)그룹, 미국 반도체 기업 웨스턴 디지털의 삼파전이 예상된다. 이들 기업 중 한 곳이 도시바를 인수하면 단번에 세계 1위의 삼성전자와 겨룰 수 있는 기술력과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작년 일본 샤프를 인수한 대만 훙하이그룹이 도시바까지 인수하면 스마트폰·LCD(액정표시장치) TV ·반도체 등 핵심 사업 모두에서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게 된다.

매물로 나온 낸드플래시 원조(元祖)



 

도시바는 3일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 지분 매각에 대한 입찰 제안서를 오는 29일까지 접수한다고 밝혔다. 도시바는 당초 반도체 사업 지분 20%를 매각해 자회사인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에서 발생한 손실 7000억엔(약 7조원)을 메운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분석 결과 숨겨진 손실이 더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영난 타개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1조엔(약 10조원) 이상으로 불어난 것. 이 때문에 반도체 지분의 100%를 매각하는 극약 처방을 택했다.

도시바 인수 왜 나섰나
일본 언론들은 '세계 최초로 낸드플래시를 상용화한 일본 자존심의 매각'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노트북 저장장치로 쓰인다. 도시바는 소니·NEC 같은 일본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부상으로 부진을 겪을 때도 굳건히 버텼다. 도시바 반도체는 2015년에도 매출 8456억엔(8조5000억원), 영업이익 1100억엔(1조1000억원)을 낼 정도로 알짜 사업이었다.

도시바는 매각가로 약 2조엔(약 20조원)을 제시했다. 일본 언론들은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30% 프리미엄이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미국·대만 기업 삼파전

현재 도시바 인수전에는 SK하이닉스와 대만 훙하이그룹, 미국 반도체 기업인 웨스턴 디지털이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매년 수십조원대의 낸드 플래시를 구매하는 애플과 대만 1위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의 이름도 나온다.

(왼쪽부터)SK 최태원 회장, 웨스턴 디지털 밀리건 CEO, 훙하이 궈타이밍 회장.
(왼쪽부터)SK 최태원 회장, 웨스턴 디지털 밀리건 CEO, 훙하이 궈타이밍 회장.
SK하이닉스는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낸드플래시 점유율을 단숨에 세계 1, 2위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최태원 SK 회장의 공격적인 최근 행보도 눈에 띈다. 최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통신·석유화학과 함께 SK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꼽고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반도체 원료인 웨이퍼 전문 기업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인수하기도 했다.

"타도 삼성"을 외치는 훙하이 궈타이밍 회장은 지난 1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샤프 디스플레이 공장 기공식에서 "도시바 경영을 돕기 위해 자금을 쏟아붓겠다"며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궈 회장은 "훙하이그룹은 반도체 사업이 없기 때문에 반(反)독점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도시바가 현금을 가장 빨리 확보하는 방법"이라고도 말했다. 궈타이밍 회장은 작년 초 세계 최초로 LCD를 상용화한 일본 샤프를 인수해 관련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현재 일본에서 도시바와 낸드플래시 공장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웨스턴 디지털도 유력한 인수 후보다. 웨스턴 디지털은 그동안 도시바의 일본 공장에서 생산한 낸드플래시를 미국으로 가져가 완제품을 생산해왔다.

SK하이닉스와 훙하이의 공동 인수설도 나온다. 최 회장과 궈 회장은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중국에 IT 합작사를 설립하며 다방면에서 협력해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훙하이가 손을 잡으면 반도체 기술이 4~5년은 뒤처져 있는 훙하이가 훨씬 이익"이라며 "반일 정서가 깊은 한국이나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대만보다는 기존 협력 관계에 있는 웨스턴 디지털이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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