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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3주기’ 앞두고 폭탄발언…검찰, 왜 터뜨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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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건평씨 비자금 의혹’ 섣부른 공개
‘뭉칫돈’ 최소한의 팩트도 못대“수사 아닌 확인 단계”라는 검찰
‘노무현 3주기’ 앞두고 폭탄 발언
계좌주인으로 지목된 박아무개씨
“비자금 관리? 맞다면 목을 베라
”민주당 “이상득 의혹 방어막 치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닷새 앞둔 지난 18일,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70)씨 주변인 계좌에서 수백억원대의 뭉칫돈이 오간 사실을 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건평씨의 자금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것”이라고만 할 뿐, 누구의 어떤 성격의 돈인지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건평씨나 그 주변인들의 비리 자금일 것이라거나 대선자금 잔금일 것이라는 둥 추측과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검찰 스스로 ‘확인 단계’일 뿐이라면서도 이런 내용을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을 앞둔 시점에 기자간담회에서 ‘흘린’ 배경을 두고 또다른 의혹이 일고 있다.

■ 수백억원 뭉칫돈, 누구 것? 무슨 돈? 이준명 창원지검 차장검사는 18일 오전 자신의 집무실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건평씨 자금 추적을 하다 수백억원대의 뭉칫돈이 오간 노씨 관련 계좌를 새로 발견했다”고 말했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 김기현)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건평씨를 두차례 소환조사한 결과를 설명하는 맥락이었다.

이 차장검사는 ‘건평씨의 자금관리인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그가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노건평씨는 즉각 “뚱딴지같은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건평씨의 변호인인 정재성 변호사도 2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노건평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이 몇번인데, 이제 와서 수백억원대의 뭉칫돈이 발견됐다면 지금까지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말밖에 더 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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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이 ‘건평씨의 자금관리인’이라고 지목한 폐기물처리업체 사장 박아무개(57)씨는 <한겨레>에 “만약 내가 노건평씨 비자금을 관리했다면 내 목을 베도 좋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을 거명한 언론을 고발하겠다고 분개했다.

뭉칫돈의 성격을 두고 이 차장검사는 “노 전 대통령을 이용하는 주위의 나쁜 사람들 때문에 생긴 일”이고 “노 전 대통령과 그분의 자녀들은 전혀 안 나온다”고 말해, ‘이권을 노린 주변 사람들의 로비성 자금’임을 암시했다.

이에 박씨는 “1년 매출이 150억~200억원가량인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계좌로 돈이 계속 오고 가지만, 건평씨와 돈을 주고받은 일은 일절 없다”며 “예전에도 건평씨 비리 의혹과 관련해 국세청·대검찰청 조사를 받았는데, 아무 문제 없었다”고 반박했다. 정재성 변호사는 “건평씨는 2008년 12월 구속돼서 모든 것을 조사받았고 그때 전재산을 털어 20억원 가까운 벌금과 추징금을 물었는데 무슨 돈이 남아 있겠냐”고 잘라말했다.

때문에 이 돈이 사업 목적에서 거래된 돈이라거나 대선자금의 잔금일 가능성이 있다는 둥 추측과 논란만 무성하게 번지고 있다.

■ 발표 시점·방식에 의문 이 차장검사가 “수사가 아닌 확인 단계”라고 하면서도 논란을 일으킬 민감한 뭉칫돈이 있다는 말을 흘린 시점과 방식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비판과 함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8일은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을 맞아 19~20일 전국 곳곳에서 노 전 대통령 추모 행사를 앞둔 때였다. 노 전 대통령 주변인들의 비리 의혹을 흘림으로써 추모 열기를 가라앉히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차장검사는 “더이상 불미스런 일이 안 생기면 좋겠지만, 의심스런 계좌의 흐름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갖가지 추정을 가능케 하는 발언을 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20일 논평을 내어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에 대한 수사와 처벌 요구가 높아지자, 이명박 정권과 검찰이 노건평씨 관련 대형 의혹을 풀어 방어막을 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며 ‘수사도 없고 영장도 없이 의혹만 늘어놓는 정치검찰’ 행태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검찰 안팎에서도 발표 시점과 방식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지방검찰청의 한 검사는 “전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사안에서 국민의 알권리 등을 고려해 간략한 브리핑을 할 순 있겠지만, 이 경우 최소한의 사항을 정확하게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허위·과장이 개입됐다면 충분히 비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부장검사나 일선 검사들이 영웅심리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다닐 순 있겠지만,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검 공보관인 차장검사가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불필요한 발언으로 오히려 수사에 혼동을 주고 의혹을 부풀려놓았다”고 비판했다.

이 차장검사의 발언이 있기 전까지 수백억원대의 뭉칫돈이 오간 건평씨 관련 계좌가 발견된 사실은 검찰 수뇌부에도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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