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엔씨 경영참여' 공시, 국내 양대 게임업체 경영권 분쟁 본격화

국내 양대 게임업체인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경영권 분쟁에 돌입했다.

넥슨은 3일 엔씨소프트의 지분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꾼다고 27일 공시했다. 서울대 공대 1년 선후배 사이로 우애를 자랑해 온 엔씨소프트 김택진(전자공학과 85학번) 사장과 NXC 김정주(컴퓨터공학과 86학번) 회장이 엔씨소프트 경영권을 놓고 본격적인 대결을 시작하는 것이다.

김정주 NXC 회장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다. 지분 보유율은 약 15%.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지분은 9.9%에 불과하다. 특수관계인까지 합해도 지분율은 10.16%다. 이번 공시는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회장이 엔씨소프트 창업자로 회사를 경영하는 김택진 사장에게 보낸 일종의 최후통첩이란 분석이다.

◇넥슨, 엔씨 지분 보유 목적 단순투자서 경영참여로 변경

분쟁의 발단은 지난 2012년 넥슨이 김택진 사장의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넥슨 일본 법인은 그해 6월 김택진 사장의 지분 14.7%를 주당 25만원에 인수했다. 총 인수금액은 8045억원이었다. 당시 두 업체는 힘을 합쳐 글로벌 게임업체를 인수하기로 의기투합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실제 인수 합병 작업을 벌이지는 못했고 시간이 지나자 공동 인수 건은 기억에서 사라졌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공동 인수와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지분 문제가 불거진 시점은 작년 10월이다. 넥슨은 당시 엔씨소프트 주식을 0.4% 추가 취득했다. 엔씨소프트의 지분이 15%를 넘어간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상장회사 또는 등록법인 발행 주식 총수의 15% 이상을 취득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내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신고를 승인하면 적대적 인수·합병(M&A)도 가능해진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결과 넥슨은 15% 이상 지분을 취득해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만 기업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긴다면 직권으로 재조사가 가능하는 단서가 붙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상당히 격하게 반응했다. 넥슨의 지분 추가매입 공시 이후 엔씨소프트는 “지분 매입에 대한 사전 공지가 전혀 없었던 만큼 단순투자 목적이라는 공시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넥슨 이사 파견 등 요구할 듯

문제는 지분 인수 이후 엔씨소프트 주가가 계속 하락했다는 것이다. 또 넥슨은 최대 주주임에도 회사 의사 결정에 전혀 참여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불만을 행동으로 표시한 것이 바로 작년 10월 지분 추가 인수다. 당시 김택진 사장은 “사전에 한마디 언질도 없었다”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정주 회장은 “미리 알려주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해외에 있는 김택진 사장이 받지 않았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영참여 공시 이후 넥슨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일단 넥슨은 엔씨에 사내 이사를 파견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 지분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택진 사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회사 주식을 사들여 자기 지분율을 더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분기당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우량 기업으로 쌓아 놓은 현금이 많기로 유명하다. 또 엔씨소프트 입장에선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전체 주식의 8.93%)를 우호 세력에 매각할 수도 있다. 엔씨소프트는 넥슨 지분을 되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넥슨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거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