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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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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 없이 도전하는 사업가,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그토록 갈망하던 포털을 손에 넣었다.

이제 김 의장은 애증(愛憎) 관계인 국내 1위 포털 네이버와 운명의 결전을 벌인다.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업체 카카오와 국내 2위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26일 합병을 공식발표했다. 김범수 의장은 신생 다음카카오의 지분 39.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 2000년 자신이 창업한 한게임과 이해진 의장이 창업한 네이버가 합병했을 때 김 의장은 이해진 의장에 이은 2대 주주였다. 공동 창업이라지만 냉정하게 말해 NHN은 최대주주인 이해진 의장의 회사였다. 사람들은 최대주주인 이해진의 네이버만 기억했다.

지분율이 2%대에 불과했던 김범수와 한게임은 점차 잊혀졌다. 김 의장이 결국 2007년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는 사직서을 남기고 회사를 떠났다. 그가 당시 사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었다는 것을 행간에서 읽을 수 있다. 포털 사업 재도전은 그의 오랜 꿈이었다. 그는 이 꿈을 위해 2000년대 초반 치열하게 경쟁했던 상대인 다음과 손을 잡았다. 꿈을 이루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김범수 의장은 일단 도전할 목표를 정하면 체면 따위는 무시한 채 밀어부친다. 서울대 산업공학과(86학번)를 졸업하고 대기업인 삼성SDS에서 일하던 김 의장은 1998년 갑자기 회사를 때려 치우고 자기 일을 시작한다. 첫 사업 아이템은 PC방이었다. 보통 대기업 출신 엘리트라면 더 번듯한 사업을 생각했겠지만 그는 달랐다. 일단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양대 앞에 2억 4000만원을 들여 만든 PC방은 당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당시 PC방은 지금과 달리 수익성이 좋은 신종 사업 아이템이었다. 돈이 벌리자 그는 PC방 고객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다른 PC방에 팔았다. 김 의장은 “PC방도 좋았지만 PC방 관리 프로그램이 더 이익이 많이 났다”고 회고했다.

돈이 더 모이자 또 다른 아이템에 도전했다. 바로 인터넷 고스톱과 포커다. 이른바 ‘회색(Grey)사업’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회색 사업이란 불법은 아니지만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 사업이다.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개발했지만 도박 게임에 손을 댈 생각을 한 사람은 극소수다. 그러나 김 의장은 달랐다. 나아가 그는 고스톱 게임 성공을 위해 당시 돈줄이었던 PC방 관리 프로그램 사업을 포기했다. PC방 업주들에게 컴퓨터 시작 화면에 한게임 고스톱·포커를 깔면 무료로 PC방 관리 프로그램을 줬다. 결과는 대성공, 불과 1년반 만에 1000만명이 한게임 고스톱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성공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수입 모델은 없는데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견디다 못해 그는 대학 직장 동기였던 이해진 의장과 회사를 합친다는 결단을 내렸다. 이해진 의장은 당시 100억원 단위 투자를 받아 자금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상태였다.

그러나 합병 후 NHN을 먹여 살린 것은 오히려 한게임이었다. 2001년 도입한 무료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게임에 사용할 아이템을 파는 모델이 대박이 났다. 반면 네이버는 계속 적자에 시달렸다. 이해진 의장은 당시 상황을 “한게임으로 번 돈으로 검색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한게임이 네이버를 먹여 살린 것이다. 2003년 네이버가 검색광고를 큰 돈을 벌어 들일 때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졌다. 정작 네이버가 돈을 벌기 시작하자. 한게임과 김 의장은 미운 오리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고스톱·포커 같은 도박 게임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커졌기 때문이다. 2004년 김 의장은 NHN 해외 담당 대표를 맡았고 회사를 떠날 때까지 해외 업무를 책임졌다. 이 회장이 나간 뒤 남궁훈 게임인 대표 등 한게임 출신 주요 임원이 줄줄이 네이버를 떠났다.

이후 김 의장은 고난의 길을 걸었다. 손대는 사업에서 계속 고배를 마셨다. 미국서 만든 동영상·사진 공유 블로그 서비스인 ‘부루닷컴’ 2008년 한국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한 지식인 서비스의 변형 서비스 ‘위지아’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이런 실패를 딛고 결국 김의장은 카카오로 제 2의 성공을 거뒀다. 국내 벤처업계에서 큰 성공을 2번 거둔 사례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그러나 김 의장은 한게임과 카카오 2개의 서비스를 잇달아 성공시켰다. 이런 연쇄 성공 사례는 네이버와 라인을 성공시킨 김의장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이해진 의장 정도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은 포털 사업 진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네이버 한 임원은 “회사 주요 팀장 가운데 김 의장의 스카웃 제의를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버 직원 상당수가 카카오로 이직하기도 했다. 옛 고향 집 식구들을 데려온다면 할 일은 하나 밖에 없다. 바로 포털이다. 또 김 의장은 이번 합병으로 그 꿈을 이뤘다. 다음 이재웅 창업자의 합병 회사 지분은 3.4%에 불과하다. 다음카카오를 이끌고 네이버와 전쟁을 할 총사령관은 바로 김 의장이다.

김범수 의장과 이해진 의장은 지금도 친구다. 두 사람은 NC소프트 김택진 사장, 넥슨 김정주 회장과 더불어 업계 4인방으로 불린다. 4인방은 지금도 가끔 모여 운동을 한다. 모이면 가끔씩 언쟁이 벌어진다. 4인방 가운데 한명은 “주로 밥 값을 누가 낼 것인가로 다툰다”고 말했다. 주로 그때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밥 값을 낸다고 한다. 비지니스는 비지니스이고 우정은 우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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