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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4, ‘잘 차려진 식탁’이 아쉬운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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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S4′가 발표됐다. 지난해 5월에 ‘갤럭시S3′가 처음 발표됐고 제품 출시는 6월에 시작했으니, 1년이 채 되기 전에 새 제품을 만나보게 됐다.

반년이 머다하고 CPU나 디스플레이의 흐름이 바뀌다보니, 갤럭시S를 1년에 한 번씩 내놓겠다는 삼성전자도 정확히 1년 주기를 기다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고 보니 갤럭시S3가 등장할 때에 비해 1년만에 세상이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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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최고지만…

굳이 ‘혁신’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다. 사실 하드웨어에 대해서는 그간 이야기도 많았고 온전히 새로운 기능들도 아니기에 특별한 충격은 없었다. 다만 하드웨어가 상향평준화된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삼성이 앞으로 1년동안 쟁쟁한 경쟁자들과 싸우기 위해 어떤 카드를 준비했느냐가 핵심이다.

그렇다고 하드웨어에 발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매년 엄청난 하드웨어의 발전이 갤럭시의 혁신에 바탕이 됐던 것처럼 이번에도 적지 않은 발전이 있었다. 엑시노스5는 적어도 올 한해 가장 빠른 프로세서의 위치를 꿰어차기에 충분하다. 아몰레드의 진한 색 표현력을 좋아하는 이용자라면 풀HD 해상도가 아쉬웠을텐데, 이도 해결됐다. 아직 풀HD 해상도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팬택이나 LG전자, 소니 등이 내놓았던 IPS 기반의 풀HD 화질은 알면서도 볼 때마다 종종 깜짝 놀라곤 한다. 아몰레드의 색감과 또렷한 해상도가 겹쳐지는 것도 기대된다.

특히 멀티밴드 안테나를 달아 하나의 단말기로 6가지 LTE 신호를 잡는 것도 삼성같은 기업이 아니면 만들기 쉽지 않은 요소다. 삼성이 어떤 밴드를 잡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TD-LTE도 함께 처리하는 첫 스마트폰이다. LTE시대 통신사들의 가장 큰 고민인 글로벌 로밍에 대한 고민을 단말기 하나로 거의 해결했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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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새 하드웨어는 이전만큼의 감흥을 주지 않는다. 지금 스마트폰에 대한 주된 불만이 ‘속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쓰는 게 느려야 더 빨라졌다는 것에 눈이 번쩍 뜨일텐데, 요즘 느린 스마트폰이 어디 있나. 풀HD 해상도도 벌써 여러 번 나왔던 부분이다. 뭔가 지금같은 흐름을 이어갈 ‘한 방’이 필요해 보인다.

하드웨어 경험치 높여주는 건 ‘소프트웨어’

삼성으로서도 하드웨어를 혁신의 코드로 가져가기에는 큰 차별성을 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전히 가장 빠른 안드로이드폰을 만들고 있는데 ‘갤럭시가 제일 빨라요’라고 말하는 것도 멋쩍다. 단순히 사양이나 하드웨어만 놓고 보자면 이제 LG도 잘 만들고, 소니도 잘 만든다. HTC도 철수한 게 아쉬울 정도다. 뭔가 ‘한 방’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새 갤럭시에 ‘혁신’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도 이상하다. 새 갤럭시S4는 많은 부분에서 발전했지만 애플과 비슷한 잣대를 대자면 낯설거나 혹은 실망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이전 세대와 비슷한 디자인코드, 큰 감흥 없는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조금 얇고 가벼워진 케이스, 겉으로 비슷해 보이는 UI는 아이폰이 매년 신제품을 내놓을 때 ‘혁신없는’이라는 수식어로 표현되던 부분이다. 갤럭시S4에도 비춰볼 수 있다. 발표 직후 나와 통화한 어떤 관계자는 ‘갤럭시S3.1같다’고 표현했다. 어떻게 보면 삼성은 혁신을 두고 그동안 스스로 던져둔 덫에 걸린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혁신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던 단계의 이야기일 뿐, 이제는 ‘진화’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연일 삼성이 애플을 앞지르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쏟아내면서 세상에 전혀 없던 혁신은 애플만 만들어내야 하고 삼성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혁신적이라고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건 곤란하다. 삼성도 그만큼 성장해 있지 않은가. 굳이 애플과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두 회사를 비교하려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발전의 중심이 하드웨어가 아니라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이전 제품과 비슷해보인다고 해서 꼭 부정적으로 비춰질 이유는 없다. 정말 새로운 제품을 원하면 아예 다른 운영체제, 아예 다른 제조사의 제품을 쓰면 된다. 팬덤이 생길만큼 그 회사의 제품을 기다려서 구입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아이폰이나 갤럭시같은 브랜드는 지금까지 가져온 디자인과 UI를 유지하고 변하지 않은 듯 무심해보이지만 속으로 세세하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옳다. 변화를 느낄 만큼 하드웨어는 좋아졌고 기능도 늘어났다. 그걸 소비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느냐가 관건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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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4가 단적인 증거다. 본격적인 삼성의 변화에 대한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발표 내내 한 번도 ‘안드로이드’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하드웨어 이야기에 대한 비중도 확 줄었다. 대신 새 터치위즈와 그 안에 들어간 기능들을 소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기능을 어떻게 쓰는지 실제로 보여주기 위해 장소도 극장으로 잡았고, 시종일관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는 것처럼 사진을 찍고 언어 통역을 하고 음악을 나눠 들으면서 춤추고 노래했다. 구성 자체에 대해서는 신선하다 혹은 유치하다는 반응들이 겹쳐 나오고 있지만, 삼성은 하드웨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이용자들이 이걸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 가장 매력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게 분명하다.

잘 차려 놓은 밥상, 주제는?

갤럭시S4를 보면 가장 빠른 하드웨어를 내놓는 것에서 가장 많은 기능을 갖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기능 많은 제품’,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다. 자칫하면 쓰든 안 쓰든 일단 많은 기능을 넣고 보자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갤럭시S4를 ‘푸짐하고 맛깔나게 잘 차려놓은 식탁’에 비유했다. 먹든 안 먹든 일단 한 상 잘 차려놓고 ‘드시는 건 손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엔터테인먼트, 건강, 업무, 카메라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그득 채워놨다.

그런데 너무 많다보니 뭐가 주인공이고, 어떤게 반찬인지, 디저트인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다 어디서 먹어본 듯한 음식이다. 누가 먼저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기능이 왜 필요한지, 이런 기능을 제시하면 시장이 받아줄지에 대한 고민이 잘 보이지 않는 게 무엇보다 아쉽다. 돌아보면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는 ‘자연’과 ‘사람’이라는 주제가 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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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기능과 인터페이스에 유독 집중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운영체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크다.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고 잘 되고 있지만 구글과 삼성의 관계는 어딘가 위태롭다. 삼성이 타이젠을 만드는데 힘을 쏟고 윈도우폰8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앞으로 삼성의 스마트폰 전략에 운영체제가 주인공이 아니라 운영체제는 바탕으로 쓰고 진짜 제품의 경험은 터치위즈, 그리고 여러가지 기능들의 복합체로 완성하려는 데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기능들보다는 각 기능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우리가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주는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 가장 빠르고 가장 기능 많은 제품이 갤럭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아직은 이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들이 하드웨어의 발전만큼 놀랍진 않다. 시장이 갤럭시S4를 탐내는 이유가 여전히 ‘가장 빠르고 잘난 하드웨어’라면 곤란하다.

 

 

 

http://www.bloter.net/archives/146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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