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김아무개(76·서울 종로구 세검정)씨는 8일 유족에게 전자우편으로 보낸 편지에서 “<한겨레> 신문기사를 읽고 지난 사흘 내내 울었습니다. 그렇게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효성이 지극한, 꽃송이 같은 젊은 승원이를 지켜주지 못한 이 세상이 너무나 야속해서 울었고, 승원군 어머니가 겪으실 그 고통이 저의 고통인 양 가슴에 파고들어서입니다”라며 애통한 마음을 털어놨다.
손자가 올해 황씨와 같은 서울시립대에 입학한 신입생이라는 김씨는 이어 “대다수 학생들이 대학 입학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 있는 동안 착한 승원이는 축제는커녕 강의가 끝나자마자 다음 학기 등록금을 위해 어둑한 지하공장이나 거친 노동 현장으로 줄달음질쳤겠지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런 엄청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 밉고 화나고 슬픕니다”라고 썼다.
그는 “독일에 사는 동생의 아들들은 등록금 한푼 없이 대학을 다녔다고 하더라”며 “우리도 어서 빨리 그런 나라를 만들어서 다시는 이런 불행이 우리의 꿈나무들을 쓰러뜨리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자신도 6개월 전 자식을 앞서 보낸 아픔을 겪었다는 김씨는 “승원이를 무너뜨린 건 결코 어머니의 죄가 아닙니다. 이 사회가, 우리 모두가 죄인입니다”라며 “안타깝지만 승원이의 희생을 통해 이 나라의 정치인들이, 기업가들이 그리고 평범한 우리 모두가 발전의 뒷그늘에서 신음하는 이웃들을 발견하는 큰 계기가 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편지를 받은 황씨의 어머니(51)는 “힘이 되고 큰 용기를 얻었다”며 “참 고맙다”고 말했다.
1959년 대학에 입학해 가정교사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고생하며 학업을 마쳤다는 김씨는, 황씨의 사고 소식을 전한 <한겨레> 기사(▷ 일산 탄현 이마트서 냉동기 점검중 사망…제대뒤 바로 일터로 ‘등록금 알바생’ 비극)를 오려서 친구들과 함께 돌려 읽으며 ‘모금을 하자’고 제안해, 친구 4명과 함께 20만원을 모아 유족의 계좌로 송금했다.
한편 김종민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 등 학생 100여명도 “우리도 비슷한 처지다. 용기 잃지 말라”는 내용의 위로 편지를 유족들에게 전달했다. 서울시립대(총장 이건)는 8일 동국대 일산병원 황씨 빈소를 방문해 황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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