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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빅토르 안’은 희생양인가, 모험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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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귀화 배경엔 빙상 지도자들의 ‘전횡’
운동 갈망이 ‘배신자’ 비난 감수하는 용기로

파벌 싸움의 희생양인가? 꿈을 찾아 떠난 유목민인가?

한국의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가 러시아의 ‘영웅’ 빅토르 안이 된 현실에는 한국 빙상계의 패거리 문화와 성적 지상주의 등 부조리한 측면이 지배적인 원인이다. 꼬질꼬질한 편가르기는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3관왕을 품을 수 없었다.

한체대와 비한체대 파벌 싸움은 2006 토리노 올림픽 당시 극에 달해 있었다. 코치가 어느 대학 출신이냐에 따라 선수들이 훈련을 달리 했을 정도다.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수는 비한체대 선수들에게 따돌림과 심한 견제를 받아 왔다. 비한체대 출신 코치는 ‘외국 선수들에게는 져도 된다. 안현수만 막으라’고 지시를 했다”고 당시의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국가대표는 곧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등식이 생기면서 좁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선수들끼리의 ‘짬짜미’가 지도자를 통해 노골적으로 전달됐다. 올림픽 전인 2005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겨울 유니버시아드 대회. 안현수는 금메달을 양보하라는 대표팀 선배의 요구에 불응하다가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에 선수의 운명이 결정되는 현실도 안현수에게는 큰 상처가 됐다. 안기원씨는 “현수가 지도자 출신의 대한빙상경기연맹 고위 관계자의 반대에도 실업팀 성남시청으로 가자 그때부터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2008년 1월 성남시청행 이후 대표 선발전 일정을 조정하거나 방식을 변경하면서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한 안현수를 의도적으로 탈락시켰다는 게 안씨의 주장이다.

‘성적 지상주의’도 안현수의 마음을 돌리게 했다. 안현수는 2008년 1월 세계대회를 앞두고 태릉에서 훈련 중 미끄러지면서 펜스에 왼쪽 무릎을 부딪혀 슬개골이 골절됐다. 충격 흡수를 해야하는 펜스는 물기를 머금고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얼어 충격을 완화해주기는커녕 심각한 부상을 입혔다. 1년 동안 세번이나 수술대에 오르는 힘겨운 재활을 했지만 이듬해 4월 대표선발전에서 뽑히지 못했다. 안기원씨는 “부상을 당하자 연맹에서는 ‘버린 카드’ 취급을 했다. 대표팀 훈련 중에 부상을 당한 건데, 재기해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기는커녕 ‘안현수가 없어도 금메달 딸 수 있다’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선수층이 두터운 한국으로서는 안현수의 부상이 대수롭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안현수는 2010년 선발전에서도 탈락하자 2011년 러시아를 택했다.

체육계의 어두운 측면보다는 안현수 개인의 선택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선수 출신 빙상 관계자는 “한체대-비한체대 파벌 싸움은 과장돼 있다. 안현수가 부상을 당한 뒤 재기를 위해 러시아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현수의 절친한 후배였던 전 쇼트트랙 선수는 “러시아로 가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옆에서 봤을 때는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은 욕심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15일 쇼트트랙 1000m 우승 뒤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운동을 너무나 하고 싶었고 부상 때문에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내가 최대한 운동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찾아 러시아로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현수는 “부상을 당한 뒤 아직도 무릎에 통증이 있는데, 러시아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운동 중에 가장 효과적인 운동을 했다. 나에게 맞춰서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에서와 많이 달랐다”고 달라진 환경을 설명했다.

개인보다는 집단의 목표에 익숙한 과거의 체육계 문화와 달리, 개인의 성취에 방점을 두는 새로운 전형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위해 최선의 환경을 찾았던 안현수는 ‘배신자’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꿈을 위해 용감한 선택을 했다. 그리고 실력과 결과로 ‘인간 승리’를 보여주었다.

 

 

http://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624325.html?_fr=m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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