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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직 노동자는 7000만원 받으면 큰일 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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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연봉 7천 받는 근로자들이 파업…” 기능직 천시 고정관념
“높은 연봉받는 기능직이 늘어나는 것이 정책방향과도 맞는 것”

» 김정효 기자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연봉 7000만원 근로자들이 벌인 불법파업”이라는 의도적인 왜곡으로 유성기업 노조를 공격하면서 유성기업 사태는 지속적인 파장을 낳고 있다. ‘7000만원 근로자’라는 왜곡도 문제지만, 생산직의 고액연봉을 문제삼는 의식의 저변에 깔린 ‘기능직 천시’의 고정관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노동자들끼리 서로의 임금이 높다고 시기할 것이 아니라, 연대를 통해 사회 전반의 임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비롯한 노동 구조 개혁으로 이어져야 하는 과제다.

 

 생산직 노동자에 대한 뿌리깊은 차별의식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생산직 노동자라고 하면 허덕이는 월급을 받아야 한다는 차별의식이 우리 사회에 아직 존재한다”며 정부 고위관료들의 발언 밑바닥에 그런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에 앞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23일 “연봉 7000만원의 불법파업”을 언급했고, 경찰은 다음날 전격적으로 경력을 투입해 파업 노조원을 전원 연행했다.

 이 대통령이 “평균 2000만원도 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많다”며 유성기업을 ‘얌체’인양 묘사한 데서도 드러나듯이 기능직 노동자들의 여전히 낮은 임금수준은 고정관념의 토대가 된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177개 중소 제조업체의 임금을 조사한 결과 사무직 노동자의 월급여 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생산직 노동자의 월급여 수준은 75정도에 그쳤다.

 

 독일 자동차 노동자 연봉, 기본급만 1억 넘어 

 전통 공업 강국인 독일의 경우와 비교하면 한국 생산직 노동자의 현실은 여실히 드러난다. 표적이 된 ‘연봉 7000만원’을 유성기업에서 받으려면 근속년수 30년 가까이 된 사람이 주·야 교대근무를 하면서 특근·잔업까지 모두 했을 때나 가능하다.

반면 독일 자동차 산별노조가 타결한 2010년 기준 임금안을 보면, 임금등급에서 가장 높은 22등급의 노동자가 받는 월급이 6111.5유로(약 950만원)로 연봉으로 계산하면 약 1억13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잔업·야근수당 등 다른 변동급은 전혀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역으로 유성기업 ‘7000만원 노동자’의 기본급만 놓고 보면 연봉은 200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밝힌 지난해 구매력 기준 근로자 평균임금을 보면 한국은 4만3000달러 가량인 반면, 독일은 5만2000달러 수준으로 두 나라 임금 수준의 차이는 있다. 또 독일은 특유의 고임금 구조가 사회적 고민으로 대두된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한국 생산직이 받는 노동의 대가는 독일에 비해 초라하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위원은 “독일은 잔업수당 등 기본급 외의 수당이 10% 미만 정도지만 한국은 30%에 육박하고 있다”며 “노동강도까지 고려하면 한국의 임금 수준과 체계는 한참 뒤쳐진다”고 말했다.

 

 30대 중반 보일러 설치공 월급 770만원 

 이와 같은 차이의 바탕에는 기능직에 대한 인식차가 자리하고 있다. 독일의 공업 경쟁력은 ‘마이스터 제도’로 대표되는 기능직 노동자의 탄탄한 토대에 발을 딛고 있다. 마이스터는 독일의 장인정신을 대변하는 각종 수공업 분야의 전문가들로 실기 능력과 이론을 겸비해 사회적으로 대학원 졸업자 못지않은 대우를 받는다. 정부가 심사해 자격증을 발부하는 마이스터의 분야는 자동차, 금속 등 제조업을 비롯해 건축, 제빵, 미용사 등 41개에 이르며 매년 수만명이 배출된다(2005년 기준 22000명).

 익명을 요구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한 연구원에 따르면, 독일에서 만난 5년 경력의 마이스터는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약 5000유로 이상(77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는다고 한다. 직종은 보일러 설치업이다. 아직 마이스터 자격증을 따기 전인 19살 노동자(기능사)의 경우 월급으로 약 2000유로(310만원 가량)를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잔업, 특근 등은 없고 기본급만으로 이뤄진 액수다. 이 연구원은 “직종과 경력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마이스터의 평균 임금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들이 한국의 ‘고졸’ 혹은 ‘고졸이하’에 해당하는 학력임을 감안하면 우리와의 임금 격차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기름밥’에 대한 되먹임 현상 

 낮은 대우는 생산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이는 다시 낮은 처우의 합리화로 되먹임(feedback)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공장 노동자들 사이에도 자기 자식에게는 이른바 ‘기름밥’을 먹게 하지 않겠다는 의식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2008년말 일반인 500명을 대상으로 기능인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34.8%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기능인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기능인에 대한 인식전환’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고 있었다.

 입시지옥 없애려면 생산직 우대해야 

 나아가 한국이 일류대학, 좋은 직장에만 매달리는 획일화된 경쟁사회로 치닫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79%로, 30%대에 머물고 있는 독일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달희 울산대 공공정책연구소장은 “정부는 마이스터고 도입 등으로 기능직의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지만, 취업한 실업고 졸업생들이 대졸자와 임금 격차 때문에 다시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고졸 기능직에 대한 낮은 처우는 청년층이 택할 진로의 다양성을 해치고 결국 ‘무한 입시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병훈 교수는 “학력 인플레와 고학력 구직난 등의 현상은 기능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무관하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독일의 경우 법으로 정해 41개 업종에서 오직 마이스터 자격증을 가진 이들만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능직의 생계와 진로를 확실히 보장함으로써 사회적 존중도 이끌어 내고 있다. 마이스터는 후계자를 양성할 수 있는 자격도 얻는다. 이달희 소장은 “마이스터가 기업체에 취업하는 경우도 있는데 고위 관리자와 현장 근로자 사이에서 의사를 조율하며, 회사 임원도 그의 의견을 무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위정자들의 모순된 현실인식  

 한쪽에선 고학력 취업생들이 구직난에 허덕이고, 다른 쪽에선 ‘고액연봉자 파업’을 질타하는 상황에서 기능직 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유선 소장은 “대통령이 청년들에게 ‘취업 눈높이를 낮추라’고 주문하면서, 동시에 생산직을 천시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실제 연봉 7000만원을 받는 기능직이 늘어나는 것이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 방향과도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끼리의 비교가 아닌 연대로 

 ‘고액연봉자의 파업론’은 노동자 사이에 벽을 만들고 보다 큰 모순을 감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병훈 교수는 “회사 내에서 최고경영자와 직원의 임금 차이는 과거 5~6배 차이 수준에서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20~30배로 껑충 뛰었다”며 “돈을 많이 받는 노동자에 대한 언급은 해도 이런 사실은 외면하는 정부는 설득력을 잃거나 반발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선 소장은 “한국 전체 기업의 매출 대비 인건비는 10%에 불과하다”며 “수많은 비정규직이 양산해 깎아낸 임금이 기업의 이윤으로 들어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해서는 사회적 연대를 통한 노동 구조의 개선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소장은 “노동 문제 개혁의 칼자루는 노동계가 아닌 대기업이 쥐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은 정규직이 비정규직에 손을 내밀고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 내부의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정부와 재계의 편가르기가 더 힘을 받는데 이는 노동자 스스로 힘을 결집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H6s권오성 기자 트위터 @5th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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