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리그나 팀’이란 건 메이저리그 진출을 염두에 둔 말인가. 메이저리그 진출의 시기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도 내 의지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구단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날 필요로 하는 구단이 없다면 메이저리그에 갈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내가 니혼햄 파이터스 선수로서 이 팀에 어떤 성적을 남겼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의 성적으론 한참 모자란 기록들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아직은 그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강하다.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서 ‘그때’가 오기만을 기다릴 것이다.”
일본 기자들은 오타니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 시기에 대해 다르빗슈 유를 거론하더라. 다르빗슈가 니혼햄에서 7년을 뛰고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한 것처럼 오타니 선수도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었다.
“다르빗슈 선배를 좋아하지만, 그가 걸어간 길은 참고가 될 뿐이지 나와 직접적인 비교를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프로 첫 해보단 두 번째 해가, 두 번째 해보다는 세 번째 시즌의 성적이 더 좋았다. 나로선 해마다 좋은 성적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다르빗슈 유는 오타니 선수에게 어떤 존재인가.
“다르빗슈 선배가 니혼햄에서 활약할 당시,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녔던 상황이었다. 당시 야구를 하며 다르빗슈 선배를 목표로 삼았고, 다르빗슈 선배처럼 되고 싶다고 늘 생각했었다. 그런 선수를 구단 선배로 만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겨울에 일본에서 같이 훈련할 기회가 있었는데 우상과도 같은 선배와 함께 훈련하며 다양한 자극을 받았다.”
(다르빗슈는 2004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니혼햄에 입단해 2011 시즌까지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후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다르빗슈를 동경하던 오타니는 지난 12월, 일본에서 팀 선배인 나카타 쇼와 함께 개인 훈련을 소화한 바 있다. 다르빗슈는 12월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타니와 왼손 투구로 놀다가 벽에 구멍을 냈다. 기념으로 우리 둘의 사인을 해뒀다’라며 사진을 게재한 바 있다.)
<가장 힘든 시기가 언제였는지를 묻자, 오타니는 시합에 나가지 못할 때라고 대답한다.(사진=이영미)>
야구하면서 가장 힘든 시기가 언제였나.
“그동안 큰 부상은 없었지만 작은 부상으로 인해 시합에 나갈 수 없었을 때가 심적 괴로움이 컸었다. 아무래도 야구 선수이다 보니 타격이 잘 안 될 때, 공을 원하는 대로 던지지 못할 때, 또 수비가 잘 안될 때가 힘들었다. 성공이냐, 실패냐로 괴로었던 적은 없었다. 시합에 나가지 못해 야구할 수 없는 시간들이 가장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이곳 훈련장에서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을 비롯해 니혼햄을 전담하는 기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오타니 선수에 대해 묻자 똑같은 대답이 나오더라. 야구 밖에 모르는 선수라고(웃음). 물론 칭찬이었다. 동료들과 원정 경기에서 밥 먹으러 나갈 때를 제외하곤 유흥문화와는 담을 쌓았다고 들었다.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랑 함께 입단했던 동기들은 대부분 2군에 있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이 없다. 그렇다보니 선배들과 밥 먹으러 나가는 것 외엔 특별히 외출해서 놀지 않는다. 또 노는 걸 그리 즐기지 않는 터라 혼자 지내며 책을 읽고 DVD로 영화 등을 본다. 그런 시간들이 나한테는 휴식이다. 내가 이런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게 선수로선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한국의 야구 팬들은 지난 프리미어12 대회를 통해 오타니 선수에 대해 강한 매력을 느꼈다. 개막전과 준결승전에 선발 등판해서 매우 인상적인 투구를 펼치지 않았나.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봐주셨다면 정말 감사하다. 프리미어12 대회에 대표팀 선수로 뽑히면서 한국팀에 대한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개막전을 홋카이도에서 치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내가 선발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나름 많은 준비를 했다. 한국 선수들과 직접 상대해 본 경험이 없다 보니 얼마나 굉장한 선수들인지 알 수 없었다. 박병호, 김현수 선수가(오타니는 기자에게 묻지도 않고 박병호와 김현수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서 얘길 꺼냈다) 강타자라고 들었고, 한국팀과의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굳게 다짐 후 마운드에 올랐다. 그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 물론 야구라는 것이 한 번 좋은 성적을 냈다고, 두 번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고 해서 실력있는 선수로 평가받는 건 아니다. 내가 운이 좋았던 부분도 있다.”
한국과의 두 차례 경기에서 모두 3개의 피안타가 있었다.
“잘 알고 있다(웃음). 박병호, 김현수 선수에게 맞았다(4강전에선 정근우가 첫 안타를 생산해냈다). 박병호 선수는 체격이 크고, 강한 스윙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김현수 선수가 더 인상적이었다. 왼손 타자이기도 했고, 그 선수로부터 안타를 맞지 않으려고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던지자고 결심했던 기억이 난다. 박병호, 김현수 선수 모두 좋은 타자라고 생각한다. 참, 이번에 두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매스컴에서 두 선수의 메이저리그 입단을 계속 보도해줘 잘 알고 있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프리미어12대회에서 한국 타선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오타니 쇼헤이. 그는 김현수가 가장 인상적인 타자였다고 기억했다.>
오타니 쇼헤이 하면 강속구를, 그것도 연속으로 160km 이상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강속구의 비결에 대해 묻는다면 제대로 대답해 줄 수 있겠나.
“그 비결은 ‘영업 비밀’이다(일동 폭소). 아직 젊은 나이라 그럴 수도 있을 것이고,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는 과정에서 여러 선배들로부터 조언도 들었다. 프로에 와서 처음부터 160km의 강속구를 던진 게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구속이 늘어났다. 체중을 늘린 부분도 포함된다.”
올해 세운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프로 입단 후 단 한 번도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입단 첫 해에는 꼴찌를 했고, 이후 3위, 2위로 올라섰다. 올시즌에는 1위를 할 차례이다.”
어제 구리야마 감독 인터뷰를 했을 때도 감독이 올해 성적 내지 못하면 잘릴 수도 있다고 하더라(웃음).
“진짜 그런 말씀을 하셨나? 그만큼 우승이 간절하다. 우리 팀은.”
오타니 쇼헤이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은 ‘야구선수로서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가’였다. 그는 당연히 “시합에 나가서 승리할 때이다. 그런데 내가 공헌을 한 시합이라면 더 기쁘다”라고 설명했다.
오타니 쇼헤이에게 한국에 있는 팬들을 위한 영상 인사를 부탁하자, 그는 대뜸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를 외쳤다. 녹화가 시작되기 전에 인사를 던진 터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 ‘안녕하세요’는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아래 영상은 다시 부탁해서 메시지를 담은 내용이다.
“안녕하세요^^. 지난해 프리이머12대회에서 한국팀을 상대로 두 번 등판했습니다.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한국 야구팬들 중에서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굉장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혹시 삿포로돔에 오실 수 있다면 직접 오셔서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자가 ‘안녕하세요’란 한국 인사를 언제 배웠느냐고 묻자, 오타니는 고교 시절 일본 대표로 한국에 시합 간 적이 있었고, 그때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오타니 쇼헤이는 2012년 9월, 서울에서 열린 제25회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일본 대표팀 선수로 발탁돼 주로 4번·지명타자로 기용됐다. 목동구장에서 열린 5,6위 결정전 한국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2실점, 12 탈삼진, 최고 구속 155km를 기록하는 등의 호투를 펼친 바 있다. 당시에도 오타니는 일본고교야구대회(고시엔)에서 직구 최고 시속 160km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경계대상 1호로 손꼽혔다.
한편 훈련장에서 만난 닛칸스포츠의 혼마 츠바사 기자는 오타니 쇼헤이에 대해 “야구가 취미이자 특기인 선수이다”면서 “외출도 하지 않고, 밤에 놀지도 않는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기자에게 “오타니를 직접 인터뷰하느냐”고 묻고선 “일본 기자들은 오타니와 개별 인터뷰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아마 한국(외국) 기자라서 구단과 선수가 허락한 것 같다”며 부러움을 나타냈다. 그는 오히려 기자에게 오타니를 만나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꼭 해달라고 부탁했다. “다르빗슈와 겨울에 합동훈련을 했는데 훈련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느냐”란 내용이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왔다는 니혼햄 파이터스의 팬 노리코 씨는 오타니에 대해 “그는 다른 선수들한테 없는 반짝임이 있다. 투타겸업은 일본에서도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것은 니혼햄이라 가능했다고 본다”면서 “니혼햄의 오픈 마인드와 구리야마 감독의 배려와 존중이 오타니의 투타겸업을 가능케 했다”라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부터 무상 대여를 받은 니혼햄 파이터스 캠프장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발길이 잦았다. 그들은 대부분 오타니 쇼헤이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오타니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2월 5일(한국시간)에는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트레버 호프만(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단장 특별보좌역)이 오타니를 비롯해 니혼햄 투수들을 모아 놓고 자신의 주무기였던 체인지업을 던지는 기술과 야구선수로서의 마음가짐 등에 대해 조언해주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오타니 쇼헤이는 오는 2월 10일(현지시간) 오후 12시 롯데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니혼햄 구단 관계자는 2이닝 정도 던질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니혼햄 파이터스 스프링캠프장에 나타난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트레버 호프만. 현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단장 특별보좌역을 맡고 있다. 니혼햄 투수들을 모아 놓고 야구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해줬는데 특히 트레버 호프만을 좋아했다는 오타니 쇼헤이가 큰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이다.(사진=니혼햄 파이터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기자, 통역=박흥진>
<다르빗슈 유의 SNS에 올라온 사진. 다르빗슈는 지난 12월, 일본에서 오타니와 함께 훈련하던 중 왼손 투구로 놀다 벽에 구멍을 냈고, 그 곳에 각자의 사인을 남겼다는 글을 남겼다.(사진=다르빗슈 유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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