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첫 경험'… '직구 아닌 직구'에 제대로 못쳐]
- 김현수 시범경기 3타수 무안타
구질 예측 안돼 "생각이 많았다", 박병호는 "깨끗한 직구가 없어"
- 야구는 어디서든 똑같다지만…
MLB, 한국투수보다 5㎞ 빨라… 직구에도 미세한 변화를 줘
타자들 정확한 타격 못하게 해… 조급함 버리고 차분하게 적응을
볼티모어 오리올스 유니폼을 입고 올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던진 김현수(28)가 2일(한국 시각) 처음 치른 시범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김현수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벌인 시범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5번 좌익수로 출전한 그는 좌익수 플라이, 1루 땅볼,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김현수는 경기 후 "직구보다는 싱커 같은 공이 많다 보니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타석에 들어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는 지난 28일 팀 공식 훈련에서 투수들의 공을 지켜본 뒤 "메이저리그에는 깨끗한 직구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면서 이구동성으로 "야구는 어디서나 똑같다"고 외쳤다. 그들 말대로 야구는 같지만, 플레이 하는 선수들의 수준이 다르다.
한국에선 가물에 콩 나듯 하는 150㎞ 투수들이 미국에선 마이너에도 수두룩하다. 2015시즌 MLB 투수들의 평균 구속은 국내 KBO 투수들보다 4~5㎞ 정도 빨랐다.
◇이거 직구 맞아요?
타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눈에 익히면 160㎞대의 공도 때려낼 수 있다. 하지만 투수들이 '동네북' 신세를 감내할 리 없다. 요즘 MLB 투수들은 직구에도 미세한 변화를 줘 타자들이 정확한 타격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게 대세다. 박병호가 "깨끗한 직구가 없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민훈기 프로야구 해설위원은 "말이 직구이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은 똑바로 들어오는 게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심지어는 우리가 통칭 직구라고 부르는 포심 패스트볼도 움직임이 많다"고 했다. 우리가 흔히 직구라고 표현하는 공은 변화가 거의 없는 포심 패스트볼(공 솔기 네 줄을 잡고 던지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 밖에도 우완 투수 기준으로 우타자의 몸쪽으로 약간 휘어가는 투심 패스트볼, 바깥쪽으로 약간 휘는 컷 패스트볼, 포크볼처럼 아래로 떨어지는 스플릿핑거 패스트볼(스플리터), 스플리터와 비슷하게 날아가다 타자 쪽으로 약간 휘면서 가라앉는 싱킹 패스트볼 등 종류가 다양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타격해야 하는 타자로선 어느 정도 궤적과 구질을 예측하고 스윙해야 하는데, 투수의 메뉴가 많으면 그만큼 대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현수가 "생각이 많았다"고 자책한 것도 투수들이 던지는 구질을 예측하려고 시도하다 제대로 타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술에 배부르랴
'스피드'와 '변화'는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국내 타자들이 극복해야 할 통과 의례다. 지난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KBO리그 출신 타자들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도 시범 경기에선 타율이 2할(45타수 9안타)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시즌 초반에는 "타격할 때 한 다리를 들었다 내리는 레그킥(leg kick) 때문에 타격이 안 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강정호는 흔들리지 않고 자기 스윙을 계속하면서 상대 투수의 특성을 파악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김현수·박병호 ·이대호 등의 실력은 이미 국제무대 등을 통해 검증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MLB에 안착하기 위해선 조급함을 버리고 차분하게 적응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홈플레이트 끝에서 미세하게 변하는 공에 대처하기 위해선 몸쪽에 붙여 놓고 쳐야 하며, 마지막 타격 순간에 공의 변화에 맞춰 방망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훈기 위원은 "파이리츠도 인내심을 갖고 강정호의 연착륙을 도왔다"며 "새로운 한국 타자를 맞은 소속 구단들이 최대한 많은 기회와 적응할 시간을 주면 충분히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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