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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괴물 오타니, 타격으로도 ML 눈도장 (인터뷰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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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일본 삿포로돔에서 프리미어 12 개막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4회초 이대호를 병살처리하며 이닝을 끝낸 일본 오타니가 기뻐하고 있다. 삿포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08.
오타니 쇼헤이(22·니혼햄)가 방망이로도 극찬을 받고 있다.
니혼햄 파이터즈는 1일(한국시각)부터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다. 오타니를 노리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훈련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프로에 뛰어든 뒤 투타를 겸업을 하고 있는 오타니는 5일 타격 훈련에서 잇따라 홈런을 터뜨렸다. 대형 아치를 그린 것도 수 차례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6일 "오타니가 59개의 공을 때렸다. 그 중 20개를 홈런으로 연결했다"며 "150m 초대형 타구도 있었다"고 전했다.
센디에이고 관계자가 입을 다물지 못한 건 이 때문이다. 샌디에이고 운영 특별 보좌관 마크 로테나는 "예전 마쓰이 히데키와 여러 번 상대했는데, 연습에서 본 파워는 그와 엇비슷하다"며 "투수에 전념하는 것이 아까울 정도"라고 칭찬했다. 또 "타자만으로도 미국에서 톱 유망주가 된다"고 치켜세웠다.
마쓰이는 일본 프로야구가 낳은 최고의 거포다. 메이저리그 10시즌 동안 통산 타율 2할8푼2리 175홈런 760타점을 기록했다. 뉴욕 양키스 시절에는 월드시리즈 우승도 경험했다. .
오타니는 "이제 연습 배팅을 한 것 뿐이다. 실전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오프 시즌 동안 근력을 키우며 전체적으로 힘을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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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외모와 최고의 실력, 그리고 인성까지 제대로 갖춘 오타니 쇼헤이.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고, 독서가 취미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그의 대답들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사진=이영미)>


참으로 매력적인 선수였다. 인터뷰를 마친 여운이 기사를 쓰는 지금까지 진하게 남아 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나기까지 니혼햄 파이터스 구단 관계자와 수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부탁을 거듭했고, 계속 ‘어렵다’ ‘안 된다’는 답장만 받다가 어느 날 오케이 사인이 내려지기까지 2주일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니혼햄 구단에서 기자에게 허락한 인터뷰 시간은 딱 20분. 일본 미디어도 인터뷰하기 쉽지 않다는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로 정해진 시간에 최대한 효율적인 인터뷰를 해야만 했다.


우선 A4 용지를 펴놓고 오타니 쇼헤이에게 꼭 물어봐야 할 질문들을 순서대로 적어 내려갔다. 수십 가지의 질문들 중에서 버릴 건 과감히 버리고, 꼭 물어봐야 하는 내용들로 정리하다보니 디테일한 내용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약속한 인터뷰 시간을 지키려면 중요한 포인트만 집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본어 통역을 위해 자리를 함께 한 지인에게 미리 준비한 질문지를 전해줬고, 현장에서 통역 없이 바로 질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기자에게 통역하는 시간을 줄여야 시간을 더 많은 내용을 물어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전 훈련을 마치고 인터뷰하기로 한 약속이 오후 훈련 이후로 변경되었다. 단 20분 인터뷰를 위해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 니혼햄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렸다. 오후 3시10분. 오타니 쇼헤이가 홍보팀 관계자와 함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실로 들어섰다. 방금 훈련을 마치고 온 듯 그의 바지엔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가까이서 본 오타니 쇼헤이는 훈련할 때의 강한 이미지는 온 데 간 데 없고, 앳된 미소년 그 자체였다. 훈훈한 외모와 조리 있는 말솜씨, 스피드와 제구력을 겸비한 그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물처럼 느껴졌다.


프리미어12 개막전에서 한국대표팀을 상대로 6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10개의 탈삼진을 기록했고, 준결승전에선 7이닝 1안타 1볼넷 11탈삼진을 올리며 한국의 타선을 완전 얼어붙게 만든 오타니 쇼헤이. 지구가 아닌 ‘은하계에서 야구하는 선수’란 소릴 들을 만큼 괴물 투수의 진면목을 보이는 오타니 쇼헤이와의 인터뷰는 미국 애리조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훈련장에 차린 니혼햄 파이터스의 스프링캠프지에서 진행되었다. 오타니에 의하면 한국 언론과는 처음 하는 인터뷰라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선 일본 프로야구가 아닌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다 니혼햄 파이터스와 계약을 맺었는데 그 배경에 어떤 부분들이 작용됐는지 궁금하다.


“가장 큰 이유는 구단에서 내게 투수와 타자를 겸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과는 학생 때부터 선수와 캐스터 관계로 친분을 맺고 있었다(구리야마 감독은 TV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다). 그 분이 니혼햄 감독이 돼 내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입단 권유를 하는데 차마 뿌리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난 구리야마 감독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구단과 만남을 거듭할수록 신뢰가 생겼고, 내가 메이저리그가 아닌 일본 프로야구로 방향을 틀 수 있도록 용기를 줬다.


(오타니 쇼헤이는 2012년 일본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내 꿈은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어차피 메이저리그로 갈 것이니 날 지명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니혼햄 파이터스는 마운드의 절대 강자, 오타니 쇼헤이 카드를 놓칠 수가 없었다. 그를 1순위로 지명한 뒤 니혼햄 단장과 감독이 나서 오타니 영입 작전에 돌입했고, 여러 차례 만남 끝에 오타니는 니혼햄 유니홈을 입게 된다. 일본 언론을 통해 나타난 오타니의 심경 변화 원인으로는 니혼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마이너리그로 직행한 한국 선수들의 힘든 실정과 다르빗슈 유가 착용했던 등번호 11번, 그리고 투타 겸업 육성 플랜 등을 제출한 것이 오타니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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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조 훈련이 끝나면 곧장 타자로 또다른 훈련을 시작하는 오타니 쇼헤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나 타석에서 방망이를 휘두를 때, 모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사진=이영미)>


지난 시즌 투수로선 좋은 활약을 선보였지만, 타자 부문에선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 혼자 안고 있던 문제를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혼자 안고 있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거나 상대 투수의 공이 강했다든가 상대 투수로부터 강한 견제를 받아서가 아니었다. 나 스스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웠던 부분이 타격하는데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 같다. 투타에서 모두 잘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낀 것 같다. 결국은 내가 원인이었다. 나를 다스리지 못한 점이 타석에서 자신감 있는 스윙을 하지 못하게 했다.”


(2013년 프로 데뷔 해에 오타니 쇼헤이는 투수로선 13경기에 등판, 3승 무패,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했고, 타자로선 77경기 출전, 3홈런, 20타점을 올리며 타율 .238을 기록했다. 2014 시즌에는 투수로 24경기 등판, 11승4패, 평균자책점 2.61을, 타자로선 86경기에 출전해 10홈런, 31타점, 타율 .274을 올렸다. 일본 프로야구 양대 리그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와 두 자릿수 홈런(11승, 10홈런)을 달성한 셈이다. 2015 시즌에는 리그 1위인 15승 5패,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하면서 다승왕, 최우수 평균자책점, 최고 승률 등 투수 부문 3관왕에 올랐다.)


오늘 훈련하는 걸 보니 처음에는 투수조에서 투수들과 연습하다가 어느 순간 투수조에서 나와 타자들이 수비 훈련하는 곳에 합류하더라. 오타니 쇼헤이를 아는 모든 사람들의 궁금증이다. 과연 오타니가 언제까지 투타 겸업을 계속할 지에 대해. 구리야마 감독은 어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체력이 뒷받침되고 있어서 투타 겸업을 계속할 수 있다(웃음). 프로야구 선수 입장에선 선수의 의지보다 구단의 생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만약 어느 순간에 투타 겸업하는 걸 구단이 싫어한다면 나로선 구단의 선택을 따라야 한다. 지금의 팬들도 그렇고, 미래의 구단도 내가 타자보다는 투수로 활약하길 바랄 것이다. 그럴 확률이 높다. 구리야마 감독은 내 판단에 맡기겠다고 말씀해주셨다. 앞으로 내가 새로운 리그나 팀으로 옮기게 된다면 구단이 원하는 부분으로 맞춰갈 것이다. 물론 나로선 계속해서 공도 던지고 타격하는 걸 좋아하겠지만 말이다.”


 새로운 리그나 팀’이란 건 메이저리그 진출을 염두에 둔 말인가. 메이저리그 진출의 시기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도 내 의지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구단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날 필요로 하는 구단이 없다면 메이저리그에 갈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내가 니혼햄 파이터스 선수로서 이 팀에 어떤 성적을 남겼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의 성적으론 한참 모자란 기록들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아직은 그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강하다.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서 ‘그때’가 오기만을 기다릴 것이다.”


일본 기자들은 오타니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 시기에 대해 다르빗슈 유를 거론하더라. 다르빗슈가 니혼햄에서 7년을 뛰고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한 것처럼 오타니 선수도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었다.


“다르빗슈 선배를 좋아하지만, 그가 걸어간 길은 참고가 될 뿐이지 나와 직접적인 비교를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프로 첫 해보단 두 번째 해가, 두 번째 해보다는 세 번째 시즌의 성적이 더 좋았다. 나로선 해마다 좋은 성적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다르빗슈 유는 오타니 선수에게 어떤 존재인가.


“다르빗슈 선배가 니혼햄에서 활약할 당시,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녔던 상황이었다. 당시 야구를 하며 다르빗슈 선배를 목표로 삼았고, 다르빗슈 선배처럼 되고 싶다고 늘 생각했었다. 그런 선수를 구단 선배로 만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겨울에 일본에서 같이 훈련할 기회가 있었는데 우상과도 같은 선배와 함께 훈련하며 다양한 자극을 받았다.”


(다르빗슈는 2004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니혼햄에 입단해 2011 시즌까지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후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다르빗슈를 동경하던 오타니는 지난 12월, 일본에서 팀 선배인 나카타 쇼와 함께 개인 훈련을 소화한 바 있다. 다르빗슈는 12월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타니와 왼손 투구로 놀다가 벽에 구멍을 냈다. 기념으로 우리 둘의 사인을 해뒀다’라며 사진을 게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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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든 시기가 언제였는지를 묻자, 오타니는 시합에 나가지 못할 때라고 대답한다.(사진=이영미)>


야구하면서 가장 힘든 시기가 언제였나.


“그동안 큰 부상은 없었지만 작은 부상으로 인해 시합에 나갈 수 없었을 때가 심적 괴로움이 컸었다. 아무래도 야구 선수이다 보니 타격이 잘 안 될 때, 공을 원하는 대로 던지지 못할 때, 또 수비가 잘 안될 때가 힘들었다. 성공이냐, 실패냐로 괴로었던 적은 없었다. 시합에 나가지 못해 야구할 수 없는 시간들이 가장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이곳 훈련장에서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을 비롯해 니혼햄을 전담하는 기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오타니 선수에 대해 묻자 똑같은 대답이 나오더라. 야구 밖에 모르는 선수라고(웃음). 물론 칭찬이었다. 동료들과 원정 경기에서 밥 먹으러 나갈 때를 제외하곤 유흥문화와는 담을 쌓았다고 들었다.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랑 함께 입단했던 동기들은 대부분 2군에 있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이 없다. 그렇다보니 선배들과 밥 먹으러 나가는 것 외엔 특별히 외출해서 놀지 않는다. 또 노는 걸 그리 즐기지 않는 터라 혼자 지내며 책을 읽고 DVD로 영화 등을 본다. 그런 시간들이 나한테는 휴식이다. 내가 이런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게 선수로선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한국의 야구 팬들은 지난 프리미어12 대회를 통해 오타니 선수에 대해 강한 매력을 느꼈다. 개막전과 준결승전에 선발 등판해서 매우 인상적인 투구를 펼치지 않았나.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봐주셨다면 정말 감사하다. 프리미어12 대회에 대표팀 선수로 뽑히면서 한국팀에 대한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개막전을 홋카이도에서 치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내가 선발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나름 많은 준비를 했다. 한국 선수들과 직접 상대해 본 경험이 없다 보니 얼마나 굉장한 선수들인지 알 수 없었다. 박병호, 김현수 선수가(오타니는 기자에게 묻지도 않고 박병호와 김현수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서 얘길 꺼냈다) 강타자라고 들었고, 한국팀과의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굳게 다짐 후 마운드에 올랐다. 그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 물론 야구라는 것이 한 번 좋은 성적을 냈다고, 두 번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고 해서 실력있는 선수로 평가받는 건 아니다. 내가 운이 좋았던 부분도 있다.”


한국과의 두 차례 경기에서 모두 3개의 피안타가 있었다.


“잘 알고 있다(웃음). 박병호, 김현수 선수에게 맞았다(4강전에선 정근우가 첫 안타를 생산해냈다). 박병호 선수는 체격이 크고, 강한 스윙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김현수 선수가 더 인상적이었다. 왼손 타자이기도 했고, 그 선수로부터 안타를 맞지 않으려고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던지자고 결심했던 기억이 난다. 박병호, 김현수 선수 모두 좋은 타자라고 생각한다. 참, 이번에 두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매스컴에서 두 선수의 메이저리그 입단을 계속 보도해줘 잘 알고 있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333.jpg44.jpg<프리미어12대회에서 한국 타선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오타니 쇼헤이. 그는 김현수가 가장 인상적인 타자였다고 기억했다.>


오타니 쇼헤이 하면 강속구를, 그것도 연속으로 160km 이상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강속구의 비결에 대해 묻는다면 제대로 대답해 줄 수 있겠나.


“그 비결은 ‘영업 비밀’이다(일동 폭소). 아직 젊은 나이라 그럴 수도 있을 것이고,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는 과정에서 여러 선배들로부터 조언도 들었다. 프로에 와서 처음부터 160km의 강속구를 던진 게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구속이 늘어났다. 체중을 늘린 부분도 포함된다.”


올해 세운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프로 입단 후 단 한 번도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입단 첫 해에는 꼴찌를 했고, 이후 3위, 2위로 올라섰다. 올시즌에는 1위를 할 차례이다.”


어제 구리야마 감독 인터뷰를 했을 때도 감독이 올해 성적 내지 못하면 잘릴 수도 있다고 하더라(웃음).


“진짜 그런 말씀을 하셨나? 그만큼 우승이 간절하다. 우리 팀은.”


오타니 쇼헤이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은 ‘야구선수로서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가’였다. 그는 당연히 “시합에 나가서 승리할 때이다. 그런데 내가 공헌을 한 시합이라면 더 기쁘다”라고 설명했다.


오타니 쇼헤이에게 한국에 있는 팬들을 위한 영상 인사를 부탁하자, 그는 대뜸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를 외쳤다. 녹화가 시작되기 전에 인사를 던진 터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 ‘안녕하세요’는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아래 영상은 다시 부탁해서 메시지를 담은 내용이다.


“안녕하세요^^. 지난해 프리이머12대회에서 한국팀을 상대로 두 번 등판했습니다.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한국 야구팬들 중에서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굉장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혹시 삿포로돔에 오실 수 있다면 직접 오셔서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자가 ‘안녕하세요’란 한국 인사를 언제 배웠느냐고 묻자, 오타니는 고교 시절 일본 대표로 한국에 시합 간 적이 있었고, 그때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오타니 쇼헤이는 2012년 9월, 서울에서 열린 제25회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일본 대표팀 선수로 발탁돼 주로 4번·지명타자로 기용됐다. 목동구장에서 열린 5,6위 결정전 한국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2실점, 12 탈삼진, 최고 구속 155km를 기록하는 등의 호투를 펼친 바 있다. 당시에도 오타니는 일본고교야구대회(고시엔)에서 직구 최고 시속 160km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경계대상 1호로 손꼽혔다.


한편 훈련장에서 만난 닛칸스포츠의 혼마 츠바사 기자는 오타니 쇼헤이에 대해 “야구가 취미이자 특기인 선수이다”면서 “외출도 하지 않고, 밤에 놀지도 않는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기자에게 “오타니를 직접 인터뷰하느냐”고 묻고선 “일본 기자들은 오타니와 개별 인터뷰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아마 한국(외국) 기자라서 구단과 선수가 허락한 것 같다”며 부러움을 나타냈다. 그는 오히려 기자에게 오타니를 만나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꼭 해달라고 부탁했다. “다르빗슈와 겨울에 합동훈련을 했는데 훈련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느냐”란 내용이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왔다는 니혼햄 파이터스의 팬 노리코 씨는 오타니에 대해 “그는 다른 선수들한테 없는 반짝임이 있다. 투타겸업은 일본에서도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것은 니혼햄이라 가능했다고 본다”면서 “니혼햄의 오픈 마인드와 구리야마 감독의 배려와 존중이 오타니의 투타겸업을 가능케 했다”라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부터 무상 대여를 받은 니혼햄 파이터스 캠프장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발길이 잦았다. 그들은 대부분 오타니 쇼헤이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오타니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2월 5일(한국시간)에는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트레버 호프만(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단장 특별보좌역)이 오타니를 비롯해 니혼햄 투수들을 모아 놓고 자신의 주무기였던 체인지업을 던지는 기술과 야구선수로서의 마음가짐 등에 대해 조언해주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오타니 쇼헤이는 오는 2월 10일(현지시간) 오후 12시 롯데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니혼햄 구단 관계자는 2이닝 정도 던질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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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햄 파이터스 스프링캠프장에 나타난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트레버 호프만. 현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단장 특별보좌역을 맡고 있다. 니혼햄 투수들을 모아 놓고 야구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해줬는데 특히 트레버 호프만을 좋아했다는 오타니 쇼헤이가 큰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이다.(사진=니혼햄 파이터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기자, 통역=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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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빗슈 유의 SNS에 올라온 사진. 다르빗슈는  지난 12월, 일본에서 오타니와 함께 훈련하던 중 왼손 투구로 놀다 벽에 구멍을 냈고, 그 곳에 각자의 사인을 남겼다는 글을 남겼다.(사진=다르빗슈 유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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