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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지몬 "强小 기업이 수십년째 세계 정상 유지하는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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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지몬 "强小 기업이 수십년째 세계 정상 유지하는 비결은"

기업 규모는 작지만, 틈새 시장을 파고들어 세계 정상 자리에 오른 독일의 강소 기업들은 지난 1996년 출간된 글로벌 베스트셀러 '히든 챔피언'을 통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이 히든 챔피언들은 한국 중소기업이 본받아야 할 모델로 오랫동안 거론됐다. 하지만 과거의 비즈니스 환경과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첨단 기술이 빠르게 등장하고, 세계경제는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히든 챔피언들은 여전히 잘하고 있을까?
헤르만 지몬
이태경 기자
"히든 챔피언이 아직 건재하냐고요? 물론입니다.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어도 히든 챔피언은 영향을 덜 받습니다. 소비자에게 필수불가결한 제품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베스트셀러 '히든 챔피언'의 저자인 헤르만 지몬(Simon·68·사진) 지몬-쿠퍼&파트너스 회장은 비즈니스 환경이 끊임없이 달라지는 가운데서도 작지만 강한 히든 챔피언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히든 챔피언'이란 세계 시장점유율 1~3위(또는 대륙 점유율 1위)로 연 매출 50억유로(약 6조7000억원) 이하의 작지만 강한 기업을 일컫는 말이다.

지몬 교수가 꼽은 국가별 히든 챔피언 숫자
지난 15일 옛 서독(西獨)의 수도 본에 있는 지몬-쿠퍼&파트너스 사무실에서 지몬 회장을 만났다. 히든 챔피언 기업들이 여전히 시장의 강자로 불리는 비결을 물었더니 "철저하게 소비자 요구를 공략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독일 강소 기업들의 경쟁력은 '기술력'이 아니냐고 반문하니까,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책상에 있던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가져왔다. 지몬 박사는 "아이팟이 나오기 전에도 많은 음원을 저장하면서, 크기는 작은 MP3 플레이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는 기업이 여럿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이 제품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소비자가 정말 원하고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히든 챔피언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게 소비자 요구 공략

―히든 챔피언이 세상에 알려진 지 벌써 20년이 됐습니다. 여전히 히든 챔피언은 경쟁력이 있나요?

"물론입니다. 가령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생산하는 모든 자동차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상상해보세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사람들은 도요타 자동차 대신 독일의 BMW나 벤츠, 한국의 현대차를 사면 됩니다. 대체재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세계적 금속 절단기 업체인 독일의 트룸프(Trumpf)가 만드는 금속 절단기가 사라지면 어떨까요. 당장 전 세계에 있는 많은 공장이 멈출 것입니다. 이런 장비는 시장에 가서 바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히든 챔피언은 소비자에게 꼭 필요하면서도 쉽게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제품을 만듭니다. 그래서 주변 상황이 달라져도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뛰어난 기술력이 있어야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히든 챔피언이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란 점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제품이 단지 기술력 덕분에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히든 챔피언은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게 소비자가 필요한 것을 파고듭니다.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꼭 필요한 제품을 잘 만들고, 관련 시장에서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기업이 성공적인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소비자 요구와 기술이라는 원동력을 한데 통합해야 합니다. 제가 조사해 본 결과 히든 챔피언의 3분의 2가 이를 잘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대기업은 이 비율이 20%에 불과했습니다."
아리의 카메라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소비자 요구가 바뀌는데 기술만 믿고 있다가 망한 기업이 많습니다. 과거 환등기 부문 세계시장 선도 기업이었던 리플렉타(Reflecta)는 현재 무역 회사로 근근이 연명합니다. 디지털 사진 촬영 시대가 열리면서 소비자들은 빔 프로젝터와 핵심 기술인 전자 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갖춘 컴퓨터를 원했는데, 리플렉타는 이에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환등기만큼은 가장 잘 만든다고 자부했지만, 환등기를 찾는 소비자는 이제 거의 없습니다. 반면 아리(ARRI)라는 회사는 원래 영화용 필름 카메라 분야의 강자였지만, 소비자 수요를 읽고 디지털 카메라 제작에 나섭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 카메라 기업을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 특유의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는데, 필름 카메라에 노하우가 있었던 아리는 이런 단점을 잘 보완한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아리는 여전히 영화 카메라 분야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히든 챔피언에만 적용되는 공식이 아닙니다. 규모가 큰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플 아이팟을 떠올려 볼까요. 아이팟은 처음 보는 사람도 쉽게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애플은 아이튠스라는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음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애플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한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코의 청소차
―결국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좋은 서비스를 파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소비자가 원한다면 서비스도 같이 팔아야 합니다. 히든 챔피언 가운데 전문 청소 장비 판매 부문에서 잘 알려진 하코(Hako)라는 회사는 전체 매출액 중 청소 장비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이 고작 20%밖에 되지 않습니다. 장비 대여, 서비스, 설계, 상담으로 이루어진 통합 서비스를 통해서 올리는 매출액이 이것보다 더 큽니다. 하코는 고객마다 장비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산출해 같이 부담합니다. 물건만 좋다고 다 잘 팔리는 것은 아닙니다."

빈터할터 가스트로놈의 식기 세척기 / 게트라크의 변속기
사업 다각화하지 않는 대신 전 세계에 납품

―히든 챔피언이 소비자에게 잘 집중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기업들이 흔히 성장을 위해 사업 다각화를 선언하곤 하는데, 히든 챔피언은 오히려 반대로 합니다. 많은 히든 챔피언이 성공하는 이유는 끈기 있는 태도로 작은 시장에 집중하기 때문이죠. '포기와 재집중'입니다. 예를 들어 변속 장치 제조 업체인 게트라크(Getrag)는 2011년에 변속 장치 사업에만 전념하려고 매출액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차축(車軸) 사업을 매각했습니다. 빈터할터 가스트로놈(Winterhalter Gastronom)이라는 산업용 식기 세척 시스템 제작 업체는 학교·병원·구내식당·호텔·레스토랑에 물건을 공급하던 회사였는데, 나중에는 호텔과 레스토랑만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전 세계 산업용 식기 세척 시스템 시장에서 이 회사가 차지하던 점유율은 5%였지만, 호텔과 레스토랑 부문의 점유율은 15~20%까지 올랐습니다."

―그럼 회사가 벌 수 있는 수익이 너무 줄어들지 않을까요?

"그래서 히든 챔피언이 '세계화'를 추구하는 겁니다. 좁은 범위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겁니다. 에노바(Aenova)라는 기업은 유럽 최대 약품 주문 제작 기업입니다. 연간 알약 100억개와 캡슐 180억개를 생산해, 전 세계 제약 기업 400곳에 납품합니다."

―그래도 한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기업이 사업 다각화란 길을 택합니다만.

"물론 모든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히든 챔피언도 자신들이 집중하던 시장에서 한계에 부딪히는 일을 겪을 수 있습니다. 환등기처럼 시장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성장하려면 결국 다른 사업을 찾거나,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그러나 이때는 지금까지 펼쳐온 사업과 가까운 분야에 머물러야 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트룸프는 금속판 및 금속 절단기 부문에서 세계적 기업입니다. 전통적으로 금속판은 기계로 절단하곤 했는데, 1980년대 들어와서는 이 분야에 레이저 기술이 도입됐습니다. 트룸프는 자사의 핵심 부문을 고수하면서 독자적인 레이저 기기를 개발했습니다. 그 결과 트룸프는 금속판 절단 부문에서 시장 주도 기업이라는 입지를 지키고, 게다가 산업용 레이저를 생산하는 최정상급 기업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트롬프 레이저 장비로 가공한 세단의 라디에이터 그릴
펠베르트와 하일리겐하우스에 집중되어 있는 열쇠 기업들도 좋은 예입니다. 기업 약 150곳이 모여있는데, 이 기업들은 쇠를 정교하게 깎을 수 있는 기술로 열쇠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기업들 대부분이 잠금 시스템에 전자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쇠를 깎아 만드는 열쇠로 시장 지배권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업 다각화든, 신기술 도입이든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올바른 집중 대상을 찾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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